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네이처] 달콤한 유토피아인가 독이 든 사과인가: ‘도파민 중독’의 심각성
[ 위즈덤 아고라 / 이수아 기자] 도시는 끊임없이 깜빡이는 불빛과 서로를 스쳐가는 그림자들의 집합소다. 그 속을 헤매는 우리는 마치 꼭두각시처럼, 보이지 않는 줄에 매달려 있다. 그 줄을 당기는 것이 바로 도파민이다. 마치 사냥꾼처럼, 도파민은 그토록 원하는 만족감을 미끼로 그 실체를 감춘 채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댄다.
현대인들은 책이나 신문 대신 작은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길을 걷는 동안에도 이어폰을 꽂고 무언가에 열중한다. 셔틀버스를 기다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이들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심지어 번잡한 도로를 건널 때조차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치 아이패드, 스마트폰, 컴퓨터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라도 된 듯, 사람들은 작은 화면 속에 갇혀 살아간다.
전자기기의 보급은 우리의 삶을 빠르게 변화시켰다. 통화, 문자, 인터넷은 물론, SNS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소통이 가능해졌다. 호기심 많은 청소년부터 충동 조절 능력이 발달한 성인까지, 스마트폰은 우리 모두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다. 디지털의 인기는 압도적이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80%를 넘어섰고, 미국에서도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왜 사람들은 전자기기에 열광하는 걸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은 단순한 통신 기기가 아니라, 지루함을 달래고 외로움을 해소하는 놀이터이자, 친구들과 소통하는 공간이다. 또한, 우리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만든다.
그렇게 현대사회는 도파민의 노예가 되었다. 소셜 미디어, 게임, 그 어디를 둘러봐도, 우리의 욕망을 교묘하게 자극하는 장치들이 깔려 있다.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의 사냥꾼은 우리의 취약점을 정확히 겨냥한다. ‘좋아요’, ‘공유’ 등은 환각제와도 같다. 한 번의 클릭에 도파민이 분출한다. 진화의 과정에서 부족함을 채우려던 뇌는 이제 과잉의 시대에 익사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쾌락이 그렇듯, 환희의 순간은 짧다. 한때의 황홀감은 이내 갈망과 공허로 바뀐다. 도파민은 중독의 덫이다. 끊임없는 자극 속에서 우리는 불안에 떨고, 진짜 관계는 사라진다. 화면 너머의 얼굴들은 껍데기뿐이다. 동기와 욕망을 담당하는 화학물질이 일상을 이토록 지배할 줄 누가 알았을까. 작은 화면 속에 갇힌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고 있는 걸까? 우리에게 주는 편리함과 즐거움 뒤에 감춰진 어두운 그림자는 없는 걸까?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과학은 이 뜨거운 관계에 냉정한 시선을 던진다. 도파민은 행복과 생존의 추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먹고 사랑하고 성공하려는 우리를 부추긴다. 그러나 자극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이 과잉 연결의 세계에서 도파민의 역할은 빛깔을 띠었다. 동기를 넘어 강박을 부추기며, 더 많고 새롭고 빠른 것에 대한 끝없는 갈망에 우리를 묶어놓는다.
그래서, 도파민이 정확히 뭔데?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로, 뇌와 신체의 다른 부위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화학 물질이다. 도파민은 운동 조절, 보상, 강화 학습 등 여러 중요한 기능에 관여한다. 또, 도파민은 주로 흑질과 복측피개영역(VTA)에서 생성되는데, VAT에서 출발한 도파민은 전두엽 피질과 변연계를 포함한 뇌의 여러 부위로 확장되며, 실행 기능과 감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파민과 중독에 대한 논의의 중심에는 흔히 보상 경로라 불리는 중뇌변연경로가 있다. 우리가 본질적으로 즐거운 활동(예: 식사, 사회적 교류, 성행위)에 참여할 때 도파민이 이 경로에 방출되어 이러한 행동을 강화하고 반복하도록 촉진하는 것이다. 이 메커니즘은 생존과 번식을 촉진하기 위해 진화적으로 설계되었다.
예를들면, 만약 굉장히 맛있다고 느끼는 음식을 먹었다거나, 자극적인 행동을 했다면 VTA에서 도파민을 엄청나게 생산해낼 것이다. 그렇게 VTA가 열심히 만들어 낸 도파민은 4개 영역으로 각각 전달된다. 첫 번째로 쾌락의 핵심인 측좌핵(NAc·Nucleus Accumbens)이다. 활성화된 NAc는 다시 VTA에게 도파민을 더 보내달라고 요구한다. 뇌에서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우리는 행동에 대한 보상(쾌락)을 받았다고 느끼고, 또 다시 그 행동을 하기 위한 동기가 만들어진다. VTA가 만든 도파민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와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amygdala)로도 향한다. 이를 통해 도파민을 분비시킨 행동을 감정적으로 느끼고 기억하게 된다. 행동을 결정하고 계획하는 데 관여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에도 도파민이 도달한다. 전전두엽은 보상의 가치를 판단하고, 앞으로 그 행동을 계속할 것인지 판단한다.
