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인체 속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과 함께 진화해 왔을까?
현대 질병과 마이크로바이옴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위즈덤 아고라 / 김정서 기자] ‘미생물의 세계’라는 도서에는 인간에 몸에 수많은 미생물이 공존하고 있다고 서술되어 있다. 특히, 장내에 서식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의 생리, 면역, 신경계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 미생물들은 인간들과의 공생을 넘어서, 수백만 년에 걸친 공진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급격히 바뀐 환경은 장내 미생물과의 공생 관계에 변화를 일으켰다. 오늘날 만연한 여러 현대 질병이 마이크로바이옴과 인간의 진화적 부적응의 결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연구를 통해 인간의 진화 속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와 현대 질병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을 것을 바라는 바이다. 최근 사람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와 현대 질병의 상관관계를 찾고 이용하여 건강식품에 대한 이해를 잘할 수 있다는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인간 몸속 마이크로바이옴이 인간이 진화해 옴에 따라 변화해 왔는지 알아보고, 현대 질병에 미치는 영향과 질병을 막을 수 있는 대안에 대해 탐색한다.
인간은 항상 미생물과 함께 살아왔다. 초기 인류가 수렵과 채집을 하던 시절, 이들은 다양한 식재료를 통해 섬유질과 미생물을 섭취하여 다양한 세균 군집을 형성할 수 있었다. 장내 세균은 소화 효율을 높이며, 비타민 합성, 병원균 억제, 면역 조절 등 다방면에서 인간 생리 기능을 보조했다. 하지만 농경 시대의 시작은 인간 식단을 크게 바꾸었다. 섬유질이 줄고 곡물 중심의 식사가 되며, 장내 세균 군집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보다 더 큰 식생활의 변화는 산업화로 인해 가속화되었다. 산업화는 인류에게 가공식품, 정제 탄수화물, 항생제의 섭취를 가능케 해 주었고, 이는 장내 세균의 다양성을 크게 감소시켰다. 이에 대한 결과로 현대인의 장내 미생물군은 고대 인류에 비해 생태학적으로 훨씬 빈약해졌으며, 인간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장내 미생물인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는 인간과의 공진화에서의 진화적 불일치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공진화’란 두 생물 종이 상호작용하며 서로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인간과 마이크로바이옴은 생식, 면역계, 대사 조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상호 적응하며 오랜 시간 동안 공존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공진화도 현대 사회의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는 함께 진화하지 못하고 ‘진화적 불일치’가 되었다. 인간이 여전히 고대 환경에 적응해 있는 반면, 장내 세균은 도시화와 식단 변화로 인해 급속히 변형되었기 때문이다. 해당 불일치는 인간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면역계의 과잉반응, 만성 염증, 인슐린 저항성 등의 문제를 발생시키며 현대 질병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2019년 네이처지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비산업화 사회 사람들의 마이크로바이옴은 더 다양하고 건강한 구성을 지녔으며, 인간 속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는 인류의 식단 변화, 항생제의 이용, 위생 관념 변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의 면역 체계, 대사, 신경계에 걸쳐 상호작용한다. 대체적으로 초기 환경인 출산 방식, 모유수유 등이 마이크로바이옴 형성에 영향을 주며, 대표적으로는 비만, 자가면역 질환, 그리고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비만에 대해 알아보자면, 장내 세균은 지방 저장과 에너지 대사에 직접 관여하는데, 여기서 두 가지 미생물, ‘피르미쿠테스’와 ‘박테로이데테스’의 비율이 인간의 비만을 통제하기도, 발생시키기도 한다. 또한 과거와는 다른 식습관으로 인해 고지방, 고당류 식단이 많아지며 미생물의 다양성이 저하되었고, 이는 대사 균형을 무너뜨리는 현대의 대사 증후군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자가면역 질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면역계 조절에 필수이다. 인간은 유아기부터 미생물에 노출되어 면역 관용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대 사회의 발달된 의료로 인해 초기 미생물 노출이 줄어들었다. 현대 사회는 제왕절개, 분유 수유, 항생제 사용 등을 통해 장내 세균 불균형을 유발하며, 이는 크론병, 아토피, 1형 당뇨병 등 자가면역 질환에 인간을 노출시킨다. 블레서(Blaser)저의 도서 ‘사라진 미생물들(Missing Microbes)’에 의하면, 그는 ‘항생제 남용과 제왕절개 등 현대 의학이 미생물 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적으로 ‘장내 미생물의 감소는 천식, 알레르기, 당뇨병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미생물의 보존과 균형이 미래 건강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저술했다.
현대 사회에서 손상된 인간과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간의 공진화적 불균형은 아직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회복 가능한 상태이다. 이에 첫 번째로 제시되는 방법은 식이 습관의 개선이다.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과 발효식품은 미생물 다양성을 회복시키고 유익균의 성장을 도와 미생물의 다양성을 만든다. 두 번째는 프로바이오틱스의 섭취이다. 현대 의학은 인간에게 유익균을 보충할 수 있도록 발전해 왔기에 프로바이오틱스나 프리바이오틱스를 섭취함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미생물을 보충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항생제 사용의 최소화다. 현대 의학에서는 항생제를 남용하는데, 이의 사용을 최소화함으로써 마이크로바이옴의 손상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현재 마이크로바이옴의 치료법으로 대두되고 있는 대변 미생물 이식이 해결법으로 부상하기도 한다. 대변 미생물 이식이란 건강한 사람의 분변 속 세균과 다른 미생물을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적으로 인류는 인간과 마이크로바이옴의 공진화를 고려한 건강관리 방법과 예방의학에 주목하여 마이크로바이옴을 회복시켜야 한다.
장내 세균과 인간은 오랜 세월 함께 진화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형성된 이들의 균형은 인간 건강 유지에 핵심적이다. 하지만 산업화부터 현재까지의 큰 환경 변화는 이 균형을 깨뜨렸고, 더 나아가 현대 질병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인간의 진화적 시각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의 역할을 바라보는 것은 질병의 원인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며, 미래 의료에서도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마이크로바이옴의 복원과 조절을 연구할 때는 단순히 생물학적 접근이 아닌, 인류 진화와 건강을 통합적으로 이해하여 공생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즈덤 네이처]생화학이란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반응이나 생명현상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최근에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라고 하면 모두가 아는 정도로 진화론은 대중화되었습니다. 한 생물이 진화하는 것에 대한 증거로는 이를 구성하는 유전자나 단백질 등의 생화학적 특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생물체가 현재에 존재하기까지 어떤 내외부 환경을 겪어 진화를 했는지 고찰해보는 컬럼을 연재합니다. 위즈덤 아고라 김정서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로의 생화학 속 진화론의 세계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