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슈링크플레이션∙∙∙나 몰래 계속 줄고 있던 과자의 양

< Illustration by Shinyoung Park 2006(박신영) >

 [객원 에디터 6기 / 김정서 기자] 과자를 구매하다가 “옛날에는 더 많았던 것 같은데?”라는 의문이 들은 적 있던가? 긴가민가하며 자신이 잘못 기억하는지, 진짜 과자의 용량이 줄었는지는 소비자들로선 알기 어렵다. 

최근 △ ‘바프(HABF)’의 허니버터아몬드 등 견과류 16개 제품 △ CJ제일제당의 백설 그릴 비엔나 △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체다치즈 상품의 용량이 적게는 7.7%에서 많게는 12.5%까지 줄었다. 이 중 유일하게 용량 변경 사실을 고지한 제품은 ‘바프(HABF)’의 허니버터아몬드밖에 없었다. 심지어 CJ제일제당은 백설 그릴 비엔나소시지(2개 묶음)를 640g에서 560g으로 줄이면서 가격을 590원 인하했지만 사실상 10g당 가격은 약 8% 인상된 것이다. 

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의 예시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들다=shrink(슈링크)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어떤 제품의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양을 줄인다는 의미이다. 

원재료 가격 인상과 인건비 상승 등 가격 인상 요인이 많아지면 업계는 상품의 가격을 인상하지만, 상품의 가격을 지속해서 인상하면 소비자들의 심리가 얼어붙는다는 것을 고려해 상품의 가격은 변함없지만 양만 슬쩍 줄여 판매하는 일명 ‘꼼수’를 쓴다. 간혹 소비자들이 가격이 오르지 않는 상품을 보고 제조사에 호감을 느끼다가 막상 제품을 사용하려 하면 양이 줄어있으니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슈링크플레이션 실태를 조사한 결과, 1년간 9개 품목 37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들었고, 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가격정보 종합포털사이트 참가격에서 관리하는 가공식품 209개의 조사 결과, 최근 1년 사이 3개 품목 19개 상품의 용량이 줄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11월 13일, 정부가 슈링크플레이션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사업자가 용량이나 성분 등을 변경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정확하게 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만약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고 제품의 중요 사항을 변동시킬 경우 이를 ‘부당한 소비자 거래 행위’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들 ‘몰래’ 이뤄지는 가격 인상을 막겠다는 취지이다. 또한 △ 실태조사 및 신고센터 접수 현황 △ 사업자와의 자율 협약 체결 방안 △ 단위가격 표시 확대 △ 용량 등 변경 사항 표시 의무 제도화 방안 등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용량 변경의 경우 포장지에 직접 표기하거나 △ 제조사 홈페이지 또는 판매처 등을 통해 고지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고 △ ‘소비자 24’ 등을 통해 중량 변경 정보를 제공하며 △ 소비자원의 모니터링 대상을 늘리고 △ 단위 가격 표시제를 확대하는 내용도 있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사실상 가격 인상임에도 가격 인상과 달리 소비자가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용량 변경 사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사업자 자율 협약, 민간 모니터링 확대, 관련 제도개선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 소비자들이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정보를 적시에,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고, 소비자단체들도 참가격 조사 품목 이외 품목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에 나섰다.

한편 기업에서는 정부의 대응으로 난색을 보인다. 이윤이 줄어도 오롯이 기업이 감당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가격을 올린 CJ제일제당 백설 그릴 비엔나의 관계자는 “원재료인 돼지고기 가격이 작년 대비 약 20% 올라 부득이하게 중량을 조정했으나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가격도 인하했다”라고 밝혔다.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는 ‘정부의 슈링크플레이션 근절 방안 배경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라며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용량, 조절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에 다른 부수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상품의 질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가격 및 용량을 낮추는 것과 달리, 재료의 질을 낮추는 부분은 소비자들이 감지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이화여대 경제학부 석병훈 교수는 “정부가 식품 업체들에 제품 용량을 줄이거나 원재료 함량 비율을 낮출 때 고지 의무를 정한 것은 올바르다고 본다”며 “다만 정부가 기업에게 가격 결정권을 뺏다시피 한 상황에서 이 같은 의무까지 부여하면, 기업들은 저품질의 식품을 생산할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슈링크플레이션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소비자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학 교수들이 우려한 것처럼 정부의 대책으로 업계가 지금보다 더 저렴한 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게 되는 거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슈링크플레이션이 아닌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또한 소비자들은 이를 ‘기만’이라고 느끼며 ‘슈링크플레이션 역시 자사 몰 등 공식적인 곳에 명시했다면, 소비자 역시 기만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슈링크플레이션 단속에 대한 정부의 대책으로 슈링크플레이션이 근절될지는 미지수이다. 당분간 기업들의 슈링크플레이션 형태에는 제동이 걸릴 전망이지만 이번 방안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반작용 형태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으며 이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다.

Leave a Reply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