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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네이처] 인체의 지배자, 장내 미생물을 위해 대변을 이식하다

< Illustration by Jimin Moon 2009 (문지민) >

[위즈덤 아고라 / 장석현 기자] 우리 몸에는 약 100조의 미생물이 공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가 평소에 들어 보지 못한 엄청난 수치이다. 모든 인체의 미생물들을 합하면 약 1.5kg이나 되며, 이 미생물들의 유전체가 군집된 마이크로바이옴의 양은 사람의 유전정보의 100배가 넘는다. 이 미생물들은 흔히 입, 코, 귀, 피부, 겨드랑이 등에서 발견되나, 가장 많은 다양성이 발견되는 곳은 바로 위장관이다.  위장관은 사람과 동물의 입에서 항문까지에 있는 모든 소화계통의 기관을 일컫는다. 그리고 위장관 내에서 공생하고 있는 미생물들은 신진대사 관점에서 질병 예방과 건강 유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최근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장내 미생물들이 손상되어 고갈되거나 균형이 깨지면, 즉 ‘불균형’ (Dysbiosis)이 일어나면 면역 질환과 장기적인 질병을 유발하게 된다. 더군다나 비만과 과민성 면역질환으로부터 신경퇴행성질환과 노화까지 연결된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한다.

<제프리 고든 박사의 무균 쥐 실험 –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이 모든 연구들의 시작은 2006년 워싱턴 대학교 제프리 고든 박사의 ‘무균 쥐 실험’이다. 고든 박사는 미생물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두 무균 쥐에게 뚱뚱한 쥐와 마른 쥐의 대변을 주입한 다음 동일한 양의 먹이를 주자, 뚱뚱한 쥐의 대변이 주입된 쥐의 무게가 그렇지 않은 쥐의 무게보다 2배나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장내 미생물들이 단순히 소화에 ‘도움’을 준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만 같은 질병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처음으로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특히, 인간의 게놈(Genome)으로도 설명하지 못한 인체와 질병의 연관성을 풀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제2의 게놈’이라는 별명까지도 얻게 된 마이크로바이옴은 현재 많은 연구들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실험들을 바탕으로 불균형의 완화를 위해 제안된 해결책이 바로 ‘대변 이식’ (Fecal Microbiota Transport)이다. 대변 이식이란 풍부한 장내 미생물을 보유하고 질병을 앓은 적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의 대변을 채취한 다음, 환자의 결장으로 삽입해 장내 유익균들이 다시 보충한다는 원리이다. 현재는 건강한 대변을 모으는 일명 ‘대변 은행’까지 설립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잘 알려져 있는 대변 은행은 바로 2012년 설립된 스타트업 ‘오픈 바이옴’이다. 임상의와 함께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오픈 바이옴은 대변을 관장하는 방법과 식염수를 섞은 대변 용액을 코로 주입하는 방법을 채택해 임상시험을 진행했으며, 대변 이식술은 대성공이었다.

대변 이식술의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바로 클로스트리듐 디피실 (Clostridium Difficile) 감염으로 인한 만성 설사질환의 치료이다. 감염병을 치료하기 위해 기존의 방식대로 대량의 항생제만을 투여하게 되면, 병원균뿐만 아니라 유익균들까지 모두 죽여버리기 때문에 이러한 황폐해진 장 내 환경에서 항생제 내성균이 증식을 시작한다면 환자는 큰 위험에 노출된다. 그리고 ‘클로스트리듐 디피실’은 대표적인 항생제 내성균으로, 감염된 환자를 계속 설사를 하게 만들어 심하면 사망까지 이르게 한다. 지금까지 효과적인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에게 두어 번의 대변 이식술을 진행하였더니, 약 90%의 성공률로 단 며칠 만에 완치가 되었다. 이제는 대변 이식술의 상용화를 위해, 오픈 바이옴과 하버드 의대 부속 병원들은 대변을 캡슐에 주입해 삼키기만 하면 되는 간편한 투여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많은 환자들의 심리적인 거부감을 고려한 것이다.

나아가, 현재는 대변 이식을 통한 노화 방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대변 이식술을 통한 장내 미생물의 변화가 노화로 인한 신체적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생쥐 실험이 유명 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에 게재되었다. 장내 미생물군이 고갈된 생쥐들에게 자신보다 늙은 쥐와 어린 쥐의 대변을 이식받았다. 그리고 다양한 인체 부위를 대상으로 한 기능 및 조직 검사를 한 결과, 늙은 쥐의 대변을 이식받은 어린 쥐는 중추신경계 및 안구 염증과 장 투과성이 심각하게 증가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오히려 염증이 나아졌다. 이번 연구가 적어도 장내 미생물들이 시력 및 뇌 기능 저하와 관련된 염증을 조절하는데 관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바로 뇌, 중추신경계와 장이 서로 긴밀히 상호작용한다는 이론인 ‘장-뇌 축’ 메커니즘에 있다는 분석이다. 장-뇌 축 이론은 장내 미생물들이 여러 신경활성물질들을 만들어 각 기관의 신경을 조절한다는 의미인데, 견고했던 장점막이 불균형으로 인해 약해진 틈을 타 신경활성물질들이 점막에서 흘러나갈 때, 뇌신경세포의 비정상상태를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유익균이 풍부한 요거트 – PIXABAY 제공>

이렇듯, 장내 미생물과 마이크로바이옴은 처음부터 우리 인체와 함께 상상도 할 수 없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밀접히 연관되어 있었다. 이제부터, 우리 몸에 공생하고 있는 이로운 장내 미생물과 그들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부터 항생제 복용을 더욱 신중히 결정하고 신선한 채소와 요거트같은 발효식품을 곁들인 건강한 식단을 규칙적으로 먹도록 노력해보는 것은 어떨까?

[위즈덤 네이처] 우리 몸부터 자연까지,‘모든 곳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능력자,’ 미생물의 대한 이야기를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칼럼을 연재합니다. 위즈덤 아고라 장석현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로 미생물의 세계에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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