도파민이 너무 많거나 적으면 생기는 일
도파민의 불균형은 다양한 신경정신 질환과 관련이 있다.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는 도파민 시스템의 이상과 관련이 깊은데, 도파민이 너무 많으면 주의력과 충동 조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ADHD 환자들은 보통 도파민 수용체 D4 유전자(DRD4) 또는 도파민 수송체(DAT1)와 관련된 변이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뇌의 특정 부분에서 도파민의 재흡수와 신호 전달에 영향을 미친다. 도파민의 과도한 활성화는 ADHD뿐만 아니라, 공격성과 충동조절장애 와도 연결될 수 있다. 도파민 수용체 D2 유전자(DRD2)의 변이가 충동적인 행동과 관련이 있으며, 이러한 유전적 요인이 도파민 신호 전달의 과잉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도파민 수치가 너무 낮으면, 우울증과 같은 감정적 및 인지적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도파민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개인은 보통 일상 활동에 대한 동기 부여가 떨어지고, 흥미나 즐거움을 느끼는 능력이 감소한다. 이러한 증상은 조현병(Schizophrenia)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데, 조현병 환자들의 경우 뇌의 특정 영역에서 도파민 수용체의 밀도가 비정상적으로 낮거나 도파민 분비가 억제되어 있다.
또한,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환자들에게서 도파민 수치의 저하는 신체적 증상으로 이어진다. 파킨슨병은 중뇌의 흑질에 있는 도파민 생성 신경세포의 퇴행성 손실로 인해 발생한다. 이는 근육의 경직, 진전, 그리고 운동 조절 문제를 유발하며, 환자들은 이러한 증상 때문에 일상적인 움직임에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으로는 도파민 수치의 저하로 인한 미세한 진전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심각해지곤 한다.
많은 연구들이 기술이 도파민 방출과 중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저명한 신경과학자 켄트 베리지 박사는 중독 맥락에서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그의 연구는 보상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뇌의 도파민 시스템이 민감해져서 “좋아하는 것”이 증가하지 않더라도 “원하는 것”이 증가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메커니즘은 사람들이 더 이상 즐기지 않는 행동을 왜 계속하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설문 조사와 통계 설문 조사들은 이 문제의 만연성을 강조했다.
2018년 퓨 리서치 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45%의 청소년들이 “거의 항상” 온라인 상태에 있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지속적인 연결성은 도파민 경로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Computers in Human Behavior 저널에 발표된 또 다른 설문 조사에 따르면, 문제가 되는 소셜 미디어 사용은 우울증, 불안, 사회적 고립감을 유발하며, 이는 모두 도파민 시스템의 불규칙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현실 세계의 영향 스탠퍼드 대학교의 정신과 교수인 안나 렘브케 박사는 그녀의 저서 “도파민 네이션”에서 이 주제를 깊이 다루고 있다. 안나 렘브케 박사는 보상 경로의 과도한 자극이 자연 보상에서 즐거움을 경험하는 능력을 감소시키는 현상인 “무쾌감증”을 초래한다고 논의한다. 이 상태는 특히 젊은 층에서 임상 환경에서 점점 더 많이 관찰되고 있다.
또한 최근의 여러 연구들은 도파민 중독은 다른 유형의 행동중독과 유사할 뿐만 아 라, 갈망, 내성, 금단 현상, 일상생활 장애 등과 같은 약물중독의 주요 증상 과도 유사함을 보고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생활 주변의 다양한 스트레스원에 노출됨으로써 피폐해진 인간의 육체 및 정신이 친자연적 환경의 제공에 따른 스트레스의 감소, 면역력의 강화, 정적 감정/정서의 증가 등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힐빙-힐텍적 접근(healbeing-healtechnical approach)도 존재한다. 이런 관점은 도파민 중독을 포함하여 행동중독을 통합적인 맥락에서 친자연적인 접 근에 의해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15-20초의 찰나가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나비효과: 숏폼 영상
짧은 순간, 찰나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숏폼 영상 역시 도파민 중독을 부추긴다. 스크롤 하나로 끝없이 이어지는 영상의 향연은 우리의 일상을 지루함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듯하다. 하지만 이 편리함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우리가 즐겨 찾는 SNS 플랫폼들은 짧고 강렬한 자극을 통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도박처럼, 다음 영상에 대한 기대감은 우리를 화면 앞에 붙들어 놓는 강력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왜 우리는 숏폼 영상에 이토록 쉽게 중독될까?
