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의 나노 슈트, 우리도 입을 수 있을까?
[객원 에디터 8기 / 정동현 기자] <어벤져스: 인피니티워(이하; 인피니티워)>는 개별 영화에서 이미 독특한 개성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마블 영웅들이 총 출연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 최고의 장면은 어벤져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아이언 맨인 토니 스타크(Tony stark)와 역대 최강의 빌런 타노스(Thanos)와 대결하는 장면이다. 이때 스타크가 걸어가면서 가슴에 있는 아크 리액터(Arc reactor)를 두드리면 순식간에 슈트가 입혀지는 장면은 정말 흥미진진하다. 스타크의 아이언 맨 슈트는 영화사에 남을 역대 최고급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기능을 기본으로 에너지 빔, 미사일 등을 비롯한 다양한 센서들과 고기능 AI 기능까지 탑재되어 있어 현대 과학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영화 속 기술이 현실에서 존재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아이언맨의 나노 슈트의 일부 구성 요소는 오늘날 과학자들이 이미 연구 중이다. 일부는 나노테크, 웨어러블 기술, 인공지능과 같은 분야의 발전을 통해 더는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 곧 실현될 수 있는 현실임을 시사한다.
나노테크(Nanotechnology)
영화 속 아이언맨 슈트는 계속 진화해 왔다. <어벤져스: 시빌워> 까지만 해도 복잡한 기계장치를 장착해야 했기 때문에 슈트를 입는 데만 십여 초 이상이 걸렸다. 하지만 <인피니티워>에서는 입는다기보다는 마치 자석에 쇳가루처럼 ‘나노 슈트’가 스타크의 몸을 감싸듯 달라붙는다. 놀란 헐크가 “그거 어디서 났어? (where’d that come from?)”라고 묻기까지 한다. 그리고 스타크는 아무렇지 않게 “나노테크(it’s Nanotech)”라고 답한다. 이처럼 무기를 찾아들고 싸우는 게 아니라 나노테크로 필요할 때 원하는 모양으로 무기나 장비를 즉시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노테크란 원자와 분자를 나노스케일(Nanoscale: 100 나노미터(nm, 1억 분의 1㎜ 이하)에서 조작해 물질의 구조, 배열을 바꾸거나, 장치, 시스템을 설계, 제작, 사용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과학 및 공학 분야를 말한다. 1nm는 10억 분의 1mm에 불과한 크기로, 머리카락보다 8만 배나 얇아 육안으로는 볼 수 없다. 아이언맨 슈트도 나노 크기의 입자가 모여들어 완벽한 슈트를 입은 아이언 맨으로 변신하는데 새털처럼 가벼우면서도 강철보다 강한 탄소섬유가 사용되었다. 이러한 꿈의 아이언맨 슈트가 더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2007년 호주 시드니대 장리앙치(Liangchi Zhang) 교수와 카우살라 밀바가남(Kausala Mylvaganam) 박사 연구팀은 탄소 나노튜브(Carbon nanotubes; CNT)의 총알을 뚫는 탄력을 연구를 통해 (the bullet-bouncing ability) 나노튜브가 총알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총알의 속도는 감소시킨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의 사용되던 방탄 소재가 일반적으로 총알의 힘을 분산시켜 총알을 멈추게 하는데 이런 소재를 착용한 사람은 여전히 멍이 들거나 장기가 손상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노 크기의 탄소섬유인 CNT 소재를 사용하면 ‘절대 뚫리지 않는 방탄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주목한 탄소 나노튜브는 육각형 벌집무늬 구조로 배열된 탄소 분자가 둥글게 말려 있는 원통형 튜브 형태를 띠는 구조인데, 이는 다이아몬드 정도로 단단한 총알을 맞더라도 그 총알의 운동에너지를 모두 흡수한 뒤 다시 튕겨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 때문에 아무리 빠른 총알이 날아오더라도 문제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024년 나노테크 기술은 어떻게 발전하였을까?
자가치유 소재
아이언 맨 나노슈트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즉각적으로 자신을 복구할 수 있는 능력이다. 물론 인간 스타크를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복구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나노기술은 자가치유 특성을 가진 소재를 만드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20년,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University of California, Riverside)의 왕 웨이 박사(Dr. Wei Wang) 연구팀은 「Nano Letters」에 새로운 자가치유 소재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나노크리스털과 폴리머를 조합하여 만든 이 소재는 실온에서 자율적으로 자신을 복구할 수 있으며, 웨어러블 제품이나 방탄복에 사용될 수 있다. 아이언 맨 나노슈트의 자가 수리 기능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존스홉킨스대학(Johns Hopkins University)의 왕 차오(Chao Wang) 박사팀은 2022년에 자가치유 전자 피부를 개발했는데, 이 피부는 자신을 복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환경 자료수집을 위한 센서를 포함하는 미래의 웨어러블 기기와 관련 기술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완벽한 아이언맨 슈트는 아니지만, 이러한 혁신은 자가 수리형 웨어러블 기기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웨어러블 로봇, 엑소슈트(Exosuit)
아이언맨 슈트는 주인공의 힘을 크게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는 오늘날 개발되고 있는 엑소슈트(웨어러블 로봇)의 특징이다. 이러한 슈트를 착용하면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입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2023년 엑소아틀렛(ExoAtlet)은 이동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돕고, 산업현장에서 근로자의 체력을 증폭시키는 업데이트된 모델을 출시했다. 센서와 AI의 조합으로 제어되는 이 슈트는 현재 재활을 위해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산업 및 군사적 용도로서의 그 잠재력, 미래 전투 상황에도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또한 아이언맨 슈트의 일부 기능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인공지능(AI)
인피니티 워에서 아이언맨 슈트는 전투에서 그를 돕는 매우 진보된 AI에 의해 제어된다. 현실에서의 AI는 아직 그 정교함에 미치지 못할 수 있지만,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AI 진화는 진행 중이다. 가장 최신의 사례는 다르파(DARPA; 미국 국방성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의 PERSEUS(탐험 로봇 강화 슈트 시스템의 프로토타입)로, AI 기반 웨어러블 AI를 통합하여 군인의 의사 결정, 데이터 분석 및 상황 인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23년에 테스트된 이 시스템은 군인 간의 더 나은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환경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전술 조언을 제공한다. 아직 아이언 맨의 슈트 AI만큼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PERSEUS는 AI를 웨어러블 군사 시스템에 통합하는 데 필수적인 단계를 보여준다. 또한, 2023년 Nature Electronics에 게재된 제난 바오(Zhenan Bao) 연구팀에 따르면 실시간으로 건강을 모니터링하는 AI 기반 웨어러블 기기가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하다가 잠재적인 건강 문제를 감지하면 즉각적인 개입 하도록 하는 기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개발은 미래의 스마트 의류 또는 슈트에 필수적인 기능으로서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고도의 과학기술을 통해 우리는 아이언 맨의 나노슈트와 영화 속 가상현실이 현실의 과학을 견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고도로 발전 중인 과학기술이 적절한 타이밍에 맞추어 영화의 소재로 사용되는지 그 경계가 모호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아이언 맨 슈트의 매력적인 요소들이 허구를 넘어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