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네이처]본능으로 시작된 치장, 사회로 퍼진 의미: 역사, 생물학, 신화로서의 장식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치장은 언제부터 있었을까?

인간과 유사한 동물의 치장: 생물학적 장식에서 이유를 찾다.

치장의 여러 이유에 대하여

남성 치장을 150년 전에 설명한 다윈의 진화 이론에 대하여

[위즈덤 아고라 / 김정서 기자] 결혼식의 클라이맥스는 무엇인가? 나는 신랑 신부의 반지 교환식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식에서 주례의 말에 따라 신랑과 신부는 반지를 주고받는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행위의 의미를 알지 못한 채 그저 문화나 사회적 의례의 하나로 치부한다. 반지는 동서고금을 가릴 것 없이, 목걸이, 팔찌 등과 함께 장신구의 대표격이다. 혼인 때의 반지 교환은 사실상 인간의 본능에서 비롯된, 고대 시절부터 시작된 행위이다. 

우리나라의 유물을 보면 신석기시대부터 치장을 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신석기시대 유적에서 옥석(옥이 들어있는 돌)을 갈아 만든 관옥(구멍을 뚫은 짧은 대롱 모양의 구슬로 주로 목걸이에 사용)이나 짐승의 뼈로 만든 목걸이 장식이 발견되기도 하는 등 우리나라의 장신구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다. 『구당서舊唐書』나 『동이전東夷傳』에는 신라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틀어 올리고, 화려한 색깔의 장식으로 머리를 꾸몄다고 기록되어 있다. 실제로 삼국시대 무덤에서도 귀고리, 목걸이, 팔찌, 반지 등 다양한 장신구가 발견되어, 당시 사람들이 외모를 아름답게 꾸미는 데 큰 관심을 가졌음을 보여준다.

<출처: 부산일보, 옥석을 갈아 만든 관옥의 이미지>

2015년 크로아티아 자연사박물관의 고고학자들과 미국 캔자스대학 인류학자들은 약 100년 전 크로아티아의 한 지방에서 발굴된 목걸이가 현생 인류의 조상인 네안데르탈인이 착용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13만 년 전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장신구는 독수리 발 뼈로 만들어진 목걸이이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역시 목걸이를 만들었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 지금까지 발굴된 호모 사피엔스 목걸이 중 가장 오래된 것은 7만 5천 년쯤 오늘날의 아프리카 남아공 인도양 쪽 연안의 동굴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이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한 동굴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체동물의 뼈에 구멍을 내어 이를 끈으로 연결해 착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나타난 게 대략 10만 년 전이니, 현생 인류는 탄생 초기부터 목걸이를 비롯한 장신구를 만들었다고 추정 가능하다.

<출처: 한국고고학콘텐츠연구원, 네안데르탈인이 만든 독수리 발 뼈 장신구의 이미지>

자신의 얼굴에 하는 치장인 화장 또한 먼 과거부터 시작되었다. 인류가 처음 화장을 시작한 것은 약 5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들은 네안데르탈인이 거주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스페인의 무르시아 섬에서 노란색 색소와 붉은 파우더가 든 조개껍데기를 발굴했다. 이 조개껍데기는 식용 조개껍데기와 달리 물감을 섞고 저장하는 용기로 사용되었으며 반짝반짝 빛나는 검은 광석 가루가 섞인 빨간색 파우더 또한 함께 발굴되었다. 현대처럼 화장이 본격적인 발전을 통해 꽃을 피운 시기는 이집트 시대이다. 이 시기의 화장은 종교적 의식과 신체 보호라는 목적을 위해 시작되었다. 하지만 점차 외모를 치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바뀌면서 결국에는 클레오파트라 여왕 시대에 들어와 정점을 찍었다. 클레오파트라의 피부 관리와 화장 기법의 일부가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당시 화장 기술이 현대와 유사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출처: 국제신문, 네안데르탈인이 활용한 조개껍데기 화장 도구>

네이처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고대 로마 여성들도 현대 여성들 못지않은 품질의 화장품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국 브리스톨대의 리차드 에버쉐드 교수팀이 이 크림의 내용물을 분석한 결과, 녹말과 동물지방이 각각 40% 정도 들어있었다. 녹말은 지방의 번들거리는 느낌을 줄이기 위해 넣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오늘날 화장품에서도 녹말이 같은 용도로 쓰여서 더욱 놀라움을 자아낸다. 

여러 장신구들은 인류와 오랫동안 함께 있었다. 반지보다 착용이 편하고 타인의 눈에 띄기 쉬운 목걸이는 거의 현생 인류의 출현과 동시에 만들어졌다. 장신구는 표면적으로는 장식의 일환이지만 인류 탄생과 역사를 함께 한다는 사실이 장식이 인간의 본능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뭔가를 치장하거나 꾸미며 몸에 착용하는 등의 행위가 자연스레 받아들여지는 것은 인류의 DNA에 장식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장식의 동물’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지능이 뛰어난 데다 손발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등 장식을 위한 좋은 여건을 갖춘 탓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치장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생물학자들의 관찰에 따르면, 여러 동물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치장 혹은 장식을 한다. ‘생물학적 장식’은 특히 조류에서 두드러지는데, 이는 화려한 수컷 공작새의 깃털에서 볼 수 있다. 공작새의 깃털은 자신의 생존, 즉 먹이를 구하고 적으로부터 도망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특징은 자손 번식을 목표로 한 암컷을 향한 구애로서는 없어서는 안 될 큰 영향을 미친다. 수컷 공작새의 깃털이 화려할수록 더 많은 암컷으로부터 주목을 받는데, 이는 실제 수컷의 건강 여부나 힘과 관계없이 화려함이 더 강한 수컷의 상징으로 암컷들에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출처: 나무위키, 화려한 깃털을 가진 공작새의 이미지>

