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의 새로운 도전,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혁신

남기지도, 버리지도 않는다… 외식업계, 지속 가능한 맛을 찾다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9기 / 정한나 기자] 최근 전 세계 외식업계에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쓰레기가 없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는 말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와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움직임이다. 이 개념은 단순히 재료를 아껴 쓰는 차원을 넘어, 음식의 생산부터 소비와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 문제가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되면서, 외식업계에서도 친환경적인 경영 방식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단순한 낭비를 넘어 심각한 환경 문제로 이어진다. 유엔 환경 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약 9억 3천만 톤의 음식물이 버려지며, 이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를 차지한다. 버려진 음식물은 매립 과정에서 메탄가스를 방출하는데, 이는 이산화탄소보다 25배나 강력한 온실가스다. 특히 산업화된 국가에서는 식자재가 유통되고 소비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따라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절약을 넘어, 환경 보호와 탄소 배출 저감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외식업계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국 런던의 ‘사일로’(Silo)가 있다. 사일로는 세계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레스토랑으로, 주방에서 나오는 모든 식재료를 100% 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곳에서는 구운 빵의 딱딱한 겉 부분을 후식용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로 만들고, 손님들에게 제공할 수 없는 채소의 껍질이나 뿌리를 모아 수프와 소스로 재탄생시킨다. 또한 남은 음식물은 퇴비로 만들어 지역 농부들에게 제공하며, 일부는 발효 과정을 거쳐 새로운 식재료로 활용된다.

또한, 독일 베를린의 비건 레스토랑 ‘프레아’(Frea)도 지속 가능성을 철저하게 고려한 운영 방식을 도입했다. 프레아는 100% 식물성 식자재만을 사용해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친환경적인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식자재가 한 번 식당에 들어오면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모든 재료를 활용하며, 남은 음식은 퇴비로 만들어 지역 농부들에게 제공된다. 또한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가까운 지역 농가에서 식재료를 공급받고, 포장재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식업계에서 줄이고 있는 것은 음식물 쓰레기뿐만이 아니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도 중요한 환경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시아’(SHIA)는 플라스틱 제로를 목표로 하는 레스토랑으로, 단순히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넘어, 주방에서 가스 대신 전기를 사용하고, 모든 소모품을 재활용 소재로 만든 제품으로 대체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곳은 식자재 공급망 자체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배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일회용 용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친환경적인 운영 방식은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칵테일 바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서울 청담동의 바 ‘제스트’(ZEST)는 ‘제로 웨이스트’를 목표로 운영되는 곳으로, 칵테일의 기본 재료인 토닉워터, 진저에일, 콜라 등을 직접 만들어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허브와 식용 꽃은 바텐더들이 직접 지역 농가에서 수확하며, 과일 자투리, 남은 향신료 등을 건조, 발효해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편, 압구정동의 바 ‘파인앤코’(Fine&Co)는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독창적인 방식으로 마스크의 원단을 녹여 컵받침을 제작하였다. 마스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원단의 90%만 제품화되고 10%는 잘린 채 폐기되는데 이를 녹여 손님들에게 칵테일과 함께 제공하는 코스터를 만든 것이다.

이처럼 친환경적인 외식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찾는 것을 넘어, 자신이 소비하는 음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국 레스토랑 협회는 ‘2025 인기 요리 트렌드 전망’에서 ‘지속 가능성’과 ‘로컬 소싱’(현지 조달, 상품을 제작하거나 생산할 때 국내에서 만들어진 물자를 활용하는 전략)을 중요한 외식 트렌드로 선정했으며, 많은 기업들이 이를 반영한 운영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친환경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덴마크에서 시작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투굿투고’(Too Good To Go)는 식당과 슈퍼마켓에서 당일 판매되지 않고 남은 음식을 할인된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현재 17개국에서 운영 중이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지속 가능한 소비를 실천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되면서, 외식업계에서도 환경친화적인 변화를 도입하는 것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친환경적인 운영 방식을 도입한 음식점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경제적인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식자재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낭비를 줄이면 운영 비용이 절감되며, 친환경적인 브랜드 이미지는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앞으로 지속 가능한 외식업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원 낭비를 줄이고, 친환경 소비 트렌드에 맞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제로 웨이스트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외식업계의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제 음식은 단순히 ‘맛’만이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비되는가’까지 고려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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