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네이처]꿈의 의미를 해부하다: 뇌과학이 밝히는 놀라운 이야기
[ 위즈덤 아고라 / 이수아 기자] 인간과 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생존과 직결되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잠. 꿈에서 우리는 마라톤을 뛰는 듯 헐떡이며 깨어나거나, 구름 위를 날아보던 순간 침대 매트리스에 휘말려 고꾸라지기도 한다. 먼 조상님이 꿈에서 불러주신 로또 번호가 인생을 바꿨다는 이야기나, 꿈에서 들은 멜로디를 재연한 노래, 비틀스의 ‘Yesterday’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 등 꿈이란 기묘한 밤의 여행은 인류를 사로잡아왔다. 의중을 알 수 없는 상황, 생생한 감정, 엉뚱한 이야기로 가득 찬 꿈은 우리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이 모든 게 무슨 뜻인지 되묻게 한다. 꿈이란 정확히 무엇이며, 우리 뇌는 꿈을 꾸는 동안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꿈은 단순히 뇌의 무의미한 활동이 아니다. 최근 뇌과학 연구를 통해 꿈이 뇌가 기억을 재정비하고 감정을 처리하는 중요한 과정임이 밝혀졌다. 수면 중 뇌는 낮 동안 받은 정보들을 정리하고, 중요한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한다. 또한, 꿈속에서 우리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
그렇다면 꿈이란 뭘까? 꿈은 단일한 상태가 아닌 각기 다른 수면 단계를 거치는 활동이다. 뇌파 패턴과 생리적 변화에 따라 구분되는 이 단계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속히 비렘수면이라고 불리는 비급속안구운동 수면 (NREM)이고, 두 번째는 렘수면이라고 불리는 급속안구운동 수면 (REM)이다.
사람이 잠을 자기 위해서는 비렘수면 단계를 지나, 렘수면 단계를 가져야 한다. 총 4단계로 세분되는 비렘수면은 느려지는 뇌파와 감소하는 근육 활동을 특징으로 한다. 우리가 1단계 비렘수면에 빠지면서 뇌파는 깨어있는 상태의 13~30Hz 베타파(beta waves)에서 더 느린 4~8Hz의 세타파 (theta waves)로 변화한다. 1단계 비렘수면은 보통 5-10분 내외로 지속되는데 이때는 아직 의식이 남아있어 부드러운 소음이나 움직임에도 쉽게 눈을 뜨게 된다. 2단계 노렘수면에서는 뇌파가 훨씬 더 느려지고 짧은 전기 활동 폭발인 수면방추 (sleep spindles) 현상이 나타난다. 약 20분간 지속되는 이 단계에서는 주변 환경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며, 체온 역시 떨어진다. 이때 호흡과 심박수는 규칙적으로 느려진다. 마지막으로 깊은 수면이라고도 불리는 3단계 노렘수면은 가장 느린 뇌파 델타파 (delta waves)와 근육 이완을 동반한다. 수면 시작 후 20~30분 정도가 지나면 세타파와 함께 델타파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다 수면 4단계에 접어들면 델타파가 5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일반적으로 3, 4단계의 수면은 섞여서 나타나기 때문에 통칭해 서파수면이라고 하며, 이때 깊은 수면의 상태가 30~40분 정도 지속된다. 수면 4단계 이후에는 다시 3단계, 2단계로 돌아가는데 여기까지를 비렘(REM) 수면이라 하며 총 90~100분 정도가 소요되고, 이후에는 1단계가 아닌 렘(REM) 수면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상태에서는 잠을 깨는 것이 쉽지 않으며, 신진대사 활동이 감소 및 성장호르몬 분비가 증가한다.
