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PIXABAY 제공 >
[객원 에디터 9기 / 이지윤 기자] 하품은 한 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으로 전염된다는 것은 흔히 알려진 사실이다. 2017년 영국 노팅엄대 연구진이 실험한 것으로, 실험 결과에서 하품을 참으려 할수록 운동 피질의 흥분도가 증가했으며 반대로 운동 피질에 전기 자극을 가하면 하품 충동이 커졌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대표 예시인 하품처럼 동물들이 개체 간에 특정 행동을 따라 하는 현상을 ‘메아리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 메아리 현상은 하품만을 포함하는 것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일본 교토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변 또한 메아리 현상을 일으킨다고 전했다.
연구자들은 일본 구마모토 보호구역에 사는 침팬지들이 대부분 같은 시간에 소변을 누는 것을 보곤 소변도 하품처럼 전염이 될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웠다. 20마리의 사육 침팬지를 대상으로 1,328번의 배뇨를 600시간에 걸쳐 확인했다. 그뿐만 아니라 기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침팬지들의 배뇨가 시간상으로 동기화되었는지, 주변 개체나 사회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지도 조사했다. 그 결과로 밝혀진 것은 침팬지들이 무작위로 소변을 보는 확률보다 같은 시간에 보는 비중이 높았다는 것이었다. 배뇨 시간이 동기화되어 있다는 말이다.
바로 옆 사람이 하품을 하면 자연스레 하품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처럼 소변도 비슷하다. 처음 소변을 본 개체가 물리적으로 가까이 위치해 있을수록 배뇨 가능성이 대폭 증가했다. 또한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침팬지의 소변이 사회적 위치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계급이 낮을수록 다른 개체가 소변을 볼 때 따라 하는 경우가 꽤 많았다고 전하였다.
에나 오나시 교토대 연구원은 어떤 다른 종에서도 배뇨가 전염된다는 가설에 대한 사전 연구가 없었기에 연구원들은 배뇨의 사회적 영향이 ‘감정적 친밀도에 따른 전염’인 하품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사회적 계급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놀라움을 가져다주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일상적인 행동임에도 사회적 계급과 같은 중요성이 내포되어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연구진은 배뇨가 단순한 생리적 반응이 아니라 사회적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무리 내에서 동기화된 배뇨가 냄새를 통해 영역을 표시하거나 소속감을 강화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침팬지의 소변 메아리 현상은 무리 내의 결속력 유지와 협력을 권장시키고, 사회적 유대감을 증가시키는 등의 영향을 보인다. 연구를 이끌었던 신야 야마모토 교수는 “행동의 동기화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능성이 열려있다, 리더십이나 유대감 등이 반영되어 배뇨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만들어낸다.”라고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