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지적장애 마약 사범 사형집행 하나…
말레이시아 총리의 사면 요청, 국제적 이슈화돼…
인권단체와 가족들의 호소, 청원 7만 명 이상 달성
[객원에디터 2기 / 정수연 기자] 지난 5일, 국제 인권단체는 싱가포르 정부의 지적 장애 마약 사범에 대한 사형 집행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번 집회는 10년 전, 소량의 헤로인을 다리에 묶어 싱가포르에 들여오다 체포된 말레이시아인 나가엔트라 다르말링감씨에게 사형 집행을 판결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내무부는 다르말링감씨의 재심 판결을 기각했다며 공정한 법적 절차를 거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다르말링감씨가 지속적으로 자신의 낮은 교육 수준이 범죄를 일으키게 했으며,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강조했다고 한다. 또 본인이 한 행동이 범죄임을 지각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바지 안에 마약을 감추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지속해서 그의 사형 집행을 유예하고 판결을 번복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다르말링감씨의 지능지수(IQ)는 69이며, 재판 과정 중 여러 전문 의사들로부터 경계선 지능 장애와 인지 장애 등 지적장애를 판정받았다. 그의 변호인들 역시 그의 친구가 그의 여자 친구를 협박하고 그를 구타하며 범행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다르말링감씨는 자신이 겪을 일을 이해하지도 못한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가 가입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은 정신 및 지적장애로 인해 뚜렷한 자기 의사를 밝히는 것에 지장이 있는 사람들에게 사형을 금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마약에 대한 처벌이 매우 강력하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헤로인은 15그램 이상 소지 시 법정 최고형인 사형 또는 종신형을 구형받을 수 있고, 코카인과 모르핀은 30그램 이상 일 경우 해당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다르말링감씨는 2009년 42.5그램의 헤로인을 다리에 묶은 채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로 건너다 적발되었다. 이후 교수형을 선고받은 후 항소를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9일 보도에 따르면, 인권단체들과 가족들의 청원으로 그의 사형 집행이 극적으로 하루 전에 유예되었다고 한다. 다르말링감씨를 사면해달라는 온라인 청원 운동에 약 7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또 말레이시아의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총리는 직접 싱가포르의 리셴룽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그의 사형집행 유예와 사면을 요청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사형집행 유예에 코로나 19의 영향을 이유로 들었지만, 이번 사건에 국제적으로 많은 관심이 쏠리자 부담감이 작용해 판결을 번복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 판사 중 한 명인 앤드루 팡 분 렁 판사는 다르말링감씨가 코로나 19에 감염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고 재판 날짜가 추후 결정될 때까지 사형집행을 유예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