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vs. 기존 컴퓨터: 어떻게 다르고, 왜 중요한가?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9기 / 우성훈 기자 ] 우리는 매일 컴퓨터를 사용한다. 과제를 할 때, 영화를 볼 때, 게임을 할 때도 컴퓨터는 빠르게 정보를 처리하며 우리의 삶을 도와준다. 하지만 지금의 컴퓨터가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문제는 너무 복잡해서 계산에 수천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새로운 방법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양자컴퓨터’이다. 양자컴퓨터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지만, 미래에는 과학과 기술의 편도를 완전히 바꿔놓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기존 컴퓨터와 양자컴퓨터는 무엇이 다르고, 왜 많은 과학자들이 양자컴퓨터에 집중하고 있을까?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기존 컴퓨터는 ‘비트(bit)’라는 단위를 사용해 정보를 처리한다. 비트는 전기가 흐르면 1, 흐르지 않으면 0으로 정보를 표현한다. 즉, 한 번에 0 또는 1, 둘 중 하나만 표현할 수 있다. 이진법이라는 간단한 논리를 기반으로 수많은 비트를 조합해 문자, 사진, 영상 등을 만들어낸다. 컴퓨터의 성능은 이 비트를 얼마나 빨리 처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방식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술 발전을 이끌어왔지만, 특정 문제에서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수백만 가지 경우의 수를 전부 계산해야 하는 문제에서는 비트 기반 컴퓨터는 너무 느릴 수밖에 없다. 

양자컴퓨터는 ‘큐비트(qubit)’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큐비트는 양자역학이라는 아주 작은 세계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큐비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중첩(superposition)’이다. 중첩이란 하나의 큐비트 0이면서 동시에 1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것은 마치 동전이 공중에 떠 있는 동안 앞면도 뒷면도 아닌 상태에 있는 것과 비슷하다. 이 중첩 덕분에 양자컴퓨터는 동시에 여러 계산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컴퓨터가 8개의 경우를 각각 계산하려면 8번을 따로 해야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한 번에 8개의 경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계산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질 수 있다.

또 하나의 핵심 개념은 ‘얽힘(entanglement)’이다. 얽힘이란 두 개 이상의 큐비트가 서로 연결되어 한 큐비트의 상태를 알면 다른 큐비트의 상태도 바로 알 수 있는 현상이다. 이 얽힘 현상은 양자컴퓨터가 큐비트 간의 정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심지어 두 큐비트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연결된 것처럼 작동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양자컴퓨터는 단순한 계산을 넘어, 미래의 통신이나 보안 시스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양자 암호’ 같은 기술은 해킹이 거의 불가능한, 안전한 통신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양자컴퓨터는 실제로 어디에 쓰일 수 있을까? 먼저, 신약 개발 분야가 있다. 새로운 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분자 조합을 시뮬레이션해야 하는데, 기존 컴퓨터로는 계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양자컴퓨터는 분자의 구조와 상호작용을 훨씬 빠르게 분석할 수 있어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복잡한 수학 계산이 필요한 기후 예측, 암호 해독, 인공지능 훈련, 항공기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미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큐비트는 매우 민감해서 주변 환경의 작은 변화에도 쉽게 흔들린다. 이 때문에 큐비트의 상태를 오래 유지하기가 어렵다. 과학자들은 이를 ‘오류율(error rate)’이라고 부르며, 안정적인 계산을 위해 이 오류를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또 양자컴퓨터는 아직 실험실 수준의 장비이며,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노트북처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실제로 현재의 양자컴퓨터는 커다란 냉각 장비 속에서 영하 273도에 가까운 온도에서만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양자컴퓨터가 지금 당장 우리의 컴퓨터를 대체하진 않는다. 오히려 함께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일은 여전히 기존 컴퓨터가 잘 처리할 수 있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가 어려워하는 복잡하고 방대한 계산 문제에 특화된 ‘전문 도구’로 쓰일 수 있다. 이처럼 두 기술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 협력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동반자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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