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네이처] 새끼 양 성공적으로 성장시킨 인공 자궁… 다음은 인간 배아다
[위즈덤 아고라 / 이민채 기자] 시대가 갈수록 과학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인류는 어느새 임신하지 않고도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기술을 발달하기 직전까지 왔다.
지난 2017년,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에서 조산된 새끼양 8마리를 ‘바이오 백(Bio bag)’이라는 인공 자궁에서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다. 조산아를 인큐베이터 대신 인공 자궁에서 더 성장시킨 것이다. 인큐베이터와 달리 인공 자궁은 태반에서 태아에게 공급되는 산소 및 영양분을 튜브를 통해 주는 등 실제 자궁과 비슷한 생물학적 환경을 흉내낸다. 겉보기에는 그저 소금과 따뜻한 물이 담긴 비닐일 뿐이지만 이는 양수를 모사한 것으로, 실제 자궁과 비슷한 기능들을 갖고 있어 조산된 양을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조산아란 발생 20주에서 37주 사이에 태어나 성장이 불완전해 미성숙한 아이를 뜻한다. 얼마나 일찍 출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부분의 조산아는 생존률이 40-70%이며 생존한다 해도 이후에 신생아 합병증이 생길 확률은 40%로, 계속해서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조산아의 생존율 또한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조산으로 아이가 사망하는 경우는 끊임없이 많다. 특히 조산은 아이에게만 위험한 것이 아니라 산모에게도 건강의 위협이 된다. 그러므로 인공 자궁 기술은 임신 및 출산과 관련된 위험을 제거하는 데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허나, 인공 자궁은 배아가 이미 수정되어 자궁 내에서 어느정도 자란 뒤에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이는 배아가 인공 자궁 속에서만 수정되고 발생하는 이른바 체외발생까지의 기술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 병원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 자궁의 구조는 위 사진과 같다. 양수를 0.2 마이크로미터(µm) 필터 사이로 펌프해 이물질을 제거함으로 멸균해서 태아가 정상적으로 양수 호흡을 하며 폐가 발달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탯줄은 용기 밖에 연결되어 있는 체외 순환 시스템과 연결시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게 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사용되었다. 용기는 섭씨 39.5도의 열 기계에 부착되어 있어 태아의 온도 조절에 도움을 주었으며 이뿐이 아니라 연구팀은 태아 양의 생체 신호 및 생리 기능을 모니터로 측정하며 지켜볼 수 있었다.
인공 자궁은 임신이 위험한 여성들에게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임신으로 인한 부담이나 두려움으로 임신을 반대하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초저출산 국가인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이토록 하락한 이유 중 하나는 젊은 세대 여성들이 임신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것이 이유인데, 여성이 일정 기간 배아를 자궁에 품은 후 나머지 성장 과정은 인공 자궁에서 체외 발달시키면 저출산의 요인 중 하나인 이 또한 어느 정도 사라진다.
즉, 인공 자궁 기술은 여자, 남자 둘 다 육아에 대한 부담을 없애주고 더 나아가 육아 휴직, 급여 등을 관련한 직장 내 성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여성이 임신 때문에 직장 등 경력을 더 이상 중단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여 큰 사회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또한, 인공 자궁은 임신을 종결하는 낙태에 대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이 되어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다. 낙태와 관련하여 여성에게 또 다른 선택권이 쥐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인공 자궁은 난임, 불임 부부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다. 아직은 이르지만 전문가들에 의하면 약 2074년 즈음에는 수정에서 출생까지 전부 체외의 인공적인 환경에서 진행되는 모체외발생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 자궁 기술을 통해 정자와 난자만 제공받아 인공 자궁에서 직접 발생시킬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과학자들은 ‘바이오백’ 기술을 실제 인공 자궁을 개발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또한, 새끼 양이 아닌 인간 배아를 체외에서 발생시키기에 적합한 생물학적 환경을 유사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어쩌면 약 50년 후 미래에는 어머니의 자궁에서 출생하기보다는 인공 자궁에서 성장해 출생한 인간들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읊은 듯이 인공 자궁 기술은 생물학적 뿐만이 아닌 여러 새로운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어쩌면 많은 새 기회를 열 시대에 도달할 수 있게 할 이 신기술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위즈덤 네이처] 모든 생명체는 탄생부터 소멸까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합니다. 인류의 진화과정은 물론, 동·식물이 자라고 발달하는 개체 발생 과정을 연구하면 생명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위즈덤 아고라 이민채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로 발생 생명학의 세계를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