번식에서는 공작새 암컷이 갑이고 수컷이 을이다. 자손 번식을 위해 상대의 환심을 사야 하는 쪽은 대부분 수컷이라는 얘기이다. 사람의 장식 혹은 치장이 동물과는 다른 차원이지만 사람들도 동물들의 생물학적 장식 원리에서 전적으로 예외일 수는 없다. 요즘 들어 많은 남자들도 ‘풀 메이크업’을 한다.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혀를 차는 사람도 있지만,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에 따르면 화장하는 남자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그리고 올바른 인간 진화의 방향이다. 150년 전 다윈은 ‘수컷이 화려하게 몸을 치장하는 이유는 암컷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라는 이론을 제시한 바 있다. 해당 이론은 생존이 아닌 번식을 위한 투쟁인 ‘성 선택(Sexual Selection)’의 개념을 통해서 설명했다. 미국의 저명한 조류학작인 리처드 프럼 예일대 조류학과 교수는 30년 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사례를 총동원해 다윈의 성 선택 이론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이들의 연구와 이론은 살아남는데 쓸모없어 보이는 ‘아름다움’이 실은 종족의 번식을 떠받치고 진화를 추동하는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치장은 오직 자신의 외모를 돋보이게 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장신구 착용이나 여러 치장은 심미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깃털이 화려한 공작새가 아름답듯, 멋진 귀걸이나 팔찌를 손목에 찬 연예인들의 외모는 왠지 더 돋보이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남성이나 여성이 장신구를 몸에 다는 건 이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사람은 속내가 매우 복잡한 동물이기에 치장이나 장식의 숨은 뜻을 밝혀내기 쉽지 않아서 인간에게 있어서 장식이 일정 정도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주장은 배제하지 못하지만, 치장의 다른 이유가 존재한다는 것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화인류학자들은 치장의 일종인 문신이 정체성 강화나 확인의 성격이 짙다고 말한다. 문신을 남에게 내보이고 싶은 의도도 있지만, 그 못지않게 스스로 어떤 문신을 함으로써 자아를 규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주술이나 종교 차원에서 문신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있어 문신은 가치 혹은 신념 체계를 반영하는 치장이라는 것이다. 장신구 착용은 넓은 의미에서 문신과 같은 성격을 가진 치장이라고 할 수 있다. 장신구로써 혼인 반지는 기혼자라는 표시, 즉 나름의 정체성을 표시한다. 또한 부호들이 착용하는 고가의 반지는 부를 과시하는 징표이기도 하다. 값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나 목걸이 같은 것들이 이런 예에 속한다.

<출처: 한의신문, 정체성을 나타내는 문신을 받는 이미지>

현대의 치장은 의사 표시의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장신구의 착용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치장은 문화를 뛰어넘어 보다 폭넓게 사람들의 일상에 침투해 있다. 팔찌, 귀걸이, 목걸이, 허리띠, 스카프, 브로치, 단추 같은 장신구마저도 치장의 일부이다. 개개인들은 장식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표출한다. 여러 색깔과 형태를 한 리본은 조의를 표하는데 활용되기도 하며, 때로는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의사 표시 수단이 되기도 하다. 이런 까닭으로 장신구 착용이나 장신구 치장에 대한 시선이 오직 미적 차원에서만 머무른다면 그것은 치장의 이유를 극히 일부만 본 것이다. 동물들의 화려한 깃털이나 비늘 색깔이 단순한 치장이 아니라 성공적인 자손 번식을 위한 갈구이자 염원인 것처럼 말이다. 

인간에게 장신구 착용이나 장식은 오직 ‘겉멋 부리기’로 제한할 수 없다. 장신구 착용이나 장식의 숨은 뜻은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종교적, 정치적 소속감을 표출하는 등 넓은 의미에서 인간의 생존방식으로 활용되어 왔다. 동물들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차원 높은 인간 특유의 이런 장식 생존 양태는 이미 우리의 DNA에 각인돼 있다. 저마다 표출 방식은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장식 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다.

[위즈덤 네이처]생화학이란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반응이나 생명현상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최근에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라고 하면 모두가 아는 정도로 진화론은 대중화되었습니다. 한 생물이 진화하는 것에 대한 증거로는 이를 구성하는 유전자나 단백질 등의 생화학적 특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생물체가 현재에 존재하기까지 어떤 내외부 환경을 겪어 진화를 했는지 고찰해보는 컬럼을 연재합니다. 위즈덤 아고라 김정서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로의 생화학 속 진화론의 세계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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