그 답은 우리 뇌 속에 있다. 앞서 도파민 보상체계에 대해 말했듯, 도파민은 즐거운 경험을 할 때 마치 상을 받았을 때 느끼는 쾌감처럼, 도파민은 우리에게 행복감을 선사하고, 그 경험을 다시 찾도록 만든다. 문제는 숏폼 영상이 이러한 뇌의 작동 방식을 교묘하게 이용한다는 것이다. SNS 플랫폼들은 우리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머물도록, 도파민 분비를 극대화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AB테스트 (A와 B 중 자극적인 선택지를 골라, 살아남게 하는 방식)을 이용한 알고리즘은 마치 마약 중독자가 더 강력한 약물을 찾듯, 우리는 점점 더 자극적인 영상에 중독되어 가게 한다. 이러한 현상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영철 박사는 ‘도파민 중독’이라고 명명한다. 숏폼 영상 시청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과도해질 때, 우리는 중독의 덫에 걸려버린 것이다. 마감해야 할 업무를 뒤로하고, 중요한 약속을 잊은 채 영상에 몰두하는 모습 말이다.
다만, 도파민 중독은 단순히 청년층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QuestMobile 보고서에서는 TikTok의 젊은 이용자 비율은 정체하였으나 중장년층 이용자의 비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그중에서 숏폼 동영상의 사용시간이 현저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층의 시장 이 포화되면서 중장년층이 숏폼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중장년층 인터넷 이용시간은 2019년에 비해 숏폼 동영 상이 10.7%에서 13.4%로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2020년 5월 중장년층 TikTok의 Active User 그룹 40%가 1인당 1,600분을 이용하여 해당 연령층이 가장 오래 쓰는 모바일 오락 앱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의 더 월 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에 따르면 중장년층은 TikTok을 젊은이들과 소통하거나 외로움을 극복하고 즐거움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인천광역시자살예방센터 배미남 부센터장 외 3명의 논문 ‘한국 성인의 중독위험, 삶의 만족도, 우울, 자살 사고 간의 관계’(배미남, 이미형, 박시현, 이은진, 2019)에 의하면 알코올, 인터넷, 도박 등에 대한 중독 수준이 심할수록, 자살 사고가 높아진다. 연구자들은 20세 이상 69세 이하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하여 조사한 결과, 복합중독위험이 있는 성인은 없는 사람보다 삶의 만족도가 낮고, 우울 및 자살 사고가 높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건강한 인터넷 및 SNS 사용습관을 배우는 것은 모두의 숙제가 되었다.
도파민 중독 자가 진단: 내 뇌는 도파민의 노예인가?
- 끊임없는 자극에 대한 갈망
– 평소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시간이 힘들다.
–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확인하거나 소셜 미디어를 스크롤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 새로운 경험이나 자극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 만족감의 빠른 소멸
– 새로운 취미나 활동에 빠져들었지만, 금방 흥미를 잃고 다른 것을 찾게 된다.
소셜 미디어에서 ‘좋아요’나 댓글을 받는 순간 잠깐 기분이 좋지만, 금세 다시 확인하고 싶어진다.
– 자주 충동적으로 무언가를 사고, 금방 그 물건에 대한 흥미를 잃는다.
- 행동 조절의 어려움
– 집중해야 할 때도 다른 일에 쉽게 주의를 빼앗긴다.
– 다음 날 일정이 있음에도, 잠자기 전 계속해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 특정 행동을 멈추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다시 반복하고 있다.
- 자연적 즐거움에 대한 무감각
– 예전에는 즐거웠던 일들이 더 이상 그렇게 즐겁지 않다
– 자연 경관을 감상하거나 책을 읽는 등의 단순한 활동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
– 일상적인 대화나 인간관계에서 의미를 찾기 어렵다
만약 위 11개의 질문들에 6-7개 이상 “예” 답변을 했다면, 도파민 중독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 이런 경우 다음과 같은 조치를 고려해볼 수 있다:
1. 디지털 디톡스: 하루 중 특정 시간을 정해 모든 전자기기를 꺼두고 자연적인 환경 속에서 휴식을 취한다.
2. 운동과 명상: 규칙적인 운동과 명상은 도파민 수치를 조절하고, 뇌의 다른 보상 시스템을 활성화하여 균형을 잡아준다.
3. 자연적 활동의 재발견: 걷기, 독서와 같은 자연적이고 단순한 활동에 시간을 투자해보자. 도파민 과잉 자극에서 벗어나 점차 감각을 회복할 수 있다.
4. 자가점검: 전자기기 평균 사용 시간을 측정해보고, 표시되는 알림 및 진동 줄이기. 또한 전자기기 흑백 모드로 바꾸기.
도파민 중독은 매우 광범위한 문제이지만, 인식하고 조치를 취한다면 건강한 정신 상태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스스로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끝으로, 도파민의 역할은 단순한 쾌락 제공을 넘어서 인간의 본질적인 행동과 중독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현대 사회에서 도파민의 과잉 자극은 자아를 혼란스럽게 하고, 깊은 사회적 관계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이러한 도파민 중독의 문제를 인지하고, 건강한 정신적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즈덤 네이처] 자연과학의 지식을 동원하여 뇌과학과 정신건강, 심리를 비추는 새로운 시리즈, 이수아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의 시작을 알립니다. 복잡한 세상살이와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데 과학이 어떻게 호기심을 풀어나갈지, 일상에서 만나보는 궁금했던 과학의 세계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