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네이처] 난임 여성과 일반 여성의 유전적 차이
[위즈덤 아고라 / 이민채 기자] 난임이란 피임을 하지 않았고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함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임신하지 못하는 경우를 뜻한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난임률은 13.2%로 6.7%인 미국, 8.6%인 영국 등 타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지난 3월, 로렌스 레이먼 교수는 미국 오거스타 조지아의대 유전학 교수 연구진과 함께 난임 여성과 질병을 유발하는 변이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논문으로 제출했다. 연구 결과, 원인을 알 수 없는 난임 진단을 받은 여성의 약 17%가 심장병, 암, 희귀 질환 등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다는 것이 파악됐다.
연구진은 병원을 찾아온 난임 환자들이 10년 후 유방암 등 질환을 앓는 경향이 있어서 난임과 질병의 연관성이 궁금해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를 진행한 로렌스 레이먼 교수는 “난임과 향후 질병 사이 명확한 경로를 발견해 조기에 의학적으로 개입하면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며 “난임 상태가 전반적인 건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 될 수 있다”라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DNA 염기 서열 중 단백질의 구성정보를 담고 있는 엑솜을 18-40세 여성 197명에서 분석해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거나 의심되는 유전자 변이를 찾아냈다. 여성들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난임을 겪고 있는 900쌍의 부부 단체인 NIH 산하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 국립아동보건·인간개발협력 생식의학 네트워크에서 가져왔다.
연구 분석 결과 6.6%의 여성들이 심장병과 암 등의 질병을 일으킬 수 있지만 생활 습관을 개선하거나 의료기관을 방문해 질병 위험을 제거 또는 줄일 수 있는 유전자 변이 59개를 갖고 있었다. 대조적으로 일반 인구 중 이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는 비중은 약 2-2.5%에 그친다. 즉, 난임 여성에게서 발견되는 질병 관련 유전자 변이가 일반 인구에서 발견되는 수의 3배에 도달한다는 뜻이다. 또 여성의 10%가 파킨슨병과 같이 치료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분석 대상 여성 중 21명에게는 근육 소모성 루게릭병이나 신장을 파괴하는 다낭성 신장 질환 등과 관련한 유전자 변이가 20개나 발견되었다. 4명은 유방암이나 난소암을 일으킬 수 있는 BRCA1 및 BRCA2 변이를 가지고 있었다. 유전자 변이는 조기 폐경을 일으키는 변이로 심장병의 위험률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더욱이 연구진들은 이 유전자 변이가 난임과 질병 모두 유발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암을 유발하기로 밝혀진 BRCA1 및 BRCA2 변이는 성세포를 생산하는 감수 분열 과정에 불분명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또한 두 변이는 DNA의 이중 나선 사이에 생긴 금을 고치는 데도 사용되기 때문에 난소 노화 및 발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가 바탕으로 진행된 데이터베이스는 대부분 백인 여성 위주이긴 했지만 난임은 이 외의 인종에서도 흔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체적으로 난임은 여성에게만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미국생식의학회(American Society for Reproductive Medicine)가 밝혔다.
아직 원인 모를 난임을 겪고 있는 여성과 남성에게 유전자 검사를 추천하는 등 실행으로 움직이기 전에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연구진은 이 연구가 결국 난임 여성들의 건강 문제가 생기는 데는 유전자 변이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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