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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국가 부도 사태, 대통령 사임

< PIXABAYT 제공 >

[객원 에디터 3기/김유현 기자] 이번 달 9일 스리랑카에서 국가 부도 사태에 분노한 수만 명의 시민들이 반정부 시위를 일으켰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집안의 부패에 불만을 가진 반정부 시위대는 콜롬보에 모여 정권 퇴진 시위를 벌이고 대통령궁까지 장악했다. 대통령궁을 점령한 시위대는 내부의 호화로운 수영장과 헬스장을 발견하고 대통령 일가의 사치스러운 삶에 거센 비판을 가했다. 시위 참가자 알라와 라라지 피야세나 씨(67)는 AP통신에 “국가 부도 후 우리 가족은 먹을 게 없어 고통받고 있는데 지도자는 이렇게 사치스러운 삶을 즐기고 있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남부 함반토타 불교도 싱할라족 유력 가문인 라자팍사 일가는 2004년부터 2016∼2018년을 제외하고 총 15년간 스리랑카를 장악했다. 고타바야 대통령의 형 마힌다는 2005∼2015년 재선 대통령을 지내며 고타바야를 국방장관, 형 차말을 관개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형의 뒤를 이어 2019년 대통령이 된 고타바야는 형 마힌다를 총리, 동생 바실을 재무장관으로 채용했다. 4형제가 대통령, 총리, 장관 등 정부 고위직을 주고받으며 부도를 야기했다는 여론이 거세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국방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2009년 1983년부터 26년간 지속돼왔던 힌두교도 타밀족과의 내전에서 승리해 ‘싱할라족과 불교도의 수호자’ 이미지를 굳혔다. 다민족 다종교 국가인 스리랑카에서 2,200만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싱할라족은 타밀족, 말레이계 이슬람, 기독교도 등 소수파를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그는 싱할라족의 지지에 힘입어 2019년 대통령직에 올랐지만, 과도한 감세 정책을 펼치고 코로나19 이후 스리랑카의 관광 산업이 큰 타격을 받으며 경제난이 악화되었다. 지난 5월에는 국가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였고 달러의 부재로 인하여 음식, 약 등 생활필수품의 수입조차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부도 직전 세계 최초로 전면 유기농 농법을 시도하겠다며 화학 비료 수입을 아예 금지한 것도 고질적인 식량난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22년 세계에서 첫 국가 부도를 맞은 스리랑카의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를 피해 13일 이웃 나라 몰디브로 도피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고타바야 대통령은 13일 군용기에 부인, 경호원 등을 태운 채 몰디브 수도 말레에 도착했다. 그는 이틀 전에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도피를 시도하다 최대 도시 콜롬보의 공항 출입국관리소 직원 및 시민들이 저지해 실패했다. 이후 고바타야 대통령은 도피 닷새 만에 이메일을 통해 공식 사임했다. 현재 야권의 분열과 군경의 무력 사영 경고로 인한 정국 수습 여력이 없어 당분간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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