노렘수면은 신체 회복과 기억 융합에 필수적이지만, 꿈은 렘수면에서 전개된다. Rapid eye movement (REM), 감긴 눈꺼풀 아래 빠르게 움직이는 눈동자 때문에 이름이 붙여진 렘수면은 모순적인 상태를 나타낸다. 활발한 눈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골격근은 마비되어 근육 무긴장증 (muscle atonia)이라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 메커니즘으로, 우리가 꿈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게 하는 현상이다. 흥미롭게도 렘수면 중 뇌 활동은 깨어있는 상태와 매우 유사하다. 깊은 수면의 특징인 느리고 둥근 델타파는 깨어있는 상태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한 빠르고 불규칙한 베타파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이때 감정 처리가 더욱 활발해지고 뇌의 감정 중추인 변연계 (limbic system) 활동이 증가하지만, 대신 논리적 사고, 자기 인식 및 의사 결정과 같은 고차원적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 피질과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활동이 감소한다. 변연계의 활동이 현저하게 증가한다는 것은 꿈이 뇌가 정서적 기억을 강화하고 처리하는 방식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기억의 중심지인 해마 활동이 감소함으로써 뇌는 기존 기억을 강화하고 불필요한 세부 사항을 제거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이 과정은 꿈이 사실적 정확성보다 감정적 공명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왜 꿈의 내용이 비논리적이거나 초현실적인 특징을 띄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우리 꿈의 내용은 종종 무의식을 나타내기도 한다. 방대한 생각, 감정, 기억은 무의식 안에 존재하지만,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꿈은 해결되지 않은 갈등, 숨겨진 욕망, 그리고 표면 아래에 잠재하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표면화할 수 있다. 정신분석학의 아버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획기적인 연구는 무의식을 이해하는 데 있어 꿈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프로이트는 꿈속의 상징과 은유를 해독함으로써 억압된 욕망과 불안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 신경과학은 프로이트의 이론을 완전히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꿈 내용에서 무의식의 역할을 인정하고 있다.
🧑: 악몽을 꿔요, 그만 꾸고 싶어요!
👩: 저는 가위에 자주 눌리는데, 의미가 있는 걸까요?
이번엔 가장 흔한 꿈의 종류, 악몽에 대해서 얘기해보려 한다. 악몽을 꿔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이 악몽이라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꿈과 달리 개개인의 공포, 불안 또는 괴로움과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악몽의 배후에 있는 신경화학적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편도체를 들여다봐야 한다.
편도체는 대뇌변연계에 위치하는 작은 아몬드 모양의 뇌부위로, 이 부위는 감정, 특히 공포와 위협 감지를 처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꿈이 가장 생생한 렘수면 동안 편도체는 과활동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때 바로 편도체가 악몽 생성의 핵심 요인이 되는 것이다. 노르에피네프린 (norepinephrine)이라고도 알려진 신경전달 물질 노르에피네프린은 심박수, 경계심을 높이고 신체를 행동 준비 상태로 만들어준다. 이러한 ‘싸울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 반응은 실제 위험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편도체의 높아진 공포 처리와 결합되면 악몽의 공포감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또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인들이 악몽의 빈도와 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트레스와 불안: 높은 스트레스나 불안을 경험하면 수면습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라우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는 비슷한 공포감과 무력감을 불러 일으키는 악몽을 나타낼 수 있다.
약물: 일부 항생제와 호르몬 차단제를 포함한 특정 약물은 부작용으로 악몽을 유발할 수 있다.
수면 장애: 수면무호흡증 이나 불규칙한 수면 패턴과 같은 수면방해는 악몽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물질 남용: 알코올 및 마약 금단 증상은 악몽을 유발할 수 있다.
악몽은 특히 3~8세 사이의 어린 아이들에게 가장 흔하다. 아이들이 정서 조절 기제를 발달시키고 세상에 대한 이해가 굳어짐에 따라 악몽의 빈도와 강도는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악몽은 언제든지 꿀 수 있으며, 개개인의 상태와 수면 습관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앞서 알아본 악몽과 같이 수면과 관련된 증후군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수면 마비, 기면증, RBD 등 생소한 증후군이 존재하지만 그중 꿈을 꾸지 못하는 ‘샤르코-빌브란트 증후군’ (Charcot–Wilbrand syndrome)에 대해서 얘기해보려 한다.
