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수면과 동공의 비밀: 기억 형성의 핵심 열쇠

NREM 수면과 동공 크기의 변화

< Illustration by Jugyeong Lee 2007(이주경) >

[객원 에디터 8기 / 한동욱 기자] 잠을 자는 동안 뇌는 기억을 정리하고 중요한 정보를 저장한다. 이를테면 하루 동안 배운 내용을 정리하거나 주요 기억을 강화하는 식이다. 과학자들은 수면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기억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수면 중 동공(눈동자 크기)의 변화가 기억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고 한다.

미국 코넬대학교의 신경생물학 및 행동학 연구팀은 NREM 수면 상태에서 뇌의 미세한 구조가 최근 기억과 오래된 기억을 구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들이 수면 중 뇌 활동을 정밀하게 관찰한 결과 특정한 뉴런 활동 패턴과 동공 크기의 변화가 기억 정리와 밀접한 관련성을 보였다.

일부 연구에서는 기억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정보들이 무작위로 섞여 처리된다는 이론이 있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수면 중 뇌의 미세한 구조가 기억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코넬대학교 연구진은 이런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수면 중 해마 뉴런의 활동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실험 결과 최근 경험한 기억은 NREM 수면 동안 활성화되며, 이때 동공이 작아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특히 해마의 CA3, CA1 영역에서 나타나는 샤프웨이브 리플(sharp-wave ripples)이라는 특정한 뇌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 뇌파는 100~200ms 동안 짧게 발생하며 새로운 기억이 해마에서 대뇌 피질로 이동하는 과정을 돕는다. 이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면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변환된다.  

연구진은 추가 실험을 통해 NREM 수면 동안 동공이 작아지면서 새로운 기억이 저장되고, 동공이 커지는 순간 오래된 기억이 떠오르는 현상을 확인했다. 즉 수면 중 동공 크기의 변화가 기억의 정리 과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코넬대학교 연구진은 잠을 자는 동안 뇌가 기억을 어떻게 정리하는지를 연구했다. 연구팀은 기억을 저장하는 과정이 학습과 기억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수면 중 뇌의 활동을 조작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잠자는 동안 특정한 뇌파가 기억을 저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연구진은 NREM 수면 동안 샤프웨이브 리플(sharp-wave ripples)이라는 뇌파를 차단하는 또 다른 실험을 했다. 이 뇌파가 차단되면 최근에 배운 내용을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졌다. 반면 같은 실험을 꿈꾸는 단계(REM 수면)에서 했을 때는 기억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이끈 아자하라 올리바(Azahara Oliva) 코넬대학교 교수는 “NREM 수면은 기억을 정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새로운 기억과 오래된 기억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저장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잠을 잘 때 동공이 변하는 게 기억을 저장하는 과정과 관련이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 동공이 작아진 상태에서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활동이 많아지고, 동공이 커진 상태에서는 기억을 정리하는 과정이 활발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연구는 치매 치료, 인공지능(AI) 발전 등 현대 사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에 더해 수면 중 기억 저장 원리를 이용해 더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찾을 수 있고, 기억력이 약해지는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안토니오 페르난데즈-루이즈(Antonio Fernandez-Ruiz)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면이 기억을 정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더 연구가 진행된다면, 사람들의 학습 능력을 키우거나 기억력을 보호하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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