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종종 경험하는 망각, 그 정체는 무엇인가?
신비한 심리적 현상인 망각, 학계의 연구도 활발해
노화에 따른 현상일 수도 혹은 스스로를 지키려는 움직임일 수도 있어
[객원 에디터 3기 / 박효은 기자] 우리는 때때로 우리의 기억을 망각한다. 때로는 최근의 기억 또는 오래된 기억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에 의문을 가졌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이 의문이 잠깐의 호기심에서 멈췄던 우리와 달리 학자들은 수백 년 동안 이 망각의 정체에 대해 알아내고자 노력하였다. 그럼 지금부터 이 망각에 대한 여러 견해에 대해 알아보자.
학자들이 가장 먼저 제시한 이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을 서서히 잃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의 정식 명칭은 쇠퇴 이론 (Decay Theory)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기억을 잊어간다. 그리고 이 증상이 더욱 악화되면 학습, 기억력, 이해력 등 새로운 정보를 익히는 데 있어서 장애를 초래한다. 어떻게 보면 노화에 따른 인지 능력의 퇴화와 그 맥락을 같이 한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쇠퇴 이론에 대한 반박을 펼쳤다. 이들의 주된 논지는 시간의 흐름이 망각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때론 최근의 기억보다 오래된 주장이 더 선명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쇠퇴 이론은 또 다른 맹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장기기억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후 쇠퇴 이론에 대한 다른 반박으로 동기적 망각이라는 이론이 등장하였다. 이 이론의 요지는 망각이 우리가 불편하거나 불쾌했던 특정 기분 및 나쁜 경험을 잠재우는 심리적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이론의 예로는 우리가 타인에게 질타를 받았을 때 그 상황이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지만 이후 이러한 기억을 무의식을 통해 자신을 합리화하고 또 스스로를 통제하고 억압함으로써 잠재우려는 상황을 들 수 있다. 이처럼 동기적 망각은 심리적으로 불편한 경험을 생각하지 않으려 잠재울 뿐만 아니라 반복된 통제로 기억조차 나지 않게 하는 심리적 기제이다. 허나 이는 동시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이 기억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음을 뜻한다.
보다시피 망각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다. 단순하게 보면 노화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인지 능력의 저하 정도로 볼 수 있다. 이때 망각은 건망증, 치매와 같은 질병과 같은 선상에 있을 것이다. 허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망각은 부정적인 기억에서 벗어나고 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작동되는 일종의 방어 장치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의 망각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당장에 초점을 두고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를 심리학적으로 또는 과학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사람들의 심리, 생리 현상 등 모든 것이 과학적 현상임을 시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