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에 익숙해진 아이들, 집중력은 어디로 갔나

< Illustration by Jessica Kim 2009(김지우) >

[객원 에디터 10기 / 최서연 기자] 2026년 현재 학생들에게 자주 따라붙는 표현이 있다. 바로 ‘문해력 저하’다. 디지털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숏폼 콘텐츠가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고, 긴 글이나 긴 영상보다 짧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요즘 학생들은 긴 글을 끝까지 읽지 못한다”, “한 가지 일에 오래 집중하지 못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SNS는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과도한 사용은 행동 문제를 유발할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숏폼 콘텐츠는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자극을 제공하며, 뇌의 보상 체계를 반복적으로 자극한다.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도파민이 지속적으로 분비되면, 깊이 사고하고 판단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습관 문제로 보기 어렵다. 지금의 청소년은 2030년의 국제사회를 이끌어갈 시민이자 구성원이다. 집중력과 문해력의 저하는 개인의 학업 성취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사고 구조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이후, 숏폼은 일상이 됐다

2019년 말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온라인 영상 소비는 급증했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의 사용이 늘어났고, 그 과정에서 숏폼 콘텐츠는 빠르게 확산됐다. 짧고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영상은 청소년뿐 아니라 전 연령층에게 일상의 즐거움이 됐다.

현재는 정치, 사회, 경제 이슈까지 숏폼 형식으로 재가공되어 전달되고 있다. 언론사들도 핵심만 요약한 숏폼 뉴스를 제작해 게시한다. 이는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속도’다. 숏폼은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야 하기 때문에 자극적 요소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도발적인 표현, 강한 이미지, 단정적인 문장이 반복된다. 복잡한 사회 문제는 쉽게 단순화되고, 맥락은 생략되기 쉽다.

‘카지노 이펙트’와 필터 버블

숏폼의 또 다른 특징은 끊임없는 자동 재생 구조다. “이 영상까지만 보고 끄자”는 생각은 금세 “하나만 더”로 바뀐다. 다음 영상이 무엇일지 모르는 상태에서 계속해서 스크롤을 내리는 구조는 이른바 ‘카지노 이펙트’라고 불린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긴 글을 읽거나 깊이 사고해야 하는 활동이 상대적으로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 해외 연구에서는 숏폼 영상을 과다 시청할수록 주의력과 충동 억제력이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보고됐다.

또한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제공한다. 이로 인해 서로 다른 의견을 접할 기회가 줄어드는 ‘필터 버블’ 현상이 강화된다.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능력이지만, 숏폼 환경은 흑백 논리와 단정적인 주장에 더 쉽게 노출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국제사회의 복잡함을 감당할 수 있을까

2030년 이후의 국제사회는 지금보다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외교, 통상, 군사, 기후 위기, 기술 패권 경쟁 등은 단순한 찬반 논리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장기적 사고와 복합적 이해, 그리고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나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진 사고방식이 지속된다면, 복잡한 문제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허위 정보가 알고리즘을 타고 빠르게 확산될 경우, 사회적 갈등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집중력 문제를 넘어, 집단적 판단 능력과도 연결된다.

그렇다고 해서 “숏폼을 모두 끊자”거나 “디지털 기술을 차단하자”는 접근은 현실적이지 않다. 기술은 이미 일상이 되었고, 앞으로도 발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능력이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고, 다양한 관점을 접하며 사고의 폭을 넓히는 훈련이 필요하다. 또한 독서, 토론, 대면 대화와 같은 느린 활동을 병행하는 균형 잡힌 생활 습관 역시 중요하다.

숏폼 콘텐츠는 편리하고 흥미롭다. 그러나 집중력은 한 사회의 사고력을 결정짓는 보이지 않는 자산이다. 2030년 국제사회가 공존과 타협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즉각적인 반응이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집중적 사고’다. 숏폼에 익숙해진 오늘의 아이들이 그 속도 속에서도 사고의 깊이를 지켜낼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이 남아 있다. 그 과제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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