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손실 0%: 초전도체가 바꾸는 물리의 경계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에너지 보존 법칙과 미래 기술의 교차점

[객원 에디터 9기 / 신하은 기자]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르면, 에너지는 형태를 바꾸어 다른 곳으로 전달될 수는 있어도 새로 생성되거나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도선을 따라 이동하는 과정에서 일부 에너지가 열로 손실되는데, 이는 도선 속의 자유 전자들이 금속 원자들과 충돌하며 전기저항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래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자유 전자의 이동 경로에 원자와의 충돌이 많을수록 전기저항은 커지고, 이는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며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시켜 결과적으로 에너지 손실을 유발한다. 이러한 손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초전도 현상’이다. 전기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이 현상은 전력 효율 향상과 에너지 낭비의 최소화 측면에서 큰 가능성을 지니며, 오랜 시간 학계와 산업계의 주요 연구 주제로 자리 잡고 있다.

초전도 현상은 1911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카메를링 오너스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그는 수은을 액체 헬륨 속에 넣어 영하 268.85도까지 냉각하는 실험 중 전기저항이 0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관찰하고 이를 ‘초전도(Superconductivity)’라고 명명하였다. 극저온 환경에서는 금속 내 원자들의 진동이 줄어들며, 자유 전자들이 원자와 충돌하지 않고 원활히 이동할 수 있어 전기저항이 발생하지 않는다.

<전기저항의 원리와 초전도 상태의 비유 – 비상교육 제공>

초전도체의 구조는 흔히 질서 정연하게 정렬된 전자들이 마치 일정한 간격으로 박힌 못 사이를 따라 굴러가는 구슬처럼 묘사된다. 이는 전기저항 없이 전류가 흐르는 상태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초전도체는 전류가 저항 없이 흐르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이 전혀 발생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전력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초전도성을 상온이나 상압과 같은 일상적인 조건에서 구현할 수 있다면, 현재의 송전 손실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기술적 혁신이 가능해질 것이다. 실제로 2023년, 한국 퀀텀에너지연구소 이석배 박사 연구팀은 ‘LK-99’라는 물질이 상온(26.85도)과 상압에서도 초전도성을 보였다고 발표하며 전 세계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재현 실험에서 결정 구조의 불확실성과 초전도 특성의 불일치가 발견되면서 해당 주장의 신뢰성은 크게 흔들렸다.

반면, 2024년 싱가포르국립대(NUS) 교수 연구팀은 구리를 포함하지 않은 신물질 ‘삼원 니켈 산화물(Sm-Eu-Ca) NiO₂’를 설계 및 합성하고, 영하 233도(40K)라는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특성을 관측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고온 초전도체가 반드시 구리를 포함해야 한다는 기존 패러다임을 깨뜨린 중요한 성과였다. 구리 없이도 초전도성을 구현한 최초의 사례로 평가되는 이 물질은, 초전도체 개발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번 화합물은 구리를 포함하지 않고도 고온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냈으며, 이는 초전도성이 구리 기반 물질에 한정되지 않음을 시사한다”라고 평가했다. 이로써 초전도체 연구는 다양한 원소 조합과 조건을 탐색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게 되었으며, 향후보다 실용적인 초전도체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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