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이라 믿었지만 미세플라스틱과 독성 물질이 검출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0기 / 윤채원 기자] 생리대는 여성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제품이지만, 그 역사는 놀랍게도 그리 길지 않다. 과거에는 천이나 해면 같은 식물성 재료로 직접 만든 간이 용품을 사용했다. 19세기말에는 목재 펄프를 이용한 흡수체가 상업적으로 등장했고, 20세기 중반에는 접착식 생리대가 출시되며 사용 편의성이 크게 높아졌다. 최근에는 화학 성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유기농 면을 사용하거나 무염소 표백, 무향료를 키워드로 내세운 제품들이 주목받아 왔다. 과학과 산업의 발전은 여성의 위생과 편리함을 높여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는 소비자들의 믿음을 흔들었다. 국내 연구팀이 시판 생리대 29종을 분석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고 심지어 일부 제품에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인 톨루엔이 확인됐다. 생리대 한 장당 적게는 6개, 많게는 115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나왔으며, 유기농을 표방한 제품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생리대는 여러 겹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피부와 맞닿는 겉면 시트, 흡수층, 방수막 등이 대표적이다. 이때 겉면 시트와 방수막에는 주로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같은 합성수지가 사용된다. 이런 섬유 구조는 생산·가공 과정에서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이 떨어져 나올 수 있고, 실제 사용 중 마찰이나 열에 의해 더 쉽게 분리된다. 따라서 유기농 원단을 일부 사용해도 전체 구조에 합성수지가 포함되어 있다면 미세 플라스틱 발생을 피하기 어렵다.
미세 플라스틱은 크기가 작아 표면적 대비 화학적 반응성이 크다. 플라스틱 입자 표면에는 가공 과정에서 사용된 화학 첨가제(가소제, 난연제 등)나 환경오염 물질이 붙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물질이 피부 세포에 자극을 줘서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민감한 부위에 장시간 닿을 경우, 물리적 마찰과 화학적 자극이 누적돼 피부 장을 약화할 수 있다. 이는 가려움, 발진, 접촉성 피부염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점막(질 점막)은 피부보다 훨씬 얇고 혈관이 많아 물질 투과성이 높다. 따라서 미세 플라스틱에 흡착된 화학물질이 더 쉽게 체내로 들어올 수 있다. 일부 플라스틱 성분이나 첨가제는 체내 호르몬과 비슷한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어, 호르몬 불균형이나 생식 건강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세 플라스틱은 완전히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소량씩 체내에 남을 수 있다. 현재 연구는 진행 중이지만, 체내 축적이 장기간 이어지면 생식기 건강, 면역계, 심지어 유전자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와 함께 생리대에는 흡수체와 접착제를 고정하기 위한 다양한 화학 물질이 쓰인다. 방수층을 만들거나 흡수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접착제와 용제, 혹은 표백과 가공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이 증발하면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톨루엔은 인쇄 잉크, 접착제, 코팅제 등에 널리 쓰이는 물질로, 소량이라도 오랫동안 노출되면 신경계와 호흡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더욱이 세포 실험에서는 일부 제품으로 인해 세포 생존율이 뚜렷하게 낮아져 세포 독성이 확인됐다. 이는 플라스틱 입자나 화학 성분이 세포 대사를 방해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배양 세포 결과가 직접적인 인체의 위험을 뜻하지는 않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를 “경고 신호”로 보고 있다. 생리대는 피부에 장시간 밀착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작은 위험이라도 반복 노출되면 여성 건강에 직접적인 우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는 단순히 한정된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생리대 전반에 걸친 안전성 기준의 공백을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더욱 엄격한 유해 물질 관리와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제조사는 모든 소재와 공정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알리고, 보건 당국은 허용 기준을 의무화해야 한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생리대와 같은 필수 위생용품이 의약외품 수준의 엄격한 관리 체계에 포함되어야 한다. 현재처럼 일부 성분 검사만 이뤄지고 있는 규제는 실제 사용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여성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반복적 사용을 고려한 안전성 평가와 국가 차원의 엄격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또한 제품 광고와 라벨링에서 ‘유기농’, ‘친환경’ 같은 표현이 남용되지 않도록 법적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경제적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생리대는 생활필수품이기에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안전성을 우선 고려하고 싶지만, 실제로는 ‘유기농’, ‘프리미엄’ 제품이 더 비싸게 책정돼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고가 제품이 반드시 안전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안기는 동시에, 시장 전반에 불신을 키우는 악순환을 만든다. 따라서 기업은 가격에 걸맞은 품질 관리와 책임을 져야 하며, 정부는 저소득층 여성을 위한 보조 정책이나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에 대한 지원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문제도 크다. 생리대 안전성 논란은 단순히 개인의 건강 문제가 아니라 여성 전체의 권리문제와도 직결된다. 매달 반복되는 신체적, 정신적 부담 속에서, 여성들이 매일 사용하는 필수 위생용품마저 불안과 의심의 대상이 된다면 이는 나아가 사회적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안전성 논란은 청소년, 취약계층, 세계 시장의 다양한 여성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며, 여성 건강권을 둘러싼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