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네이처]측면 유동 검사의 발전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하지후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익숙해진 측방흐름 검사(Lateral Flow Test, LFT)는 이제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면봉으로 검체를 채취해 몇 방울 떨어뜨리면 줄 하나로 결과를 확인하는 간편한 방식은 코로나 이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의료부터 환경까지 폭넓게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측방흐름 검사 키트는 한쪽 끝에 검체(혈액, 소변, 침 등 액체 시료)를 떨어뜨리면 모세관 현상에 의해 시료가 종이처럼 생긴 스트립을 따라 흘러간다. 스트립에는 서로 겹치도록 샘플 패드, 시약 패드(컨주게이트 패드), 반응막(니트로셀룰로오스 막), 흡수 패드가 순서대로 부착되어 있다. 시약 패드에는 표적 물질에 결합하는 항체가 미리 건조돼 있으며 이 항체에는 눈에 띄는 금 나노입자 같은 나노 입자 표지가 붙어 있다. 검체가 스트립을 따라 이동하면서 표적 물질이 존재하면 그 표적을 인지하는 항체-나노입자 복합체가 형성된다. 

이 복합체는 반응막의 테스트 선(시험선)에 도달하면 그곳에 고정된 또 다른 항체에 포획되어 줄 모양으로 농축된다. 나노입자가 많이 쌓이면 눈으로 볼 수 있는 색 변화가 일어나 양성 결과를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붉은색이나 푸른색 선이 나타나는데 이는 사용된 나노입자의 종류에 따른 것이다. 테스트 선 아래쪽에는 컨트롤 선(대조선)이 추가로 있어 검체에 상관없이 항상 반응하도록 설계된다. 컨트롤 선이 발색해야 검사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졌음을 의미하며 만약 컨트롤 선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 키트는 무효로 간주된다.

이러한 항원-항체 결합과 나노입자의 발색 반응에 기반한 면역반응 덕분에 LFT는 특정 분자의 존재를 수분 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간편한 진단 도구로 발전했다. 

LFT는 1980년대 후반에 최초의 가정용 임신진단키트로 상용화되고 수십 년간 큰 변화가 없었는데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기술적 도약이 이루어졌다. 팬데믹 동안 대량 수요로 생산 능력이 비약적으로 늘었고 대중과 과학계 모두 LFT의 신뢰성 향상 가능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다중 진단(multiplexing) 기술은 이러한 혁신의 핵심이다. 기존 LFT는 한 번에 한 가지 표적만 검출하는 제약이 있었지만 이제는 하나의 스트립에 여러 테스트 선을 배치하거나 다른 색의 나노입자를 활용하여 한 번의 검사로 다수의 분석 대상을 동시에 탐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개의 키트로 5~6가지 바이러스나 바이오마커를 동시 판별하는 것이 연구되고 있으며 실제로 동물용 키트 등에서는 한 번에 여러 병원체를 스크리닝 하는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다중화 LFT는 여러 검사를 별도로 수행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소량의 검체로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민감도와 정량성을 높이기 위한 화학적 개선도 활발하다. 나노기술의 발전으로, 기존의 40 nm 금 나노입자 대신 신규 나노소재들이 도입되고 있다. 예를 들어 빛 흡수도가 더 높은 금 나노셸(nanoshell)이나 나노막대를 이용하면 육안으로 보이는 신호를 강화하여 낮은 농도의 표적도 검출할 수 있고 형광 물질이나 효소를 표지로 써서 기기 판독 시 정량 분석이 가능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표면 증강 라만 산란(SERS) 기법을 LFT에 접목하거나 등온 증폭(RPA, LAMP) 및 CRISPR-Cas 시스템을 결합해 표적 유전자를 증폭·검출하는 신개념 LFT도 연구되고 있다. 더불어, 검사 결과를 스마트폰 앱이나 휴대용 판독기로 해석해 반정량·정량화하고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공유하는 디지털 연계 기술도 등장하여 현장진단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한편, 키트 소재의 개선도 눈여겨볼 혁신 중 하나이다. 기존 LFT 카트리지의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플라스틱 대신 종이 기반 소재나 생분해성 바이오폴리머로 키트를 만드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실제로 영국의 한 제조사는 종이로 만든 Eco-Flo라는 신규 키트를 선보였는데 전체 키트 구성 중 60%를 차지하는 플라스틱 카트리지를 대체하면서도 검사 성능은 유지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팬데믹은 LFT 기술의 포인트 오브 케어 활용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다. 이제 코로나19 항원 진단을 넘어, 일반 건강 관리부터 응급의료, 산업·환경, 수의학 분야까지 LFT의 응용이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다.

