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오민경기자] 오늘날 우리가 병원에서 쉽게 처방받는 약 하나를 개발하는데 까지는 최소 10~15년이 걸리고, 평균 1조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신약 개발 과정은 단순히 새로운 화합물을 발견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실험과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90%의 신약 후보 물질은 실패하며, 극소수의 약물만이 최종적으로 환자에게 전달된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으로부터 승인을 받기 위한 HLB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 또한 이 치열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HLB는 2023년 5월 해당 요법에 대해 신약허가신청(New Drug Application, NDA)을 제출했으나,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 제조 공정(Chemistry, Manufacturing and Controls, CMC) 및 임상현장 실사(Bioresearch Monitoring, BIMO) 문제로 인해 완전응답서한(Complete Response Letter, CRL)을 받으며 승인에 실패했다. 이후 2024년 9월 보완 자료를 제출했지만, 2025년 3월 FDA는 동일한 CMC 문제를 이유로 두 번째 CRL을 발행하며 재차 승인 불발을 통보했다. 이 사례는 신약의 효능과 안전성이 충분해도, 제조 공정의 신뢰성과 품질 관리 문제가 있으면 승인받기 어렵다는 FDA의 원칙을 보여준다. 앞으로 HLB와 항서제약은 CMC 보완을 통해 다시 NDA를 제출할 예정이며, 보완 수준에 따라 2개월(Class 1) 또는 6개월(Class 2)의 심사 기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AI와 빅데이터의 도입, 맞춤형 의학(Personalized Medicine), 나노기술을 활용한 약물 전달 시스템 등의 발전이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COVID19 팬데믹 동안 경험한 빠른 승인 절차는 전통적인 신약 개발 과정의 한계를 다시금 조명하였다.
후보물질 발견에서 임상까지의 과정
신약 개발의 첫 번째 단계는 특정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해 질환의 원인이나 진행에 관여하는 특정 타깃인, 치료 타깃(Drug Target)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HER2 수용체는 유방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밝혀졌으며, 이를 억제하는 허셉틴(Herceptin)이 개발되면서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에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연구진들은 유전체학(Genomics)과 단백질체학(Proteomics) 기술을 활용하여 이러한 타깃을 식별하고, 이들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타깃을 찾고 나면, 이를 조절할 수 있는 화합물을 규명하기 위해 수천 개의 후보 물질을 고속 대량 스크리닝(High-throughput Screening)기법을 사용한다. 항암제 개발 과정에서 연구진은 여러 화합물을 시험하여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물질을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구조-활성 관계(Structure-activity Relationship) 연구를 진행한다. 실제로 타깃 단백질의 3차원 구조 정보를 활용하여 컴퓨터 모델링 및 AI 기반 예측을 통해 유망 화합물을 최적화한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길리어드(Gilead)의 렘데시비르(Remdesivir)는 원래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되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가 확인되면서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았다.
이때 신약 후보 물질은 자연에서 추출하거나 합성할 수 있다. 자연에서 추출한 물질은 오랜 인류 역사 동안 치료제로 사용되어 왔다. 대표적인 예로 페니실린은 푸른곰팡이에서 발견된 최초의 항생제로 감염성 질환 치료에 혁명을 가져왔다. 그러나 자연에서 추출한 물질은 대량 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현대 신약 개발에서는 화학 합성을 통해 효능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줄이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아스피린은 버드나무껍질에서 발견된 살리실산을 화학적으로 변형하여 개발된 대표적인 합성 약물이다.
후보 물질이 발굴되면, 이를 실험실 환경에서 시험하는 전 임상 연구가 시작된다. 예를 들어, 암세포를 대상으로 한 세포 실험의 경우 후보 약물이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지, 또는 정상 세포에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확인한다. 카르투다는 면역관문억제제로, PD-1 단백질을 차단하여 암세포가 면역 시스템을 회피하지 못하게 한다. 초기 실험에서 PD-1 차단제가 종양을 줄이는 것이 확인되면서 개발이 가속화되었다. 최신 기술로는 장기-온-칩모델을 활용하여 인체 장기의 미세 환경을 모사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졌다.
