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나이가 들수록 체감상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과학적 이유
[객원 에디터 9기 / 신하은 기자] 우리는 종종 시간이 점점 더 빠르게 흐른다고 느낀다. 평일보다 주말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 같고, 학창 시절 기다렸던 방학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린다. 어릴 때는 하루가 길게만 느껴졌지만, 나이가 들수록 한 해가 더욱 빠르게 지나가는 듯하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시간이 점점 더 빠르게 흐른다고 인식하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이 현상에 대해 다양한 요인을 제시하며, 이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느끼는 이유를 다양한 신체적 변화와 인지적 요인에서 찾는다.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생체 시계의 둔화, 기억 능력 감소, 뇌의 작동 속도 저하, 그리고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 분비량 감소가 있다. 예를 들어, 도파민은 신경회로를 자극하여 강렬한 기억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젊을 때는 도파민 분비가 활발해 일상의 경험들이 선명한 기억으로 남지만, 나이가 들수록 도파민 분비량이 줄어들면서 신경회로에 가해지는 자극이 약해지고, 그로 인해 기억이 점점 흐릿해진다. 기억이 선명할수록 시간의 흐름을 또렷하게 인식할 수 있지만, 반대로 기억이 희미해지면 시간의 경과를 인지하지 못해 더욱 빠르게 지나가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비슷한 이유로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도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진다. 우리의 뇌는 흥미롭거나 충격적인 사건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는 반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적 경험은 깊이 각인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학교나 직장에 가는 일과 같은 익숙한 행동들은 뇌가 ‘이미 익숙한 정보’로 처리하여 세부적인 기억을 남기지 않는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가 줄어들고, 신선한 자극이 부족해지면서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미국 듀크대학교의 기계공학 교수 애드리안 베얀(Adrian Bejan)은 이러한 현상을 신경망과 마음시간(mental time)의 변화를 통해 설명한다. 그는 <유러피안 리뷰>(European Review)에 게재한 논문에서 인간의 시간 인식이 대뇌피질에 도달하는 이미지들의 연속적인 흐름에 의해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마음시간’이란, 인간이 인식한 이미지들이 대뇌피질에 축적되면서 경험적 시간의 흐름을 구성하는 개념이다. 감각 기관을 통해 받아들인 자극이 이미지로 변환되며, 강렬한 시각적, 청각적 경험일수록 뇌에 더욱 선명하게 저장된다. 예를 들어, 여행을 하거나 낯선 환경을 접할 때 더 많은 이미지를 기억하게 되므로 마음시간이 풍부해지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신체가 노화함에 따라 뇌가 새로운 이미지를 습득하는 속도와 감각 기관이 자극을 처리하는 속도가 점차 감소한다. 또한, 신경망이 성숙하면서 신호 전달 경로가 길어지고, 신경 활동이 둔화되면서 정보 전달 속도가 느려진다. 이로 인해 마음시간의 흐름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지면서, 결과적으로 물리적 시간보다 주관적인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인식하게 된다.

영국 배스대학교의 수리생물학 교수 크리스티안 예이츠(Christian Yates)는 시간이 점점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를 수학적으로 설명한다. 그는 우리가 체감하는 시간이 대수적 비율(logarithmic ratio)에 따라 변화한다고 주장한다. 로그 함수는 숫자가 커질수록 증가 폭이 점점 작아지는 특성을 갖는데, 우리가 체감하는 시간도 살아온 기간에 비례해 짧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살 아이에게 1년은 전체 인생의 10%를 차지하지만, 20살 청년에게는 5%에 불과하다. 같은 1년이라도 아이에게는 길고, 어른에게는 짧게 느껴지는 이유다. 따라서 2살 아이가 1년 동안 경험하는 것과 같은 체감적 변화를 20살 청년이 느끼려면 30살이 될 때까지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체감하는 시간 간격은 점점 짧아진다. 5~10세, 10~20세, 20~40세, 40~80세의 시간 구간은 각각 체감상 동일한 의미를 가지며, 5~10세 동안 겪는 5년간의 경험이 40~80세 동안 겪는 40년간의 경험과 비슷한 무게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 연구자들은 새로운 경험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체감 시간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익숙한 환경에서는 자동적으로 처리되는 정보가 많아 기억에 덜 남지만, 새로운 자극이 주어질 때는 주의력이 높아지고, 더 많은 세부적인 기억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거나 새로운 취미를 배우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등의 경험이 시간의 흐름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싶다면,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