19세기, 신경학의 거목이었던 장-마르탱 샤르코와 헤르만 빌브란트는 ‘일생동안 꿈을 꾸지 않았다’는 현상을 처음으로 기록한 두 선구적인 과학자였다. 샤르코는 히스테리 연구와 지그문트 프로이트와의 협업으로 유명한 거물이었고, 빌브란트는 시각은 온전함에도 불구하고 물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시각실인증 (visual agnosia) 연구에 헌신하였다. 이윽고 두 사람의 환자 관찰을 통해 획기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뇌졸중을 겪은 후 꿈을 꾸는 능력을 잃었다고 보고한 환자들이 존재한 것이다. 이들은 렘수면을 포함한 정상적인 수면 패턴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꿈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증언했다.
샤르코-빌브란트 증후군, CWS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은 현대 신경과학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뇌졸중, 출혈, 외상, 일산화탄소 중독과 같은 급성 뇌 손상 사례가 CWS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뇌 조직의 종양 성장과 같은 느리게 진행되는 질병이나 뇌량의 태아 발달 이상도 이 증후군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 병 및 터너 증후군 환자들 역시 CWS를 경험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손상 부위는 대체로 측두엽 양쪽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확한 위치는 아직까지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으며, 과학자들은 “후두엽 뒤쪽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급성기 병변”이라고 요약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라고 밝혔다. 꿈 이미지의 완전한 상실이나 억제를 경험하는 환자들 역시 출혈, 혈전, 외상과 같은 급성 뇌 병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WS 환자들의 경우 REM 수면 자체는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병변으로 인해 감각 시스템의 활성화가 저하되어 꿈 형성 과정에 기여하는 부분이 감소한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측두엽 손상은 PGO 파동 (Ponto-Geniculo-Occipital waves)에 의해 생성되는 정상적인 활성화를 변화시켜 시각 시스템의 활성화를 억제할 수 있다. 또한 기억 형성 경로의 손상은 환자가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 CWS의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았지만, 인지 재활, 약물 복용 등이 개선의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꿈 연구 분야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fMRI(기능적 자기 공명영상)와 EEG(뇌전도)와 같은 기술 발전은 과학자들이 수면 중 뇌 활동을 전례 없는 세부 사항으로 지도화할 수 있게 한다.
fMRI, 기능자기공명영상법은 뇌 활동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강력한 뇌 영상 기술이다. 뇌는 활동할 때 더 많은 산소와 포도당을 필요로 한다는 원리를 이용하여 혈류 변화를 감지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뇌 활동이 왕성한 부분일수록 피가 더 많이 몰려드는 것이다. fMRI는, 복잡한 약물이나 방사성 동위원소를 사용하지 않고도 뇌 활동을 관찰할 수 있으며 사람이 잠든 상태에서도 뇌의 혈류 변화 활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fMRI를 통해 자는 동안 스캔된 뇌 활동은 렘수면 동안의 뇌 활동과 다른 수면 단계 (또는 기상 상태) 뇌 활동과 비교한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꿈과 특별히 관련된 뇌 영역을 파악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fMRI를 통해 다리뇌,, 시상, 편도체, 기저핵, 전피질, 후두엽 피질 등으로 이루어진 신경망에서 혈류량과 산소 소비량이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냈으며 현재까지 많은 뇌 검사나 연구에 쓰인다. 앞서 말한 CWS 환자 연구에서도 fMRI를 통해 후두엽 피질의 활성화를 파악할 수 있다. CWS 환자 연구에서 수면 중 전두엽 활동의 현저한 감소를 알 수 있었고 이는 꿈에서 시간 인식, 통찰력, 기억력이 저하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이렇듯 fMRI를 이용한 연구 결과를 환자 분석에 적용하면 더 정확한 연구가 가능하다.
