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유래 코로나19 백신 나오나?
국내 기업 지플러스, ‘식물기반’ 코로나19 백신 국제학술지 논문
영국 메디카고, 효능 기대 이상으로 좋아… 3상 연구 평가만 남았다
기존 동물세포 배양보다 생산 단가 저렴
변형 바이러스 나올 시, 개발 기간 5~6주로 크게 줄일 수도
[위즈덤 아고라 / 김규인 기자] 국내 기업인 지플러스 생명과학은 지난 6일 국제학술지 ‘백신’에 식물 플랫폼으로 생산한 코로나19 백신의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지플러스 연구팀은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spike protein) RBD (receptor binding domain) 부분을 담배 속 식물 (N. benthamiana)에서 발현 및 정제하는데 성 공했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RBD는 현재 개발된 화이자-바이오 엔텍, 모더 나, 아스트라 제네카, 얀센 등록 코로나 19 바이러스 백신의 타깃 항원이다.
지플러스 생명과학의 식물기반 플랫폼은 기존 백신 개발에 사용되는 유정란이나 동물 세포 배양 기술보다 백신 후보물질을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는 ‘그린 백신’이란 점에서 차별화된다.
그린 백신은 식물을 생산 플랫폼으로 활용해 생산되는 재조합 단백질 백신으로, 안전성과 신속성, 경제성이 뛰어나 최근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감염병 대응을 위한 최적의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식물을 재배해 코로나19 백신 같은 의약품을 수확하는 일을 ‘분자농업’이라고 하는데, 원하는 단백질 약물의 유전자를 집어넣은 식물을 재배하는 과정이다. 개별 식물체가 외부 단백질을 만드는 일회용 배양기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한편, 메디카고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공동 연구협약을 맺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식물기반 백신 후보 2상 연구 결과를 지난 5월에 발표했다.
효능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21일 간격으로 18~64세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중화 항체와 세포 매개 면역 반응이 나타났고, 높은 체액성 면역 반응을 유도했다.
특히, 2차 접종된 성인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후 회복된 환자보다 10배 높은 중화 항체가 검출됐다.
아직 3상 연구 평가가 남았지만, 식물성 코로나 백신 치료제가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외신에 따르면 메디카고는 월 1000만 도즈의 백신 생산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식물기반 백신은 바이러스 주요 독성을 없앤 일부 단백질이나 유전자를 식물에 주입해 식물 재배 후 정제해 백신에 사용할 단백질을 얻는 원리다. 일반 백신은 달걀이나 포유류 등에서 배양한다.
식물기반 백신은 기존 동물세포 배양보다 생산 단가가 싸다. 형질전환 식물에서 재조합 단백질 생산비용은 대장균(E. coli) 발효에 의한 것보다 10~50배 더 낮다는 평가다.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식물기반 백신 생산은 신선한 식물 g당 1㎎의 수율을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다른 생산 시스템과 달리 백신 제조 공정 중의 변수에 안전하다. 식물은 특별한 보관법이나 멸균처리 없이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백신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또한 변형 바이러스가 갑자기 나타나면 백신 개발에 5~6개월이 걸리는 기존 방법으로는 재빨리 대응할 수 없다. 개발 기간을 5~6주로 크게 줄일 수 있는 식물유래 백신 개발이 시급한 이유다.
하지만 식물성 백신의 많은 장점에도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 분자농업에 식물 형질전환이 사용되므로 자칫 생태계에 유입될 수도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 생명공학 기업인 프로디 진(ProdiGene) 사는 2002년에 박테리아에서 유발한 돼지 설사병 예방을 위해 항원 발현하는 형질전환 옥수수가 대두를 오염시킨 사례가 있다. 이런 위험요소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한 생산설비를 갖춘 공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미 다양한 의약품 생산 시스템이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식물 백신 플랫폼은 대량 생산 설비 구축에 들어가는 투자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인프라가 별로 없다.
또,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다른 생물의약품과 이식 유전자 등의 불순물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더 나아가 이식 유전자가 안정적으로 발현되는 식물에만 적용되고, 일시적 형질 감염된 식물과 식물 세포 배양은 제외하는 등 까다로운 규정을 두고 있다.
지플러스 생명과학 측은 “회사의 이번 논문 게재는 식물기반 백신으로 SCI급 주요 저널에 실려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사례”라며, “향후 회사는 오송 식물 호텔 시스템을 통해 백신 후보 물질을 대량 생산할 예정이며, 해당 시스템으로 1회 생산 당 약 2만 회 투여 분의 단백질 양산이 기대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