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 거부한 우크라이나 펜싱 선수, 세계펜싱선수권 실격
[객원 에디터 6기 / 김서안 기자] 지난 27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3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사브르 64강전에서 우크라이나의 올하 하를란과 러시아 출신 선수인 안나 스미르노바가 만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은 각종 스포츠 대회 참가 제재를 받은 상태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올해 들어 양국 선수들이 중립국 자격으로 대회에 나갈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국제펜싱연맹(FIE)은 지난 5월 스미르노바를 포함한 러시아 출신 선수 17명에게 이 자격을 부여했고, 이에 이날 스미르노바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것이 아닌 중립국 소속의 개인 자격으로 대회에 출전했다.
이날 경기에선 하를란이 스미르노바를 15-7로 제압했는데, 이후 선수 간의 인사 상황이 문제가 됐다. 경기를 마친 두 선수가 마주 선 뒤 스미르노바가 하를란 쪽으로 다가가 악수하려 했으나 하를란은 자신의 세이버(펜싱용 검)를 내민 채 거리를 뒀고, 악수는 하지 않은 채 피스트(시합장)를 떠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미르노바가 경기 후 의자에 약 50분가량 앉아서 항의의 뜻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국제펜싱연맹(FIE)에 따르면, 경기 결과가 나온 뒤 출전한 선수는 악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결국 하를란은 해당 규정 위반으로 실격 처리돼 다음 출전 자격을 박탈당했다. 하를란은 펜싱 세계 챔피언이자 4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이기 때문에 이번 실격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실격 후 하를란은 소셜 미디어에 올린 영상을 통해 “ 메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국가와 가족”이라고 전했다. 이어 하를란은 AFP 통신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스포츠 경기장에서 러시아 선수들과 맞설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결코 그들과 악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자신의 사회적 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 하를란은 공정하게 경쟁해 승리했고, 위엄을 보여줬다”라고 전했다.
또한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펜싱 연맹(NFFU) 역시 조직 차원의 항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제 테니스 대회인 2023 윔블던 챔피언십에서도 우크라이나 선수가 러시아와 벨라루스 소속 선수들과의 악수를 거부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우크라이나 테니스 선수인 엘리나 스비톨리나는 이날 하를란의 결정에 대해 “ 우리 국민을 위해 옳은 일”이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지난 4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출전하는 올림픽, 장애인 올림픽, 비올림픽 대회에서 자국 선수들의 참가를 금지하는 보이콧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