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나라든 플랫폼 배달 노동자의 고달픈 삶
UAE 딜리버루, 근로 시간 12시간까지 늘지만 임금 최소 2.04달러로 조정 통지
결국 임금 인상 요구 파업… 플랫폼 서비스 마비
아랍에미리트 노동법 노동조합 금지
[위즈덤 아고라 / 우연주 기자] UAE의 대표적인 음식 배달 서비스 앱 ‘딜리버루(DELIVEROO)’ 배달원들이 지난 2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면서 플랫폼 서비스를 마비시켰다. 다만 배달원들의 첫 파업은 배달 주문이 폭주하는 이드(Eid) 명절에 일어나, 결국 딜리버루는 서비스가 중단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근로 시간 및 급여에 대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직접 밝혔다.
2013년 설립된 딜리버루는 8년 만에 기업가치가 12조 원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특히 세계 최대 물류기업 아마존의 투자를 받으며 성장 가도를 달렸고, 팬데믹 기간 배달 플랫폼 기업 호황 속에서 엄청난 수혜를 누렸다. 현재 딜리버루는 다양한 나라에서 배달원 10만여 명을 고용한 거대 기업이다. 현재 아랍에미리트도 많은 이들이 배달 서비스로 이용하고 있다.
불과 1주 전, 배달원들에게 고정 시급과 수수료에서 배달 건수당 약 3달러를 지급해왔지만, 배달 건수당 최소 2.04달러로 지급하겠다는 임금 조정안을 통지했다. 또한 근로 시간을 10시간에서 12시간까지 늘린다고 밝힌 바 있다.
배달원들은 딜리버루 측의 일방적인 통지를 거절하며 자신들의 임금 개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행동이지만 아랍에미리트의 노동법은 노동조합을 금지하고 있어 이런 파업은 이례적인 일이다. 알리 빈 압둘라 알카비 노동장관은 “노동자들은 이미 고용계약에 동의했으므로, 파업하며 임금 인상을 요구할 권리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두바이를 비롯한 UAE에선 노조 활동이나 집단시위 등 딜리버루 파업과 같은 단체 행동은 그동안 보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집단행동에 나선건 최근 달라지는 경제상황 때문이다. 산유국 UAE에서도 기름값이 상승해 배달원들이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 추가로 운전 보험, 비자 비용 또한 스스로 부담하고 있으므로, 많은 노동자는 급여가 예전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배달원들은 하루에 약 300 ~400킬로미터를 운전하며 노동시간이 많지만 노동자들 개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국제적인 ‘안식처’라고 알려졌지만, 오랜 근무 시간, 가혹한 근무 환경, 또한 낮은 임금에 대해 노동자들의 대우에 관해서 인권 단체들로부터 지속해서 비판받아왔다.
실제로 2006년 3월 인도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 버스가 불타고 사무실이 습격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은 하루 12시간 근무하면서, 한 달 600~1천 디르함(약 15만~25만 원)의 저임금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10월 총파업이 발생하자 두바이 노동부는 외국인 노동자 4,000명을 추방했다.
또한 2015년, 외국인 노동자들이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인 사태가 발생했는데,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 수백 명은 건설 현장의 철제 펜스를 부수고 나와 인근 도로를 막았다.
그러나 진압 경찰을 동원하면서 한 시간 만에 충돌 없이 시위를 진압했다.
많은 사람이 애용하는 딜리버루인 만큼, 딜리버루 또한 배달원들의 기본임금 또한 종사자의 사고위험 감소를 위해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는 적정 시간, 안전 운행 정보 등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배달원뿐만 아닌 다양한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 또한 건강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도 필요하며 특히 이번 딜리버루 파업에 대한 회사와 정부는 구체적인 대책을 통해 다양한 고용 형태를 아우르는 포용적 노동시장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