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협을 건너는 불법 이주자들
프랑스에서 영국해협을 통해 영국으로
익사하는 사고도 있어
가족이 영국에 있어 불법 이주 시도
[객원에디터 2기 / 손유진 기자] 이번 11월, 처음으로 1000명 이상의 불법 이주자들이 영국 해협을 통해 영국으로 들어온 후, 올해에만 25,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영국 해협을 건너왔다. 최근 약 45,000명의 사람들이 영국으로 망명을 신청했으니 해협을 지나는 사람들은 이게 다가 아닐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들은 모두 작은 배를 타고 프랑스로부터 영국 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오는 불법 이주자들이다. 과거에는 불법적으로 이주자를 보내는 사람들이 트럭을 이용했다면, 프랑스 칼레 항구의 보안과 출입국관리가 강화된 이후로는 작은 배들을 통해 사람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은 배로 영국 해협을 건너는 건 위험한 행위다. 11월 24일에는 프랑스의 북쪽 해안에서 27명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이들은 모두 작은 배를 타고 영국 해협을 건너려다 익사한 것이다. 이들이 타고 있었던 배는 제대로 된 배의 구실도 못하는, 극도로 취약한 배였다.
위험을 무릅쓰고도 영국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오려는 이유는 뭘까. 이렇게 많은 이주자들이 불법적으로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오려는 이유는 다양하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프랑스 칼레에는 난민이나 이주를 목표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지내는 칼레 ‘정글’ 캠프가 있었다. 국제 보건 저널에서 여기에 있던 402명의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오직 12%의 사람들만 프랑스에 머물고 싶다고 답했고, 82%는 영국으로 가고 싶다고 응답했다. 영국으로 가고 싶다고 답한 사람들 중 52%는 영국에 이미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주자들이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오고 싶어 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가족이며, 그 외에는 언어, 자신의 모국과 영국과의 역사적 관계, 종교나 인종 등으로 인한 프랑스에서의 부당한 대우 경험 등으로 파악된다. 불법 이주자들은 영국에서의 취업이나 경제활동 이외에 다양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영국의 제도가 불법 이주자들을 향해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을 받은 후 직장을 얻을 권리가 없는 사람에게 직장을 준 업주에게는 벌금을 물리도록 바뀌었기 때문에 이민자들의 영국행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날이 갈수록 영국 해협을 통해 불법적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를 막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는 힘쓰고 있다. 영국은 국경에 군대를 보내 작은 배들을 잡으려고 한다. 프랑스는 11만 유로 가치의 도구들, 오토바이를 포함한 100개의 차량과 야간 투시 도구들을 해안가에 보냈다. 또한 영국과 프랑스가 협동하여 합동 정보부를 구성해 94개의 조사를 진행하기도 하였고, 영국은 프랑스에게 해안가의 경찰 세력을 높이기 위해 62.7만 유로를 제공하기로 했다.
동시에 영국은 더욱 엄격한 조치를 취하기로 발표했다. 현재 영국의 의회에서는 영국 내무부 장관인 프리티 파텔이 추진하고 있는 망명 자격이 받아들여진 이들도 보트 등의 불법적인 경로로 들어온 경우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논의 중이다. 이들에게는 6개월에서 4년까지의 감옥형이 내려질 수 있다. 또한 이 법안은 국경 부대에게 이주자들이 영국에 들어오기 전, 바다에서 돌려보낼 수 있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해서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이미 연구에서 엄격하고 가혹한 망명 정책은 불법 이주자를 막는 데 소용없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법안은 어느 나라에서든 망명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는 여론도 있다. 또한, 특정 인종이나 소수 민족에 대한 차별이고, 부당한 대우라는 반응이 크다.
한편 영국과 프랑스의 관계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영국 해협을 건너려다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 이후, 일부 유럽 국가들이 이주자 문제에 대해서 함께 논의하는 회의에 프랑스는 영국을 더 이상 초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는 이러한 결정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영국이 이주자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제 유럽 국가들의 이주자 문제에 대한 회의에서 영국은 포함되지 않고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과 유럽 위원회만 참석하는 것이다. 이후 한 프랑스 매체는 마크롱 대통령이 사적인 대화중에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를 ‘광대’라고 부르고, ‘벌거숭이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불법 이주자들이 해협에서 잡힌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만약 영국 영해에서 잡힌다면 영국 항구로 보내질 것이고, 아무 나라의 주권에 속하지 않는 바다인 공해(公海)에서 잡힌다면 영국과 프랑스 당국의 상의 이후에 어느 나라로 갈지 정해진다. 영국 항구로 보내진 사람들은 잠시 동안 머무를 수 있는 시설로 보내진다.
국제법에 의하면 모든 인간은 어느 나라에서든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한마디로, 꼭 처음 도착한 나라에서 망명 신청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연합(EU)에는 더블린 III라는 법 조항이 있기 때문에 망명 신청자들을 그들이 처음 도착했던 나라로 돌려보낼 수 있다. 영국도 2019년 1월에서 2020년 10월까지 영국 해협을 건너 도착했던 불법 이주자들을 원래 첫 도착지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영국은 더 이상 유럽연합의 일부가 아니기 때문에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제 영국에 도착한 불법 이주자들을 되돌려 보내기는 힘들다.
만약 불법 이주자들이 성공적으로 영국에 도착해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영국에서 지낼 수 있다. 이들은 거주지를 직접 정하지는 못하지만, 대부분 장기적으로 머무를 거주지를 찾기 전까지 숙소에서 머물게 된다. 이들은 일 년 동안의 심사 기간을 거치지 않은 이상 임금을 받지 않는 인턴십을 포함해 직장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매주 1인당 39.63 파운드를 제공받는다. 또한 무료로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아이들은 무조건 학교를 다녀야 한다.
하지만 어떠한 사유로 망명 신청이 거부된다면 영국에서 떠나야 한다. 그러나 이들도 거부 결정에 대해 항소할 수 있다. 2004년에서 2020년 사이에는 항소한 이들 중 약 30%가 승소하여 영국에 머무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