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심장을 울리는 음악’, 과연 올바른 표현일까?

소리가 전달되는 원리

심장을 자극하는 음악의 특징

<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7기 / 김려원 기자] 일본 도쿄대의 한 연구팀이 ‘심장을 울리는 음악’이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해 4월에 국제학술지인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결과를 게재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음악이 ‘심장을 울린다’라는 표현을 쓴다. 신이 나는 댄스곡이나 절절한 발라드 등 장르와는 관계없이 여러 음악에는 이 표현이 사용된다. 소리는 물체의 진동으로 만들어진 음파가 공기나 액체 같은 어떠한 매질을 통해 전달되어 귀청을 울려서 들리게 된다. 악기들은 각자 다른 물리적 특성 때문에 고유의 진동수를 내보내며 주변 공기 입자들을 진동시켜 귀에서 소리로 인지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기타 같은 현악기는 줄을 튕겨 진동을 일으키고 드럼 같은 타악기는 막에서 진동을, 그리고 플루트 같은 관악기는 관 내부에서 진동이 일어난다.

음악은 여러 곳에서 사용되며 가끔은 상업적으로도 이용된다. 음악의 특징 중 하나인 강한 호소력을 이용해 헬스장에서는 빠른 비트의 음악으로 운동 효과를 극대화하고 술집에서는 빠른 음악을 틀어 사람들이 맥주를 더 빨리 마시게 해 매출을 상승시킨다. 또한, 박자나 화음이 일정하지 않고 예측하기 힘든 음악은 청중에게 더 많은 자극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불규칙다운 자극이 뇌 활동을 자극해 청중을 더욱 신이 나게 해주는 것이다. 이를 이용해 여러 DJ의 공연에서는 음악을 잠깐 정지시키는 ‘브레이크’ 기술을 사용해 사람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이처럼 음악은 여러 사람에게 감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도쿄대 연구진은 음악이 유발하는 감정들이 신체 어디에서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 위해 실험을 했다. 먼저 빌보드차트에 올라온 890여 개의 곡들을 분석하여 화음을 추출하고 조합해서 4개의 코드로 진행되는 8개의 곡을 만들었다. 그리고 약 527명의 참가자에게 이 곡들을 들려준 다음 10초 안에 느껴지는 감정들과 그 자극을 느낀 신체 부위 등에 대해 질문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답을 모아 심장을 울리는 음악의 화음 구성에 대해 정리했다. 만들어진 곡의 1~3번째 화음은 예측할 수 있고 낮은 놀라움을 일으켰고 마지막 4번째 화음은 높은 불확실성을 가져 큰 자극을 일으키는 진행을 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마지막 화음에서 심장에서 가장 큰 자극을 느꼈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을 ‘예측 처리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칙은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변수에서 큰 놀라움과 비슷한 감정들을 느끼게 되는 것으로 뇌가 예측한 감각과 실제 감각이 일치하지 못했을 때 예측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이전에 경험했던 내용을 기반으로 미래의 감각적 경험을 예측한다. 음악도 이와 비슷하게 익숙한 음악에서의 화음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진행을 예측하게 되는데 이때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겼을 때 심장 박동이 변하면서 놀라움과 같은 감정들이 급증하게 된다.

반면에 4개의 화음이 모두 예측할 수 있고 낮은 놀라움을 일으키는 진행의 곡을 들은 참가자들은 복부에서 강한 감각을 느꼈다고 답했다. 갑작스러운 변화 없이 예상대로 흘러가는 음악에서 참가자들은 안정감, 안도감, 만족감, 향수 및 공감했다. 타츠야 다이코쿠 도쿄대 부교수는 “익숙하고, 진행을 예측하기 쉬운 음악은 안정감과 만족감을 주고, 예측하기 어려운 놀라운 음악은 심장을 울린다”며 “음악의 불확실성, 예측 오류 및 시간적 역학이 신체 감각과 감정을 유발하는 복잡한 상호작용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참가자들의 주관적인 감각과 감정을 주로 실험을 진행했기 때문에 연구진들은 추후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음악이 심장 박동 변화 같은 정량적 생리 반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다이코쿠 교수는 “음악은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전신으로 느끼는 감각이다”라며 “이번 연구 결과가 앞으로 스트레스 해소 및 정신 건강 향상을 위한 음악을 구성하는 등 치료 등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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