시험관 실험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보인 후보 물질은 동물 모델을 통해 전신 반응과 장기 독성을 평가받는다. 쥐나 쥐의 유사한 동물 모델에서 약물의 혈당 조절 효과와 부작용을 분석한다.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은 1921년 프레더릭 밴팅과 찰스 베스트가 개를 이용한 실험에서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라는 것을 발견하면서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었다. 동물 실험을 윤리적인 문제가 따르지만, 최근에는 3D 바이오프린팅이나 AI기반 시물레이션과 같은 대체 기술도 적극 연구되고 있다.
임상 시험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로, 동물 실험을 통과한 신약 후보 물질이 실제 인간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받는 과정이다. 신약이 최종적으로 승인되어 환자에게 제공되기 위해서는 총 3단계의 임상 시험을 거쳐야 하며, 각각의 단계에서 철저한 검토가 이루어진다.
1상(Phase I): 안전성 및 용량 결정
1상 임상 시험의 주 목표는 신약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적절한 용량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통 20명에서 100명 정도의 건강한 지원자(이때 건강한 지원자란, 신체가 건강하고 특히나 해당 약물이 타겟하는 질환을 가지지 않은 사람을 뜻함)를 대상으로 시험이 진행되며, 경우에 따라 항암제처럼 심각한 질병을 대상으로 하는 약물은 환자들에게 직접 투여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약물의 약동학적 특성(Pharmacokinetics), 즉 신약이 체내에서 어떻게 흡수되고 분포되며 대사된 후 배설되는지를 분석하게 된다. 신약이 인체에 들어가면 혈류를 통해 여러 조직으로 분포되는데, 간과 신장에서 어떻게 대사되고 배출되는지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1상 시험에서는 최대 내약 용량(Maximum Tolerated Dose)을 결정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피험자들에게 신약을 저용량부터 투여한 후 점점 용량을 증가시키면서 부작용이 어느 지점에서 심각해지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시험자의 생리적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신약이 심혈관계, 신장, 간 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며, 혈압, 심박수, 간 효소 수치 등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2016년 프랑스에서 진행된 한 신경계 신약 후보 물질의 1상 임상 시험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여 참가자 한 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심각한 신경 손상을 입은 사례가 있었다. 이 사건은 1상 임상 시험에서조차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2상(Phase II): 효과 및 부작용 검증
1상에서 신약의 기본적인 안전성이 확인되면, 2상 임상 시험으로 넘어가게 된다. 2상에서는 실제로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신약을 투여하여 치료 효과를 평가하며, 동시에 더 많은 피험자를 대상으로 부작용의 발생 빈도와 심각성을 분석한다. 일반적으로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환자가 참여하게 되며, 신약을 투여받는 그룹과 위약(Placebo)을 투여받는 그룹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상 임상 시험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신약이 타깃 하는 질환에 실제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지를 검증하고, 장기간 복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있는지를 분석한다. 예를 들어,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할 경우, 2상에서는 환자들에게 신약을 일정 기간 투여한 후 혈당 조절 효과를 기존 치료제와 비교하게 된다.