가정용 건강 모니터링 측면에서는 영국에서 약국 체인이 코로나 이후 비타민 D, 철분, 콜레스테롤 수치를 간이 측정할 수 있는 지질검사 LFT를 출시했다. 손가락을 따서 한 방울의 혈액으로 영양소 결핍 여부나 고지혈증 위험을 10분 내 확인할 수 있어, 일상적인 건강관리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독감(인플루엔자) 신속검사용 LFT도 개발되어 가정에서 독감 감염 여부를 자가진단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응급의료에서는 뇌졸중 환자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LFT 활용도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영국 응급구조팀은 구급차 안에서 손끝 혈액 한 방울로 뇌졸중 유형을 감별하는 뇌졸중 LFT를 시범 운용 중이다. 이 키트는 두 개의 스트립으로 구성되어 하나는 혈전성 뇌졸중과 관련된 D-다이머라는 혈액 단백질을 측정하고 다른 하나는 뇌출혈 시 증가하는 GFAP 단백질을 측정한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응급현장에서 뇌출혈과 뇌경색을 즉각 구분해 환자를 최적 병원으로 이송함으로써 뇌졸중 생존율과 예후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치명적인 패혈증(sepsis)을 신속 진단하는 LFT도 개발되어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패혈증은 조기 발견이 어려워 사망률이 높은 질환인데, 영국에서는 네우트로체크(Neutrocheck)라는 기기를 통해 항암치료 환자의 패혈증 위험을 가정에서 모니터링하려 하고 있다. 이 LFT는 기존처럼 용해된 분자나 바이러스만이 아니라 사람의 면역세포(호중구) 자체를 포획하여 그 개수를 세고 동시에 염증 단백질 C-반응성단백질(CRP) 수치를 재는 혁신적인 방식이다. 이 키트로 호중구 감소 여부를 집에서 판별해 실제로 병원 치료가 필요한지를 가려낼 수 있다.

산업 및 환경 분야에서는 항공기 제트연료 속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현장에서 검출하는 연료 오염도 LFT가 개발되어 정비사가 직접 항공유 속 미생물 오염 여부를 10분 내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하천이나 상수도의 대장균(E. coli) 감염 여부를 간편히 측정하는 수질 LFT 키트도 상용화되었다.

수의학 및 법과학 응용으로는 반려동물용 측방흐름 검사 키트가 출시되어, 고양이와 개에서 흔한 12종의 전염병을 집에서 진단할 수 있다. 이밖에도 손가락의 땀을 분석해 마약류 복용 여부를 판별하는 지문 땀 LFT 기술이 등장하여 일부 산업 현장에서 직원 약물 검사나 교통단속 등에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측방흐름 검사는 간편성과 신속성을 앞세워 진단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누구나 사용할 만큼 사용법이 쉽고, 대기 시간 없이 현장에서 바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최대 강점이다. 특히 전문 장비나 전력 공급이 어려운 저자원 환경이나 환자가 병원에 접근하기 힘든 상황에서 LFT는 생명을 살리는 조기진단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LFT가 만능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면역반응을 이용하는 특성상 민감도와 정확도가 정밀 실험실 검사보다 떨어질 수 있고 검사 방법이나 사용자의 숙련도에 따라 위음성이나 위양성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음성 결과가 절대적 안심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 의료진들도 LFT 결과만으로 즉각 치료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필요시 추가 확인검사를 병행하는 통합 진단 전략이 요구된다.

자가진단 키트의 남용에 대해서는 일선 의사들의 신중론도 있다. 환자가 해석이 애매한 결과에 불안해하다 결국 병원을 찾게 되면 의료 현장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고 무분별한 키트 사용은 불필요한 의료폐기물을 양산하는 측면도 있다.

결국 LFT의 올바른 역할은 기존 진단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응급상황이나 현장에서는 신속한 1차 판단 도구로서 가치가 있고, 검사의 접근성을 높여 진단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미 큰 혁신임이 입증됐다.

[위즈덤 네이처] 현대의학과 생명과학은 더 이상 별개의 분야가 아닙니다. 세포 하나, 유전자 하나에 숨겨진 작은 변화가 질병을 유발하고 그 변화의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것이 치료의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인공심장의 원리부터 의료분야에 적용되는 나노로봇까지 복잡한 과학을 쉽게 풀어내는 칼럼을 연재합니다. 위즈덤 아고라 하지후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로 과학의 언어로 생명과 우리 몸을 이해하는 기사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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