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엠폭스의 재확산과 팬데믹의 가능성

<사진 출처: Unsplash>

[객원 에디터 8기/이유슬 기자] 엠폭스(MPOX)는 원숭이 두창 바이러스(Monkeypox virus, MPXV)가 일으키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인수공통전염병이란, 척추동물과 사람 사이에 상호 전파가 가능한 전염병을 뜻한다. 대표적인 다른 인수공통전염병의 예시로는 COVID-19, 광견병, 결핵, 조류독감 등이 있다. 엠폭스를 일으키는 원숭이 두창 바이러스는 원래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영장류와 설치류 사이에서 전파되는 바이러스지만, 인간도 영장류에 속하기 때문에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 인수공통전염병은 여러 가지 경로로 전파가 되는데, 엠폭스의 경우 감염된 동물에게 물리거나 감염된 동물의 피나 타액과 접촉하는 경우, 또는 감염된 동물을 섭취하는 경우 전염될 수 있다. 대부분 감염된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원숭이 두창 바이러스가 옮는 경우가 많지만, 사람 간의 전염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엠폭스의 감염과 변이


엠폭스는 1958년 덴마크의 실험용 사육 원숭이에게서 최초로 발견되었으며 첫 인체감염 사례는 1970년대이다. 엠폭스의 잠복기는 짧게는 5일, 길게는 17일로 감염 시 초기 증상은 발열, 오한, 두통, 호흡기 증상 등으로 감기나 독감과 유사하다. 감염된 지 며칠이 지나면 천연두와 유사한 발진이 온몸으로 퍼지며 완치 후에도 심각한 흉터를 남길 수 있다. 엠폭스의 증상은 일반적으로 한 달 이내에 사라지지만,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엠폭스의 알려진 변이는 두 종류로 Clade 1(중앙아프리카 변이)과 Clade 2(서아프리카 변이)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Clade 2(서아프리카 변이)의 경우에는 치사율이 3.6% 정도로 낮지만, Clade 1(중앙아프리카 변이)는 치사율이 10.6%로 높아 더욱 위험하다. 

지난 2022년 엠폭스의 대규모 확산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엠폭스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였으나, 이후 확산이 줄자 2023년 PHEIC이 해제되었다. 그러나 2024년 아프리카 전역에서 치명률이 높고 전파 속도도 빠른 Clade 1b 변이의 엠폭스가 재확산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2024년 8월에 PHEIC을 재선언하였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해 총 2만 5천 건에 육박하는 엠폭스 의심 사례가 보고되었으며 이 중 확진 사례는 약 5천 건, 사망자는 635명으로 밝혀졌다.

엠폭스 확산의 통제


지난 10일, 엠폭스의 확산을 줄이기 위해 미국에서 지원한 5만 회 접종 분량의 백신이 콩고민주공화국에 도착했다. 유럽연합(EU)에서 두 차례(5일, 7일) 지원한 20만 회 접종 분량의 백신까지 총 25만 회 접종 분량의 백신이 확보된 셈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하면 엠폭스 종식을 위해서는 약 300만 회 접종 분량의 백신이 필요하다. 엠폭스가 인수공통전염병이기 때문에 모든 동물과 사람에게 위생 조치를 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므로 인간에게만 전염되는 질병과는 달리 박멸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엠폭스 재확산 사태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가 커지자 엠폭스가 코로나19처럼 팬데믹 사태를 다시 불러올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엠폭스 재확산 사태가 팬데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 엠폭스는 코로나19와 달리 신종 바이러스가 아니며, 전염성도 약하다. 코로나19의 빠른 변이 속도와는 달리 엠폭스는 자유롭게 변이를 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코로나19의 경우 변이가 매우 빠른 RNA 유전 물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한 반면, 엠폭스는 변이가 빠르지 않은 이중 가닥 DNA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엠폭스의 경우 이미 과거에 개발된 백신이 존재하기 때문에 확산의 통제가 비교적 가능한 편이다.

질병관리청의 대한민국 엠폭스 발생 현황 자료에 의하면 2022년 6월 22일부터 국내 누적 환자는 총 168명이다. 대한민국에서도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만큼, 적절한 예방 수칙을 지키며 감염의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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