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하지후 기자] 최근 호주에서 심부전으로 인해 생명이 위태로웠던 한 남성이 인공심장을 이식받고 100일 이상 생존한 후 최종적으로 심장 이식 수술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세계 최초로 인공심장만으로 100일 이상 생존한 사례로, 향후 인공장기 기술의 발전과 적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중요한 사건이다.
인공심장은 심부전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거나 심장 이식 수술을 받기 전까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의료 기기이다. 기존의 인공심장은 주로 기계적 펌프 시스템을 이용하여 혈액을 순환시키는 방식이었는데, 최근에는 자기 부상 기술(magnetic levitation)이 적용된 차세대 인공심장이 개발되고 있다. 이번에 사용된 BiVACOR 인공심장은 자기 부상 기술을 활용하여 혈액을 순환시키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심장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혈액을 펌프질 하는 기능을 수행하는데, BiVACOR는 내부에 회전하는 자기 부상 디스크(rotor)를 이용해 마찰 없이 혈액을 지속적으로 순환시킨다. 이는 기존의 기계적 펌프 방식보다 마모가 적고,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박동성 유출(pulsatile flow)과 연속성 유출(continuous flow)을 조절할 수 있어 환자의 상태에 맞춘 혈액 순환이 가능하다.
심혈관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약 1800만 명이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 특히, 심부전은 심장의 펌프 기능이 저하되어 신체 각 부위로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말기 심부전 환자들은 심장 이식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심장 이식을 필요로 하는 환자 수에 비해 기증자의 수는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2024년 기준 약 4,400명의 환자가 심장 이식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실제로 이식을 받은 환자는 약 3,500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기증자 부족 문제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상황이며,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심장을 구하지 못해 생명을 잃고 있다. 이 때문에 인공심장은 기증자를 기다리지 않고도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BiVACOR 인공심장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초기 타당성 시험을 마쳤고, 실제로 5명의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이번 호주의 사례처럼 100일 이상 생존한 사례가 나온 것은 인공심장 기술의 실질적인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향후 인공심장은 단순한 생명 연장 장치를 넘어, 보다 장기적인 대체 심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BiVACOR와 같은 차세대 인공심장은 소형화와 무선 전력 공급 기술을 결합해 환자의 삶의 질을 더욱 향상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하여 실시간으로 환자의 혈액 순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최적화하는 기능도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장기의 사용은 다양한 윤리적, 사회적 논쟁을 동반한다. 먼저, 인공심장이 널리 보급될 경우 장기 기증 문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인공심장이 기증 심장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지면 장기 기증의 필요성이 감소할 수도 있다. 이는 생명 윤리적으로 새로운 논의를 촉진할 수 있다. 또한, 인공심장은 비용이 상당히 높은 기술로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부유층 환자들은 최첨단 인공심장을 이용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 환자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치료법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의료 기관의 적절한 정책 마련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인공심장의 개발 과정에서 생명공학과 기계공학의 융합은 필수적이었다. 기존의 기계적 펌프 방식과 달리, 자기 부상 기술이 도입되면서 전자공학, 자기 역학, 생체재료공학 등의 다양한 학문이 결합되었다. 자기 부상 로터는 고속 열차에서 사용되는 기술과 유사하지만, 이를 인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생명공학적 접근이 필요했다. 이뿐만 아니라 인공심장의 표면 재료 역시 혈전 형성을 방지할 수 있도록 생체적합성 물질을 활용하여 개발되었다. 이는 생체재료공학과 나노기술의 발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기술이다. 앞으로도 인공장기 기술이 발전하려면 여러 학문 분야의 협업이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의료 기기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호주의 인공심장 생존 사례는 인공심장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심혈관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인공심장은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며 향후 의료 기술 발전에 따라 보다 널리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윤리적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도 병행되어야 하며 지속적인 연구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과학과 공학의 융합을 통해 의료 혁신이 지속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협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