2상은 다시 2a상과 2b상으로 나뉘는데, 2a상에서는 신약의 실제로 작용하는지를 소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탐색하고, 2b상에서는 더 많은 환자들에게 투여하여 최적의 용량을 결정하고 위약 또는 기존 치료제와 비교하는 연구가 이루어진다. Johnson&Johnson의 HIV 백신에 대한 남아프리카 여성 대상 임상 2b상 연구에서는 위약과 비교하여 HIV 발생률을 50% 이상 낮추는 주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2년 동안의 추적 관찰 결과, 이 연구에서 나타난 백신의 효능은 25%에 불과했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아 임상시험이 중단되었다. 반면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는 2상 임상 시험에서 PD-1 단백질을 차단하는 기전이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확인되었고, 이후 특정 암 환자들에게서 생존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결과를 보이며 신속한 승인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3상(Phase III): 대규모 검증
2상 임상 시험에서 신약의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었다면, 최종적으로 3상 임상 시험을 통해 더 광범위한 환자군에서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게 된다. 3상은 보통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신약이 실제 의료 환경에서 사용될 때도 안전하고 효과적인지를 검증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는 다양한 연령대, 인종, 생활 습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신약을 투여하고 기존 치료제와 비교하여 차별점을 분석한다. 3상 임상 시험은 보통 무작위 대조 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방식으로 진행된다. 피험자들은 무작위로 신약 투여군과 위약 또는 기존 치료제 투여군으로 배정되며, 이중 맹검(double-blind) 방식으로 진행되어 연구진과 피험자 모두가 누가 어떤 약물을 받았는지 모르게 한다. 이러한 방식은 연구의 객관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대표적인 3상 임상 시험 사례로는 COVID19 백신이 있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여러 제약사들이 진행한 백신 임상 시험에서는 다국적 3상 시험을 통해 다양한 인구 집단에서 백신의 효과를 평가했다. 화이자의 COVID19 백신은 3상 시험에서 95%의 예방 효과를 기록하며 신속 승인을 받았으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접종이 이루어졌다. 또한, 위암 치료제 트라스투주맙(허셉틴, Herceptin)은 HER2 양성 유방암 및 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 시험에서 생존율 증가 효과가 입증되었고, 이후 글로벌 항암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3상 임상 시험에서도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견될 수 있으며, 심각한 부작용이 확인될 경우 신약 승인이 보류되거나 개발이 중단될 수도 있다.
신약 승인 및 시판
3상 임상 시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그 신약은 각국의 규제 기관(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 EMA(European Medicines Agency), MFDS(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of the Republic of Korea))등의 검토를 거쳐 시장에 출시된다. 하지만 신약이 시판된 이후에도 장기적인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4상 임상 시험(Post-Marketing Surveillance)이 지속적으로 진행된다. 시판 후 감시를 통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견될 경우, 일부 약물은 시장에서 퇴출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류마티스와 관절염을 치료하는 소염진통제 바이옥스(Vioxx)는 3상까지 성공적으로 통과해 1999년부터 전 세계 80여 국에 널리 사용되며, 2004년에만 25억 달러, 한화 3조 원어치가 팔렸으나, 4상 감시 과정에서 장기간 복용 시 심장마비 및 뇌졸중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 확인되어 결국 같은 해 9월 30일 시장에서 철수되었다.
이처럼 임상 시험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필수적인 단계이며, 철저한 검증과 지속적인 감시를 통해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미래의 신약 개발: 혁신과 도전
신약 개발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과 과학적 발견을 통해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맞춤형 의학, 바이오의약품과 나노의약품 등의 발전은 기존 신약 개발 방식에 혁신을 불러오고 있다. 기존의 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수많은 화합물을 실험적으로 검토해야 했지만, AI는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유망한 신약 후보 물질을 빠르게 선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생명공학 기업 인실리코 메디신(Insilico Medicine)은 AI를 이용해 새로운 섬유증 치료제 후보 물질을 단 46일 만에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신약 개발 방식이라면 수년이 걸렸을 과정을 AI가 획기적으로 단축한 것이다. 또한, 구글의 딥마인드(DeepMind)가 개발한 AlphaFold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 모델로, 이를 활용하면 특정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신약을 훨씬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AI는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임상 시험에도 활용되고 있다. 예측 분석을 통해 어떤 환자 그룹이 특정 약물에 더 잘 반응할지 분석할 수 있으며, 임상 시험 디자인을 최적화하여 성공 확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윤리적 문제, 비용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존재한다. AI의 경우, 알고리즘의 편향성과 신뢰성 문제,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호 등 아직 해결해야 할 윤리적 문제들이 남아있다.
