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 이민 손해일까?이득일까?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0기 / 박주하 기자] 지난해 경제협력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OECD 국가에서 정식 영주권을 취득한 이민자는 650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10% 증가한 수치다. 1990년대 전쟁과 냉전이 막을 내리고 각국이 경제 발전을 본격적으로 도모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민자 수가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경을 넘어 이동하기가 용이해졌고, 이에 따라 많은 이들이 경제적으로는 더 나은 일자리를, 사회적으로는 더 나은 삶의 환경을 찾아 새로운 나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과정에서 각국에 머물던 △기술자△과학자△예술가들이 해외로 진출하며 이른바 ‘영재 이민’이 본격적으로 일어났다. 이때부터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이라 불리는 두뇌 유출 현상이 시작된 것이다. 더 나은 임금과 생활 조건을 찾아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이 자국을 떠나면서 정착한 나라의 △과학△경제△문화△사회적 발전에 크게 기여해 수용국에선 막대한 이득을 얻는 셈이다.
영재 이민은 본국과 수용국 사이에서 수익차가 크게 나타나 ‘지식의 유출’로 볼 것인지 혹은 ‘지식의 세계화’로 해석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실제로 영재 이민자들은 △교육△연구 환경이 열악하거나 △경제△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나라를 떠나 정책적 지원이 안정된 국가, 즉 이미 선진국으로 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뛰어난 인재들이 떠나는 본국의 입장에선 “지식 유출”이라는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기술자와 전문직 인력이 빠져나갈수록 해당 국가에서는 전문 인력이 부족해지고, △과학△의료△예술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분야의 발전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결국 국가가 이들을 교육하기 위해 기울인 투자에 비해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노동 가능한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큰 문제다. 2023년 OECD 실증 분석 결과에 따르면, 노동가능인구가 1% 감소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0.59%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노동가능인구가 감소할수록 생산력과 소비력이 동시에 위축되고, 경제 성장도 둔화돼 남아 있는 인구의 세금과 연금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용국 역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업난이 심각한 나라에서 해외 인재를 대거 유치할 경우, 자국의 청년층은 일자리 부족에 대한 반감을 키우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또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영재를 받아들였다 하더라도 이들이 장기적으로 머무르지 않고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떠난다면 이는 결국 세금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 현지인과 이민자 간 갈등이 사회 문제로 불거지기도 한다. 실제 싱가포르에서는 외국 인력 증가로 현지 노동자들의 취업이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확산되며 총선 기간 외국인 인재 유입을 제한하겠다는 공약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화된 시대에서 지식을 공유하는 것은 지구 전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이민의 성공 사례로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만 남부 일대를 일컫는 이 지역은 현대 IT 기술 혁신의 중심지이자 수많은 이민자들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지역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대만△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이주해 온 인재들이 창업을 이끌어 현재 노동 인력의 상당 부분 역시 이민자들로 채워져 있다. 구글 (Google), 애플 (Apple), 메타(Meta) 등 현세대를 이끌어 가는 대표 기업들의 근원에서 이민자들은 과학적 연구를 하고 지속적인 스타트업을 선보이는 효율적인 형식을 띤다.
또한 각국은 인재가 넘쳐나는 분야와 부족한 분야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인재의 국제적 이동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특정 분야에서 과잉 경쟁을 벌이는 인재들이 더 나은 조건을 찾아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개인에게도 유리하고, 세계적으로는 지식과 기술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표 극복 사례로는 독일이다. 고령화로 전문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했던 독일은 의료 및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유럽 국가들과 아시아에서 다수의 해외 전문가를 유치해 왔다. 특히 이번 해 6월 독일은 전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 정책을 강화해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숙련된 인재 유치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영재 이민은 본국 입장에서는 손해로 작용할 수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더 발전된 기술과 지식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점점 세계화되는 시대에서 이러한 인재 이동은 필수적인 현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각국은 인재를 유치하거나 귀국시키는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지식을 공유하는 동시에 본국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