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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문제

“그냥 자고 일어나면 된다” 인식개선 필요.. 사고시 70% 사망률

<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8기 | 태윤진 기자]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수험생들의 성형수술이 늘어나는 가운데, 수면마취제 오남용 및 중독 사례가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수면마취는 빠른 회복과 같은 ‘약리적 이점’ 때문에 다양한 성형외과, 치과, 수면내시경, 소아 관련 분야 등의 시술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이의 여러 부작용과 문제들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수면마취를 “단순히 자고 일어나면 끝나는 것”으로 오인하고 있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수면마취의 가장 끔찍한 결말은 죽음이다. 마취통증의학과 김덕경 교수가 분석한 결과, 수면마취 시술은 마취과 의사가 진행하지 않고 비마취과가 하는 경우가 많아 매우 위험하다. 마취 시술을 진행할 때는 수시로 환자의 호흡과 심장박동을 마취과 의사가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낮아질 수 있고 이런 상태가 3분간 지속되면 환자의 뇌와 심장에 손상이 오기 시작하고 5분이 지나면 뇌사상태에 빠진다. 심지어 수면마취의 경우 환자가 의식만 없을 뿐 감각과 운동신경은 모두 살아있어 응급처치도 매우 어렵다고 한다. 대학병원에서 큰 수술을 할 때 사용하는 전신마취의 경우에는 이 같은 사고에 대비하고 있지만 수면마취를 주로 실시하는 1차 병원(의원, 보건소 등을 진료하는 단일 과목을 진찰하고 기초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에서는 그렇지 않다. 마취사고 경향을 분석한 논문(Korean J Anesthesiol 2019; 72: 156-163)에 따르면 수면마취 65건 중 사망은 45건으로 70%였다.

수면마취의 또 다른 문제는 존엄성 문제이다. 위에 언급했듯이, 수면마취는 환자의 의식만을 억제할 뿐 운동신경은 모두 살아있어 환자가 통증을 느끼고 움직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팔다리를 묶어 시술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인간적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이다. 또한, 환자들은 시술 중 기억이 없기 때문에 여성성도 보호받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위험천만한 수면마취보다는 국소마취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수면마취제의 일종인 하얀색 액체주사, 일명 ‘우유주사’라 불리는 프로포폴은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특성 덕분에 수술실과 성형외과에서 자주 쓰인다. 해당 약물은 신속하게 숙면을 유도하고, 불안감 해소와 원기 회복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프로포폴은 중독성이 강하고, 반복 사용 시 정신적 의존성도 발생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프로포폴이 뇌의 도파민 농도를 증가시켜 쾌감과 환각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프로포폴의 오남용 및 중독 사례가 증가하면서 한국에서는 2011년부터 마약류의 하나인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프로포폴 오남용 사례가 한국에서 쏟아지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서울 강남에 위치한 A의원의 관계자들이 환자들에게 불법적으로 프로포폴을 처방·투여한 사건이 적발되었다. A의원은 환자들에게 돈만 내면 하루 최대 10시간 이상 프로포폴을 맞을 수 있게 해 주었으며, 병원 내에는 ‘피부관리실’이라 불리는 독립적인 공간을 마련해 마치 합법적인 의료 시술인 것처럼 위장했다. 이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NIMS)에 허위로 의료목적 투약이라고 보고하며 단속을 피했다. 

다른 사례로, 한 30대 남성이 피부 미용 시술을 빙자해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약한 뒤 차량을 운전하다 행인을 치어 사망케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그는 약물에 취해 정상적인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며, 사고 직후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안타깝게도 피해자는 뇌사 판정을 받은 후 끝내 숨졌다. 의사가 자기 자신에게 직접 처방한 사례도 많았으며 이에 대응해 식약처는 지난 10월, 프로포폴의 ‘의사 셀프처방’을 금지시켰다. 

프로포폴의 남용과 그로 인한 사고는 더 이상 환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수면마취제의 사용에 대해 보다 철저한 관리를 요구하고 있으며, 환자들은 그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사용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안전한 의료 환경을 위해서 환자들을 향한 의사의 큰 배려와 책임감 있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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