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서울대 연구실 참사, 80년간 모은 동물 표본 전부 폐기

80년간 서울대 생명과학부가 모은 동물 표본들

서울대 연구실 대참사, 표본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표본들을 폐기처분하게 만든 것인가

<사진 = 서울대 진균생태계통학 연구실>

[객원에디터 5기 / 박다빈 기자] 서울대 생명과학부가 약 80년간 수집하고 보존해 왔던 각종 동물 표본 수백 점이 폐기처리되었다. 폐기처리가 된 이유는 2021년 표본실에 퍼진 곰팡이 때문이었다. 임영운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이 사건을 다룬 논문을 미생물학회지에 게시했다. 

표본이란 식물과 동물과 같은 것들을 전체나 일부를 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게 처리한 것을 말한다. 동물의 가죽을 이용해 살아있을 때의 동물 모습을 재현하기도 한다. 표본의 형태는 생물이 가진 특성과 연구목적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표본을 만드는 전반적인 이유는 그 대상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대부분 연구나 교육, 전시를 목적으로 표본을 제작한다.

지난 80년간 생명과학부는 표본을 수집하고 보존해 왔는데 2007년부터 자연과학대가 위치한 24동 지하실로 옮겨 관리되고 있었다. 지하실로 옮겨진 후 담당 교수를 통하여 보존되었는데, 2021년 2월, 담당 교수가 은퇴하자 연구원들도 같이 떠나게 되어 지하실에 있는 표본들의 보존에 신경을 쓴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표본실이 관리가 될 시기에는 통상 섭씨 23도, 습도 20%로 항상 유지되어 곰팡이가 피지 않고 잘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표본실에 있는 온도조절기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고, 관리가 안된 상태로 6개월간 방치됐다. 다시 열어본 표본실의 상태는 섭씨 30도, 습도 70%로 높은 온도와 습도로곰팡이가 생기기 알맞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임 교수는 ‘표본실의 문을 열자 곰팡이 냄새가 강하게 났다’, ‘대형 박제들과 플라스틱병들이 층층이 있었는데 모두 검고 흰 곰팡이가 덮인 모습이었다. 습도가 높아 축축했다’라며 당시 곰팡이가 창궐한 표본실의 상태를 설명했다.

이후, 표본실 내에 있는 모든 것을 폐기 처분하고 진균류(세균류와 점균류를 제외한 균류의 총칭)를 호흡하게 되면 폐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전문 업체를 불러서 청소를 하는 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작업이 요구됐다. 따오기와 같은 연구가치가 큰 ‘멸종위기종’들의 박제와 공룡 화석 등 중요한 동물 표본들도 있었지만 곰팡이가 이미 퍼진 상태라 회생이 불가능해서 전부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눈에 보이는 곰팡이를 닦아내어 수습할 순 있지만 곰팡이가 어느 정도까지 침투했는지 알기 어렵고 전체적으로 피해를 입어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학교 측이 밝혔다. 멸종위기종의 경우에는 우연히 동물의 사체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새로운 표본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더 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여 과기정통부는 ‘연구실 안전환경조성 기본계획’을 마련, 올해부터 82억 원을 투입하여 연구실 안전 강화를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실 안전 규정은 정부가 관리하지만, 보존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표본은 담당 교수와 연구원들에게 맡겨져 있어 추후에도 이와 같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80년간 모은 ‘보물’이라고 불릴 만큼 중요했던 서울대 동물 표본들을 폐기한 것은 2021년이었지만 임영운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이 사건을 다룬 ‘표본실 진균(곰팡이) 대재앙 : 수많은 동물의 흔적을 지운 단 일주일’이라는 논문을 지난해 12월 미생물학회지에 수록하여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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