다른 뇌분석 기술로는 ‘뇌파 검사 (electroencephalography, EEG)’가 존재한다. EGG는 머리 위에 전극을 붙여 뇌에서 나오는 미세한 전기 신호를 직접적으로 감지한다. fMRI와는 달리 EEG는 훨씬 빠른 속도로 뇌파 변화를 추적할 수 있어, 꿈꾸는 동안 일어나는 순간적인 뇌 활동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마치 라디오처럼 뇌파도 주파수에 따라 종류가 있다. EEG 연구는 수면 단계별로 다른 패턴의 뇌파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렘수면 동안에는 ‘세타파 (theta wave)’라고 불리는 특징적인 뇌파 패턴이 나타난다. 이 세타파는 꿈 생성과 기억 융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EEG는 수면방추 현상(sleep spindle)이라는 짧은 뇌파 폭발 현상도 감지할 수 있다. 다만 EEG의 첫 번째 단점은 공간 해상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마치 지도에서 국가 전체만 볼 수 있을 뿐 도시 내부의 구역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것처럼, EEG는 뇌파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정확히 알려주기 어렵다. 두 번째 단점은 외부 자극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근육 움직임이나 눈 깜짝임과 같은 사소한 움직임에도 뇌파 신호가 왜곡될 수 있다.
하지만 EEG의 진정한 가치는 fMRI와 함께 사용될 때 드러난다. 최근 연구에서는 fMRI와 EEG를 함께 사용하여 ‘자각몽’의 신경적 상관관계를 조사하는 데 성공했다. 자각몽은 꿈속에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꿈 내용을 어느 정도 조종할 수 있는 상태이다. 또한 fMRI와 EEG가 생성하는 복잡한 데이터 세트를 분석하기 위해 기계 학습 알고리즘이 사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뇌 활동과 꿈 내용 사이의 미묘한 패턴과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꿈 연구는 단지 무의식의 세계의 신비를 벗기는 것만이 아니다. 우리의 정신 건강에 대한 이해를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잦은 악몽이나 렘수면 부족과 같은 꿈 패턴의 이상은 불안, 우울증, PTSD와 같은 다양한 정신 질환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꿈 세계를 더 깊이 파고들어 과학자들은 이러한 질환에 대한 새로운 진단 도구와 치료 접근법을 개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어서 스탠퍼드 대학의 신경과학자인 데이비드 이글만 (David Eagleman)은 꿈에 대한 흥미로운 이론을 제시한다. 꿈은 시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인 시각피질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이론은 인간의 뇌가 극도로 적응력이 뛰어나 ‘신경 가소성’이라는 능력을 통해 특정 영역이 새로운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글만은 뉴런들이 생존을 위한 경쟁을 벌인다고 설명한다. 일생의 경험들은 뇌 지도를 재구성하고, 뉴런들은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며 지속적으로 방어한다는 이야기이다.
이글만은 건강 문제로 인해 뇌의 절반을 제거했지만, 정상적인 뇌 기능을 되찾은 아이들의 사례를 언급한다. 제거되고 남은 뇌는 스스로 재조직되어 사라진 부분의 역할을 떠맡는다. 시력이나 청력을 잃은 사람들은 남은 감각에서 더 높은 민감성을 보이는데, 이는 잃어버린 감각에 의해 사용되었던 뇌 영역이 다른 감각에 의해 점령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조직은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2007년과 2008년 하버드 의대의 로트피 메라벳과 그의 동료들이 발표한 연구는 이러한 점령이 얼마나 빨리 일어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연구에서는 눈 가리기를 착용한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쓰이지 않는 뇌 영역이 다른 감각에 의해 침식되는 과정이 약 90분 만에 시작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잠에 빠진 지 약 90분 후, 우리는 REM 수면에 들어간다. 뉴런들의 활동은 첫째, 주요 근육을 마비시켜 잠자는 사람이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게 한다. 또한, 꿈을 시작하는 시각피질로 직접 메시지를 보낸다, 이글만은 왜 REM 수면이 이러한 습성을 따르는지 그 이유를 제시한다. 뇌 시각피질이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시작해야 할 때, 꿈은 이에 따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꿈을 꾸는 사람들의 뇌 스캔 결과 REM 수면과 관련된 뇌 활동 대부분이 시각피질 내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글만은 꿈은 다른 감각들의 침탈과 싸우는 뇌의 방식이며, REM 활동은 시각피질의 영역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내부적으로 생성된 활동을 촉발한다고 주장한다. 시각피질의 뉴런들이 습관적인 작업, 즉 시각 이미지 생성을 활발하게 수행하는 한, 인근의 다른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뉴런들에게 억압당하지 않게 된다.
