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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불황 속 위태로운 ‘아메리칸드림’

아메리칸 드림, 지금도 가능할까?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의 이민자 증가와 물가 상승, 범죄 증가가 이민자에게 끼치는 영향

< Illustration by Hana Lee 2008(이하나) >

[객원 에디터 7기 / 원채호 기자] 한국의 밀리터리 마니아들은 미국을 ‘천조국’이라 부른다. 미국의 한 해 국방비가 우리 돈 1,000조 원 정도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미국은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다양성과 기회의 땅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미국으로 이민을 오는 이유다. 이러한 미국에서의 성공과 행복을 상징하는 표현, “아메리칸드림(American Dream)”은 미국에서의 성공과 행복을 상징한다. 지금까지도 “아메리칸드림”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다른 나라로 이민을 오는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을 상징하는 단어다.

이렇게 미국으로 온 이민자들은 미국 경제의 주요 노동력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 농업 노동자의 4분의 3, 건설⋅광업 노동자의 30%는 외국인 이민자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미국 전체 노동 인구에서 이민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8%로 10년 전보다 2% 증가했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라고 불리는 이유이며, 국내의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민자들을 매년 100만 명 이상씩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미국의 경제 상황은 급변했다. 2021년 이후, 미국의 연간 물가 상승률은 평균 5%를 넘었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지수는 2023년 3월부터 12개월 동안 3.5% 급증했다. 음식과 주거지 같은 기본 생필품 가격이 점점 더 비싸지고 빈부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해결할 뚜렷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미국에 정착한 이민자들도 경제난을 겪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악화된 미국 경제 상황은 ‘아메리칸드림’을 가지고 미국을 찾은 이민자에게도 악영향을 끼쳤다. 점점 인플레이션으로 악화하는 경제 상황과 달리 이민자들의 취업률은 사상 최대로 높아지자, 미국 내 이민자들이 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특히 미국 취업시장은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를 우선으로 고용하는 경향이 있어, 취업을 목표로 미국에 온 유학생에게는 불이익이 더욱 큰 상황이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로 급증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 범죄 역시 이민자들의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콜로라도 타임스(Colorado Times)에 따르면 2023년 미국에 사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3명 중 1명꼴로 자신들이 인종 증오 범죄의 대상이 되었다고 밝혔다. 아식오스(Axios)에 따르면 흑인 미국인(42%), 아시아계 미국인(33%), 히스패닉계 미국인(25%)이 여전히 인종 혐오를 느끼고 있으며, 아시아계 미국인 중 41%는 인종, 민족, 종교 때문에 향후 5년 내 신체적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다가오는 미국 대선 역시 이민자들의 처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공식 대선 후보를 지명하기까진 아직 몇 달 남았지만, 이민에 호의적인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지난 대통령이자 이민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 간 접전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 문제에 온건한 입장을 취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후보는 지난 12월 뉴햄프셔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키고 있다”라고 발언하고, 올해 3월 텍사스주 이글 패스 지역으로 향하며 기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전역의 도시에서 “이민자 범죄” 물결을 일으켰다고 말하는 등 이민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사를 표했다.

이민 문제와 관련한 여론 조사 역시 이민자에게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28%가 경제와 인플레이션 등 다른 모든 이슈들 중 이민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대답했다. 몬머스의 여론 조사에선 미국인의 약 61%가 불법 이민을 ‘매우 심각한 문제’로 꼽았으며, 사상 최초로 응답자의 과반수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제안을 지지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미국에서 이민자는 필수 노동력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미국 하원 예산청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민은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고, 향후 10년에 걸쳐 실질 국내총생산의 2%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수입에도 기여하고 본국인 노동자들을 보완해 인구 증가와 노동력 증가에도 기여한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전망과 실제 현실은 다르다. 취약한 노동 기준과 그 시행, 반노동자적 규제 완화, 빈약한 노동법 등이 이민 노동자들의 입지를 더욱 고립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 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미국 경제 상황은 더욱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도 ‘아메리칸드림’은 꺼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그나마 자유와 권리가 보장된 미국을 믿고 본국을 떠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불황과 인종 혐오 범죄의 증가, 열악한 일자리 등 이민자를 위협하는 다양한 요소 가운데 ‘아메리칸드림’은 이미 환상이 된 상황이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먼 나라까지 이동하는 이민자들의 ‘아메리칸드림’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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