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 사회는 ‘죽음’을 어떻게 맞아야 할까?

< Illustration by Hae jin Choi (최해진) >

[객원 에디터 6기 / 김정윤 기자] 죽음은 인간의 생노병사에서 중요한 여정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개발한 ‘죽음의 질 지수’는 죽음을 앞두고 갈 수 있는 병원의 수, 치료 수준, 의료진 수 등 20가지 항목으로 ‘죽기 좋은 나라’를 평가했다. 2010년 대한민국은 40개국 중 32위를 차지했고, 지난 2015년 18위를 기록했다.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선진국이지만 우리나라의 죽음의 질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이상적인 죽음의 실질적으로 심장이 멈춘 순간부터라는 의학적 죽음과 환자가 존엄을 잃은 상태부터가 죽음이라는 의견이 나뉘면서, 인간의 죽음 기준이 도덕적인 면과 그 이상인 안락사에 대한 법적 논쟁을 낳고 있다.

이상적인 죽음은 곧 건강한 현재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누구나 이상적인 죽음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암환자의 경우, 죽음 전까지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죽음이 진행될 때까지 기계에 의존하면서 연명치료를 받는다. 이때, 연명치료는 인공호흡기, 항암제 등, 아무런 치료 효과 없이 임종기에 접어든 말기 환자의 생명만 무의미하게 연장하는 의학적 치료를 말한다.

임종기가 환자에게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가족에게는 또 다른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2014년 건강보험 정책 연구원에 따르면, 사망 전 건강보험 진료비 추이는 1년 전제 1,425만 원에서 12개월 전인 65만 원 보다 사망 1개월 전 209만 원으로, 환자의 죽음이 다가올수록 약 3배가 넘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또 2010년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말기암 환자 월별 의료비는 임종 6개월 전인 879억 원보다 임종 1개월 전 3,642억 원으로 환자의 상태가 위태로울수록, 보호자의 경제적인 부담은 커진다는 결과를 분석했다. 

더불어, 2017년 서울대 의대 스마트 건강 경영 연구실이 연구한 한국인의 임종기 생활 평가에 따르면, 매우 만족인 수차 100, 불만족 수치 10에서 일반인은 65, 의사는 40 후반, 환자는 58.3, 그리고 환자의 가족은 환자보다 살짝 낮은 58 정도의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최근 많은 환자들은 임종을 앞두고 연명치료 마저 거부하는 추세이다. 서울대 의대 윤영호 교수팀과 미디어리서치 공동 조사 결과, 중장년 층이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이유로 58.9%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16.1%는 연명치료 과정 중 환자가 겪는 고통을 덜기 위해서, 그리고 24.2%는 환자 가족이 부담하게 될 경제적 요소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노년 층이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이유로 47.7%가 가족의 경제적 부담, 25.6%가 임종기 환자가 치료 과정 중 겪게 될 고통, 그리고 22.3%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 두 결과를 비교해 보면, 중장년 층은 의미 있는 시간을 더 추구하지만, 노년 층은 치료 이후와 임종 후 가족들이 지게 될 경제적 부담이 연명치료 거부 이유에 집중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임종기 환자의 삶의 질과 관련해 2018년 일명 웰다잉법이 통과됐다. 웰다잉법은 더는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환자, 즉 말기 환자가 오로지 본인결정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선택권이 주어지는 것으로,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 결정을 존중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보호를 위해 제정되었다. 정확한 법명은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다. 환자 결정이나 가족 동의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으나, 진통제 투여, 영양, 물, 산소 공급은 임종 직전까지 중단할 수 없다. 환자 의식이 없는 경우, 가족 2명 이상의 동의와 주치의의 동의 하에 가능하며, 동의한 순간부터 환자는 폐소생술, 항암제 투석과 인공호흡기 착용 같은 연명의료를 받지 않는다. 

국가나 사회에 따라 존엄사에 대한 찬반의견은 분분하다. 존엄사를 찬성하는 입장은 모든 인간의 자기 결정권이 존재하고, 연명치료의 한계, 환자 가족에 대한 문제, 그리고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인간의 자기 결정권은 존중받아야 하며, 이에 대해 존엄사가 합법화되더라도 반대하는 사람에게 존엄사시키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환자 가족 입장에선 존엄사는 경제적, 정신적인 부담을 덜 수 있고, 또 연명치료로 삶을 유지하여 죽음 전까지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는 것은 인간다운 삶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존엄사를 반대하는 입장은 생명의 가치와 불확실한 상황 등에 중점을 둔다. 생명권 문제에 대해서 죽음 결정권은 비윤리적인 권리이고, 공동체 구성원인 인간은 자기 자신을 존중하여 고통을 겪으면서도 생명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존엄사를 시행해야 하는 의사에게 가중되는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은 그들에게 매우 힘들 것이고, 의사는 본래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기 때문에 의사에게 사람을 죽이는 존엄사 시행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 6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말기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죽음에 이를 수 있도록 하는 ‘의사 조력자살 (Physician- assisted Suicide)’ 법안, 일명 PAS 법안을 발의했다. 조력 존엄사의 등장은 미국, 네덜란드와 대만 등 해외에서 시작했다. 세계 안락사 허용 국가는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프랑스, 캐나다, 미국 몇몇의 주, 그리고 콜롬비아 등으로, 이 국가들은 모두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게 도와주는 조력 존엄사를 합법화했다. 

조력 존엄사법의 발의 후, 찬반 논쟁이 팽팽한 가운데, 지난 7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조력존엄사의 인권적 쟁점과 대안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석배 단국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교수는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찬성의견을, 박은호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은 존엄사가 가난한 사람들이 삶을 포기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해 7월 한국리서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력존엄사법 입법화’ 찬성은 82%, 반대는 18%로 나타났다.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고령사회가 되면서 찬성의견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2018년 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총 60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연명의료 중단 사례의 90%는 환자의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가족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었다. 죽음을 앞둔 환자가 자기 결정에 의해 존엄사를 선택한다면, 그들의 임종을 존엄할 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존엄사를 반대하는 입장은 죽음을 결정하는 부분이 인간이 선택할 권리가 아니고, 환자가 고통을 느끼면서도 생명을 끝까지 지켜야 윤리적이라고 주장하지만, 환자가 더 이상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으면, 이는 그들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증가시킨다. 물론 환자 가족의 정신적, 경제적 부담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환자 본인이 생을 마감하기 전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권리이다. 연명치료는 환자와 환자 가족, 그리고 전담 의사와 주치의의 동의 하에 언제든지 거부할 선택이 있어야 하며, 특히 존엄사는 가족의 동의보다 지극히 환자가 자기 결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연명의료 결정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 말기 암 환자의 호스피스 이용률은 20% 초반에서 머물고 있다. 죽음이 가까운 환자가 육체적 고통을 덜 느끼고 심리적 편안함을 얻을 수 있도록 제공하는 호스피스에 대한 홍보와 이해가 부족해서 여전히 죽으러 간다는 부정적 인식도 크다. ‘죽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 호스피스 병동이 확충되고, 조력 존엄사의 제정 여부도 사회적 합의에 의해 이뤄져 죽음을 현명하게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시대가 도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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