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은 어떻게 중국에서 흥했는가
신라면이 중국의 라면 문화를 바꾼다
현지화된 마케팅과 차별화된 한국의 맛으로 승부
[객원에디터 2기 / 김준모 기자] 신라면이 처음 중국으로 진출했을 때 중국은 봉지라면을 컵라면처럼 끓여먹었다. 그릇에 라면과 수프를 넣고 끓인 물을 넣어 3분간 익힌 뒤 먹었다. 이게 바로 중국의 파오몐 (泡面) 문화였다. 때문에 1999년에 농심이 처음 한국식 봉지라면을 갖고 중국에 진출했을 때 많은 중국사람으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현재, 중국에서는 신라면이 한국음식을 대표하는 전형적인 “K-푸드”로 자리 잡으면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럼 신라면은 어떻게 문화 차이라는 벽을 뚫고 성공할 수 있었을까? 세계 라면협회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꼽는다: “현지화된 마케팅”과 “차별화된 제품”.
1999년, 농심이 한국 기원과 함께 주체한 “농심 바둑 세계최강전”은 농심이 중국 현지를 겨냥해 실행한 제일 효과적인 마케팅 중 하나이다. 이 대회로 중국 언론들을 통해 농심이라는 이름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렸고, 농심은 대략 수백억 원에 달하는 마케팅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또한 농심은 “매운 거를 못 먹으면 사나이가 아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신라면을 홍보했다. 이는 마오쩌둥의 어록 “만리장성에 오르지 않고서는 사나이가 아니다”라는 말을 오마주한 것으로 중국인들을 자극했다.
농심은 중국에 맞춰 마케팅을 했지만 제품은 한국식 그대로를 시장에 내놓았다. 왜냐하면 제품을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춰 중국 현지 라면과 유사한 맛을 내면 단기적으로 매출 성적이 올라갈지라도 장기적으로는 농심의 브랜드 파워를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라면은 중국 현지 라면에 비해 가격 경쟁률이 떨어진다.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라면 홍샤오뇨로우 (红烧牛肉)는 약 326원 정도라면 신라면은 그보다 2.5배가 비싼 815원이다. 하지만 중국의 소비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비싸도 한국 라면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조인현 농심 중국 법인장은 “한국의 매운맛을 그대로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대신 광고나 마케팅은 현지 문화와 트렌드를 우선시한 게 중국 시장에서 통했다”라며 농심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