맞춤형 의학 & 약물 유전체학
같은 약물이라도 사람마다 체내 약리학적 동태가 달라, 환자 개별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체중, 신장 기능, 나이, 인종 등 환자마다 다른 신체적 특성은 약물의 흡수, 분포, 대사, 배설(Absorption, Distribution, Metabolism, Excretion, ADME)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약물은 표준 용량 하나로 처방되는 경우가 많아, 치료 효과가 부족하거나 부작용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환자 맞춤형 치료(Personalized Medicine)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맞춤형 의학과 약물 유전체학(Pharmacogenomics)은 환자의 유전적 특성과 생리적 조건을 고려해 최적의 약물을 설계하고 처방하는 접근 방식이다. 같은 질병이라도 환자마다 유전적 요인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치료는 기존의 획일적인 치료보다 더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는 약물 배설이 느려져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는데, 이를 고려한 맞춤형 용량 조정이 필요하다. 또한 유전자 변이에 따라 약물 대사 속도가 달라질 수 있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용량을 조절하거나 대체 약물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약물 유전체학은 항암제, 심혈관계 약물 등에서 이미 임상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수 환자군(소아, 고령자, 비만 환자 등)을 위한 맞춤형 용량 설계에는 생리학적 기반 약물동태학(Physiologically Based Pharmacokinetics, PBPK) 모델링이나 약물동태학/약력학(Pharmacokinetics/Pharmacodynamics, PK/PD) 시뮬레이션 같은 분석 기법이 활용된다. 또한, 미세생리학적 시스템(Microphysiological Systems, MPS) 기술은 동물실험을 대체하면서 인간의 PK/PD 반응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항응고제 와파린(Warfarin)은 개인마다 대사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약물 유전체학 검사를 통해 개개인의 맞춤 용량을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향후 의료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정밀 치료 전략은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약물 개발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향상할 수 있는 핵심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나노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
나노기술을 활용한 나노의약품(Nanomedicine)과 바이오의약품(Biopharmaceuticals)은 기존의 화학 합성 의약품과 차별화된 신약 개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나노의약품은 나노입자(nanoparticle)를 활용하여 약물을 특정 부위로 정밀하게 전달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화학항암제의 경우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부작용이 크지만, 나노입자를 활용하면 암세포에만 약물을 집중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 치료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유전자 치료(Gene Therapy) 기술도 바이오의약품의 중요한 분야로 성장하고 있다. 특정 유전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유전자를 직접 조작하는 방식으로, CRISPR-Cas9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하여 유전적 결함을 수정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임상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오랜 연구와 윤리적 검토가 필요하다.
신약 개발의 윤리적 도전
신약 개발의 혁신이 그 어느 때 보다 가속화되면서, 윤리적 문제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AI 기반 신약 개발에서 AI 알고리즘의 편향성 문제는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AI는 훈련 데이터에 따라 편향된 결과를 측정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특정 집단에 대한 신약 개발에서 형평성을 저해할 수 있다. 즉 신약 개발에서 AI가 데이터를 분석할 때, 특정 성별이나 인종, 연령대의 데이터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이 그룹들에 적합하지 않은 신약을 개발하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유전자 치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생명윤리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지만, 이러한 기술이 인간의 유전적 특성을 조작하는 데 사용될 경우 윤리적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2018년 중국의 과학자가 CRISPR을 이용해 유전적으로 HIV 면역력을 가진 쌍둥이를 탄생시킨 사례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이후 유전자 편집의 윤리적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또한, 희귀 질환 치료제의 높은 비용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일부 희귀 질환 치료제는 단 한 번의 투여로 치료 효과를 보이지만,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높은 비용으로 인해 환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예시로,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인 졸겐스마(Zolgensma)는 1회 투여 비용이 210만 달러(약 28억 원)에 달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가 규제, 정부 지원, 제약사의 사회적 책임 등이 중요한 논의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약 개발은 수많은 실패와 혁신을 반복하며 진화해 왔다. 과거에는 신약 개발에 수십 년이 걸렸다면, AI, 맞춤 의학, 나노기술 등의 발전으로 인해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신약이 환자들에게 더 빠르고 안전하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연구뿐만 아니라 정책적 지원과 윤리적 합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AI와 유전자 치료 같은 혁신 기술이 의료 분야에 적용됨에 따라, 신약 개발의 방식이 기존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형평성, 비용, 윤리적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새로운 치료법이 모든 환자에게 혜택을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앞으로의 신약 개발은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기술과 윤리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연구와 정책이 발전해야 하며, 이를 통해 신약 개발이 더욱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위즈덤 네이처]약리학이란 생체 내에서 약물이 작용하는 방식이나 그 효과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다양한 약물을 개발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개인 맞춤형 약과 신약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약리학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약리학은 생명과학과 화학이 결합된 흥미로운 분야로 인류의 건강과 직결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오민경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를 통해 약리학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탐구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