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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비>와 페미니즘 논쟁

‘대박’ 흥행에 성공한 <바비>, 하지만 한국에서만 조용하다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

< Illustration by Shinyoung Park 2006(박신영) >

[객원 에디터 6기 / 함예은 기자] 7월에 개봉한 영화 <바비>는 분홍빛의 세계에 살아가는 장난감 인형의 삶을 그리며, 그 장난감 인형인 바비와 켄이 모종의 이유로 현실 세계로 이동하게 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개봉한 지 불과 3주 만에 10억 3천만 달러라는 놀라운 수익을 올렸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바비>는 워너브라더스의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 기록을 뛰어넘고 워너브라더스 최고 흥행작 자리에 올랐다.

반면에 국내에서의 흥행은 저조하다. 국내에서 바비의 누적 관객수는 상영 2주가 지나도록 50만 명을 넘지 못했다고 알려져 있다. 8월 기준 관객수가 46만 명에 그쳤다. 개봉에 앞서 주연 배우와 감독이 영화 홍보를 위해 내한까지 한 것을 고려하면 <바비>의 국내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독 한국에서만 <바비>의 티켓 성적이 부진한 이유를 한국의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때문이라 분석했다.

한국의 페미니즘 논쟁

한국의 대다수에게 페미니즘은 부정적인 단어로 통한다. 편향된 여론몰이로 인해 한국에서 페미니즘은 ‘여성 우월주의’라는 편견이 대다수의 인식으로 확장되며 변질되었다. 본래의 페미니즘은 한국의 대다수가 인식하고 있는 것과 의미가 다르다. 페미니즘의 정의는 ‘생물학적 성별로 인한 모든 차별을 부정하며 남녀평등을 지지하는 믿음에 근거를 두고, 불평등한 여성의 지위에 변화를 일으키려는 운동’이다.

이러한 인식은 한국에 극단적인 젠더 갈등을 초래한다. 2021년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페미니스트들이 조직적으로 한국의 학생들을 세뇌한다며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같은 해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는 숏컷이라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라는 의혹에 휩싸여 사과를 강요받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또한, 2021년 편의점 GS25의 캠핑 관련 포스터에 남성혐오를 의미하는 손가락 그림이 사용됐다며 불매 운동과 집단적 항의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페미니즘에 부정적인 한국에서 <바비>의 흥행은 쉽지 않다. 윤성은 영화 평론가는 “북미와 다르게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한국에서는 영화라는 오락물에 관련 메시지가 나오는 데 거부감이 드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흥행 부진의 이유가 페미니즘 때문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서구 문화에서 바비는 대다수가 어릴 때 가지고 놀았을 정도로 유명한 장난감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바비 인형에 대한 인지도는 있더라도, 가지고 놀았던 추억이 모두에게 있을 만큼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 때문에 한국에선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바비 인형의 존재: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

바비는 1959년 미국 마텔에서 만든 인형 시리즈로, 서구권에서 여자 아이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스테디셀러 장난감이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일하는 젊은 여성을 제시하며 여아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취지로 만들어진 바비는 여성에게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다.

바비는 처음의 취지와는 다르게 여성들에게 ‘아름다움’의 틀이 되었다. 여아들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것과 동시에 바비 인형의 외모와 닮기 위해 마르고 예뻐야 한다는 억압을 주기도 한 것이다. 실제로 바비가 아이들의 미의 기준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17년, 마리카 티그맨 교수와 연구진들은 5세와 8세 사이의 호주 여학생 160명을 인터뷰했는데, 인형을 가지고 놀거나 바비 인형의 이미지를 보았던 여학생들은 자신이 날씬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비판을 인지한 마텔은 Curvy Barbie(굴곡 있는 바비), 다운 증후군 바비 등을 선보이며 여성의 사회적 모델을 다양하게 제시하려는 노력을 내비쳤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아름다움을 상징하던 <바비>는 젠더 이슈에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됐다. <바비>는 무거운 질문을 던지면서도 가볍고 재밌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러한 논쟁을 반기는 입장도 있을 것이고, 불편해하는 입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이 사람들의 입에 오른 것 만으로 우리의 사회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이 영화는 변화의 시작일 뿐이다. 영화 <바비>에서 다루는 얘기처럼 사회 구성원을 이루는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기를, 여성과 남성이 서로를 차별하고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포용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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