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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14년만에 정권교체…이유는?

노동당의 선거 압승

보수당 참패 요인

향후 전망

< Illustration by Yeony Jung 2006(정연이) >

[객원 에디터 7기 / 신승우 기자] 지난 5일, 영국에서 임기 5년의 하원의원 650명을 선출하는 조기총선을 실시한 결과 야당인 노동당이 412석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리시 수낵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은 121석에 그쳐 창당 이후, 최악의 성적으로 참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 결과로는 노동당이 412석, 보수당이 121석,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당이 71석을 차지했으며, 영국개혁당과 녹색당은 4석을 확보했다. 이로써 노동당은 대형 다수당으로 올라서게 됐다. 

5명의 총리를 통해 14년간 이어졌던 보수당의 집권은 막을 내리게 됐다. 총리로 취임하게 될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지역구에서 당선된 뒤 “변화는 이제 시작된다”며 “변화를 이룬 노동당, 나라를 섬길 준비가 된 노동당,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영국을 회복할 준비가 된 노동당”이라고 외쳤다. 또한, 그는 “변화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며 “이것이 바로 여러분의 민주주의, 여러분의 공동체, 여러분의 미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은 지난 5월 22일, 인플레이션이 다소 진정되고 경제지표가 정상화될 기미가 보이던 시기 수낵 총리가 ‘조기 총선’을 발표하며 급작스럽게 치러지게 됐다. 당시 보수당의 지지율이 노동당보다 20%가량 뒤처지는 상황에서 수낵 총리가 던진 승부수는 사실상 ‘정치적 도박’이라는 평가가 잇달았다. 수낵 총리는 영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음을 강조했으나 민심은 이미 돌아섰었다.

집권당이던 보수당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이유로 브렉시트와 코로나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공공의료 악화, 불법 이민 급증 등이 거론된다. 특히 영국 경제가 브렉시트 이후 큰 어려움을 겪었고 이후 팬데믹과 러-우 전쟁으로 한 번 더 타격을 입은 점을 주요 외신들은 짚었다. 영국 현지에서는 브렉시트를 후회하는 ‘브레그렛(Bregret)’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민심이 악화했다. 

FT, 가디언 등이 발표한 바로는 영국의 실질임금은 1970~2007년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였으나 2010년대 보수당이 집권한 이후 0%대에 그쳤다. 국가 재정을 수습하겠다며 공공지출을 대폭 삭감한 것이 공공서비스 악화로 이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때 유럽에서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자랑하던 영국에서 진료, 수술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해 환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공공서비스는 악화된 반면에 세금 부담은 계속 늘어 보수당의 지지율에 금이 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파티 스캔들,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재정정책 실책 등 앞선 행정부의 실수와 논란들도 현 총선 결과가 당연한 수순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두 사건 이후 2021년 하반기 정당 지지율 조사 때부터 노동당이 우세하고 보수당이 밀리는 구조가 굳어졌다. 2022년 10월 한 번 더 전 총리가 취임한 이후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급증하는 난민, 붕괴된 공공서비스 등으로 불만이 쌓여있었다. 뉴욕타임스는 “2019년 총선에서 ‘브렉시트 완수’를 약속한 보수당에 표를 준 유권자들의 민심이 적극적으로 돌아섰다”며 “누적된 좌절과 분노가 한꺼번에 분출됐기 때문”이라고 보수당의 참패에 대해 짚었다.

이 점을 간파한 노동당은 ‘변화’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유권자들을 설득했다. 법인세를 올리지 않겠다는 등 중도적인 성향의 공약도 적극적으로 내민 결과 하원의석 412석을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브렉시트를 일군 보수당이 물러나며 영국과 유럽연합(EU)과의 연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주요 외신들의 예측이다. 이외에도 불법 이주민 문제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으며 의료와 교육 등 공공서비스의 확충 계획도 밝혔다. 노동당은 압도적인 표 차이로 14년 만에 집권하게 됐으나, 앞에 놓인 수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플레이션과 난민 문제를 다뤄야 하며 의료서비스 등 전 정권시기 붕괴한 공공서비스를 되살리는 일이 큰 관건으로 보인다. 앞으로 노동당이 보일 행동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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