이글만은 뇌가 더 가소성일수록 방어를 위해 더 많은 렘수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영유아는 제대로 발달하기 위해 많이 잠을 자야 하며, 거의 50%의 시간을 렘수면에 소비한다. 하지만 대게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뇌가 덜 유연해진다. 동시에, 성인들은 렘수면으로 보내는 시간이 적다. 이렇듯 이글만은 적응력과 렘수면 사이의 상관관계는 종 (specie) 간에서 유지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태어날 때 종의 습관과 뇌가 더 적게 연결되어 있을수록 경험에 적응하고 배우는 능력이 더 강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새끼 사슴과 송아지는 태어난 후 몇 시간 만에 걸을 수 있는데, 이는 행동이 뇌에 미리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변화가 용이하고 적응력이 뛰어난 뇌를 가진 인간 아기는 뇌가 미리 연결되어 태어나는 동물들보다 훨씬 더 많은 렘수면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자들 중 일부는 이글만의 가설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 예로 장님두더지쥐가 시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렘수면을 경험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몇몇 진화 적응은 동물들이 진화함에 따라 유용성이 떨어지면서 과거에 유용했던 특징의 잔여 현상일 수도 있다. 따라서 장님두더지쥐는 시력 없이 진화함에 따라 렘활동을 잃을 필요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몬트리올 대학교의 안토니오 자드라 (Antonio Zadra) 교수는 이글만의 이론이 “실제 꿈과 거의 관련이 없으며 꿈 자체에 대해서는 거의 설명하지 않는다”며 “나와 실제 이 분야에서 일하는 많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리석고 지나치게 환원주의적이며 단순하다”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이자 국제 꿈 연구 협회 전 회장이며 《수면 위원회》의 저자인 디드로 레 바렛(Deirdre Leigh Barrett)은 이글만의 가설을 보다 관용적으로 받아들인다. “더 똑똑한 동물과 더 복잡한 뇌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며, 뇌 지도를 방어하는 꿈에 대해서는 “시각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약간 더 어려움이 있지만 흥미롭다”라고 말한다.
정말 이처럼 꿈은 단순히 뇌 영역들의 다툼에서 비롯되는 산물일까? 아니면 그 너머에 훨씬 더 복잡하고 미스터리한 메커니즘이 작용하는 것일까? 아직까지 꿈에 대한 완벽한 해답은 찾지 못했지만,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은 꿈의 신비로운 베일에 빛을 비추고 있다. 앞으로 더 발전된 뇌 영상 기술과 심리학적 연구 방법을 통해 꿈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꿈은 단순한 휴식의 산물이 아닌, 잠재의식과 창의성을 탐험하는 놀라운 여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함께 우리는 언젠가 꿈의 진정한 의미를 해독하고, 잠재의식의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위즈덤 네이처] 자연과학의 지식을 동원하여 뇌과학과 정신건강, 심리를 비추는 새로운 시리즈, 이수아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의 시작을 알립니다. 복잡한 세상살이와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데 과학이 어떻게 호기심을 풀어나갈지, 일상에서 만나보는 궁금했던 과학의 세계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