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tration by Yujin Jeon 2007(전유진)>
[객원 에디터 10기 / 윤채원 기자] 나이가 들면 누구나 노안을 겪는다. 가까운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고, 휴대전화나 책을 멀리 들어야 겨우 읽을 수 있는 불편함이 따라온다. 지금은 수술 같은 비싼 치료 방법이 주로 쓰이지만, 환자에게는 부담이 큰 방법이다. 그래서 최근 의학계와 제약업계는 안약만으로 노안을 치료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눈은 생각보다 약물이 흡수되기 힘든 구조로 되어 있다. 눈물은 약물을 금세 씻어 내리고, 각막은 두꺼운 장벽 역할을 한다. 망막 깊숙한 곳까지 약물이 도달하려면 혈액-망막 장벽이라는 또 하나의 장벽도 넘어야 한다. 이 때문에 기존의 안약은 대부분 표면적인 증상 완화에 그쳤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노안을 치료할 수 있는 안약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여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서울대 약학대학 연구팀은 나노리포좀을 이용해 약물을 감싸고, 이를 통해 망막까지 침투하는 효율을 기존 대비 3배 높였다고 발표했다. 연세대 연구진은 고분자 하이드로젤을 활용해 약물이 눈 표면에 더 오래 머물도록 설계해 점안 후 6시간 이상 유지되는 결과를 얻었다. 삼일제약 같은 국내 기업은 일정 시간에 걸쳐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는 플랫폼을 연구하면서, 환자가 하루에 여러 번 약을 넣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기술들이 상용화되면 약물이 눈에 더 오래 머물러 복용 횟수는 줄고, 큰 부작용까지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한계와 위험성도 크다. 나노입자나 고분자 물질이 눈에 들어갔을 때 자극이나 이물감을 유발할 수 있으며, 개인적으로 사용할 때 농도를 잘못 조절하면 오히려 시력을 해치거나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무엇보다 안약은 개봉 후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세균에 오염될 위험이 워낙 크다. 2023년 미국에서는 세균에 오염된 인공눈물 제품으로 인해 수십 명이 감염되고 일부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게다가 나노 고분자 기반의 복잡한 제형은 대량 생산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상용화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
현재 연구는 다양한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가톨릭대 연구소는 설치류 모델에서 항염증 점안제를 실험해 기존보다 염증이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다. 한미약품은 녹내장 점안제를 임상 1상 단계에서 시험 중이다.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Novartis)와 알러간(Allergan) 역시 지속 방출 안약을 개발하며 미국 FDA와 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보자면, 안약 시장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2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매우 큰 시장으로 성장해 있다. 이제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고 있으며, 스타트업과의 협력도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연구개발만큼이나 큰 문제는 비용이다. 신제형 안약 개발에는 수백억 원대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특허를 확보하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임상 실패나 규제 지연으로 큰 손실을 볼 가능성도 크다.
환자와 사회에 미칠 영향도 생각보다 크다. 주사를 맞는 대신 간단히 안약을 넣는 방식으로 치료가 가능해진다면 환자들의 편의성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병원으로서는 시술 부담이 줄어 의료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고가로 출시될 경우 저소득층 환자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또 제품 오염이나 품질 문제는 언제나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앞으로 안약이 노안을 포함한 안질환 치료의 큰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는 안전성 확보, 대량 생산 비용 절감, 규제 정비, 환자 신뢰 형성 등에 달려 있다. 단기적으로는 안구 건조증, 녹내장 같은 흔한 질환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크고, 장기적으로는 황반변성이나 당뇨성 망막병증처럼 난치성 질환까지 치료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