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홍수 참사, 200명 넘게 사망
[객원 에디터 8기 / 우성훈 기자] 지난달, 스페인 남동부와 동부 지역은 50여 년 만에 최악의 홍수 피해를 입었다. 10월 29일, 기습적인 폭우가 발렌시아, 카스티야라만차, 안달루시아 등 여러 지역을 덮쳤으며, 이로 인해 최소 217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 명이 실종되었다. 이 폭우로 인해 수많은 도로와 다리가 파괴되었고, 급류에 휩쓸린 차량들이 도로와 철로를 막아 교통이 마비되었다. 특히, 발렌시아 지역에서는 1년 치 강수량에 해당하는 비가 단 8시간 만에 쏟아졌으며, 그 결과 거리는 진흙에 뒤덮였고 많은 차량들이 진흙 속에 갇혔다. 이와 같은 참사는 1973년 스페인 홍수 참사 이후 가장 큰 규모로, 그 피해는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이번 홍수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발렌시아와 그 인근 지역이었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폭우가 시작되었을 당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차 안에 갇혀 있었고, 그들은 갑자기 불어난 하천에 휩쓸리며 목숨을 잃었다. 실제로, 발렌시아 지역의 많은 도로와 교량은 불어난 물에 휩쓸려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특히, 일부 주민들은 “쓰나미처럼 물이 밀려왔다”며 당시의 끔찍한 상황을 증언했다. 그들은 도로 위에서 강물이 밀려오는 상황을 인식하기도 전에 물에 휩쓸려갔으며, 일부는 다행히도 중앙분리대에 올라가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재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스페인 당국의 대응이 늦어졌다는 점이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후, 당국은 경고를 늦게 발령했으며, 그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피할 시간이 부족했다. 실제로 스페인 기상청은 폭우가 시작된 뒤 몇 시간 동안 경고를 발령하지 않았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지 못했다. 발렌시아 지역은 급속히 도시화가 진행되었지만, 배수 시설이 부족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었다. 주민들은 “당국이 아무런 대응 없이 우리를 방치했다”라고 비판하며, 긴급 재난 경보가 너무 늦었다는 불만을 표출했다.
또한,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서는 구조 활동도 매우 어려웠다. 홍수로 인해 도로가 끊어지고 통신망과 전력망이 마비되면서 구조 작업이 지연되었으며, 일부 지역은 구조대가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발렌시아 지역에서는 군과 경찰을 포함해 1만 7000명 이상의 구조 인력이 투입되었지만, 진흙 속에 묻힌 차량과 피해자들을 수색하는 작업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 침수된 대형 쇼핑센터의 지하 주차장에서는 차량 5800여 대가 물에 잠긴 채 6일 동안 구조 작업이 지연되었고, 그로 인해 실종된 사람들의 수색이 미뤄졌다.
스페인 정부는 기후 변화가 이번 홍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강수량의 강도와 빈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그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중해의 따뜻한 바다와 찬 공기가 만나면서 발생한 ‘고타 프리아’ 현상이 이번 폭우를 유발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이는 기후 변화가 자연재해에 미치는 영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기후 변화가 심화될수록 이러한 대규모 폭우와 홍수 사건은 앞으로도 빈번히 발생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스페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처가 시급함을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