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구름 응축을 통한 새로운 양자물질을 발견하다
저온 실리콘 금속에서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특성 확인
세계 최초 스핀 구름 응축 통해 발견된 새로운 양자물질 규명
[객원 에디터 4기 / 김민주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월 7일 임현식 교수 공동연구팀이 극저온 실리콘 금속에서 스핀구름 또는 콘도구름들의 응축현상을 통하여 새로운 양자물질을 발견하고 규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초연구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2월 7일 ‘Observation of Kondo condensation in a degenerately doped silicon metal’라는 논문명으로 게재되었다.
콘도구름이라고도 불리는 스핀구름은 금속이나 반도체 내 자성 불순물 주위에서 자성을 가리기 위해 형성된 자유전자들을 말한다. 전기저항이 없기에 자기 부상열차, 자기 공명영상장치(MRI) 등에 활용이 가능한 고온 초전도 현상에서 스핀구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높은 이론적, 실험적 관심에도 응집물질물리학 분야에서 스핀구름 형성과 더 나아가 이들끼리의 상호작용에 의한 새로운 양자 물질에 대한 연구는 아직 풀리지 않은 난제가 많다. 이에 국내 연구팀은 양자 컴퓨터 소자 관련 연구를 하던 중 우연히 실리콘 금속에서 그동안 학계에서 보고되지 않은 특이한 신호를 발견하였다. 그리고 이를 소자나 측정기기의 오류가 아닌 새로운 양자역학적 물질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연구를 시작했다.
스핀구름과 관련된 연구는 극저온에서만 측정해야 하는 제약 등 여러 실험적 어려움과 해석의 한계로 인하여 선행 연구가 극히 적었지만, 연구팀은 2015년부터 연구를 지속했다. 그 결과 실리콘 금속에서 관측된 것은 물질의 상 중 고체, 액체, 기체, 플라즈마에 이어 1990년대에 발견된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상태 특성을 갖는 새로운 물질임을 분광학 및 전기 전도도 측정을 통해 밝혀냈다. 여기서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이란 보손 입자들이 절대 0도에 가까운 온도로 냉각되었을 때 나타나는 물질의 상이다.
금속에 형성된 스핀 구름들의 밀도가 적은 경우 스핀 구름들은 기존에 잘 알려진 콘도 효과(자성 불순물과 – 주변 전자의 스핀-스핀 산란 때문에 전지 저항이 임계 온도에서 커지는 현상)를 나타내며, 스핀 구름들이 충분히 많아 서로 중첩된 응축 현상을 보이는 경우 쿠퍼-쌍이 없는 초전도체와 유산한 새로운 양자 물질이 형성될 수 있다.
결국 실리콘 금속을 이용하여 극저온(1 [K], -272.15 [℃])에서 스핀구름들을 응축하면 새로운 양자물질이 존재할 수 있음을 최초로 발견하고 규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금속 및 반도체에서 스핀-스핀 상호 작용을 이해하고 고온 초전도체를 포함한 다양한 강상관계 물질을 연구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상관계 물질은 구성 입자들이 강하게 상호작용을 하여 일반적인 도체나 부도체에서 보이지 않는 특이한 현상을 나타내는 물질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스핀구름을 상호작용하여 양자컴퓨터의 기본이 되는 큐빗(qubit)으로 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큐빗은 양자컴퓨터의 정보처리 단위로, 큐빗을 거미줄처럼 연계해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양자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2019년 구글은 양자컴퓨터 시제품으로 슈퍼컴퓨터로는 1만년 걸릴 계산을 3초만에 해낸 사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