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역대 최대 사교육비에 ‘사교육비 경감 종합대책’ 발표

CNN “한국 사교육, 실험용 쥐들의 극한 생존경쟁” 보도

4개월 남은 올해 수능.. 킬러 문항 빠진다. 

< PIXABAY 제공 >

[객원 에디터 5기 / 장수빈 기자]  대한민국 사교육의 1번지 대치동에 가면 자정이 될 때까지 꺼지지 않는 학원들의 불빛 속에서 초등학생부터 수험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학생들은 학교가 끝나면 바로 학원에 가는 일이 흔하다. 2-3년 선행은 물론 고등수학, 영어를 공부하는 초등학생들도 대치동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학교가 끝나고 저녁에 학원이나 추가 과외를 받고 집에 와서도 새벽까지 공부하는 게 흔한 청소년들의 일과다. 이들은 무엇을 목표로 늦은 시간까지 매일 여기에 모이는가. 

한국에서는 18살이 돼 수능을 높은 성적으로 통과하고, 입시 관문을 거쳐 명문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목표로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이 목표를 성취하려면 정상적인 공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부모들은 믿는다. 따라서 한국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다. 

초중고 전체 학생의 78.3%가 사교육을 받고 있을 정도로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많은 한국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자원을 쏟아붓는다. 부모들은 그들이 이렇게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이유를 “뒤처질 것이 두려워서”라고 대답했다. 주변 친구들이 1-2년 선행해서 학습하는 모습을 보며 제 나이에 맞는 교육과정을 학습하고 있으면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CNN은 한국 학생들이 다니는 학원을 영어로 번역하는 대신 고유명사 ‘Hagwon’으로 표기하면서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저녁에 학원에 가고 집에 와서도 새벽까지 공부를 이어간다”며 이러한 세태를 ‘극한 생존 경쟁’(rat race)라고 꼬집었다. 또한 한국의 현재 심각한 출산율 저조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사교육 부담을 언급했다. 한국 내 극심한 사교육비 부담이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인식으로 이어져 출산을 망설이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CNN은 지난해 한국의 사교육 지출비는 총 200억 달러(26조 원)이며 이는 아이슬란드 (250억 달러)와 아이티(210억 달러)와 같은 국가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험생이 되면 ‘값비싼 여정(an arduous, expensive journey’)을 치러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학계와 당국, 교사, 학부모가 일제히 사교육 과열 세태를 교육 불평등과 청소년의 정신적 문제의 원인으로 꼽고 있음을 지적했다. 나이에 맞지 않는 과도한 학습량과 경쟁이 청소년들의 우울감과 스트레스 지수를 높였고 결국 한국은 OECD 국가 중 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최근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공립학교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을 수능에서 배제하겠다며 킬러문항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수능에서 킬러문항이 계속 출제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꼽고 이들을 엄단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킬러문항이 나오게 된 원인을 현 수능의 상대평가 체제로 인해 우수한 학생들의 뽑기 위해 수능이 변별력을 갖춰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이 사교육비 절감 효과는커녕 수능을 5개월 남겨두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큰 혼란을 야기한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공교육 과정 내 수능 출제”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며 이전 정부부터 추진해 온 원론적인 원칙을 재확인한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곧 수능 전 마지막으로 치러지는 9월 평가원 모의평가에 수험생들과 학부모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교육부는 수능의 목적은 “대학교육에 필요한 수학 능력을 측정하고,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추어 출제해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며, 개별 교과의 특성을 바탕으로 신뢰도와 타당도를 갖춘 시험으로서 공정성과 객관성이 높은 대입 전형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명시하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단순한 수능 킬러문항 삭제가 사교육 열풍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학벌을 중시하는 문화 풍조를 없애고 학벌과 상관없이 능력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대우받으며 안전하고 좋은 보수를 받는 직장 문화 조성하는 등 더 깊은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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