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새로운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방향, 동물 실험 없이 기생충을 배양하는 방법

<PIXABAY 제공 >

[객원 에디터 5기 / 이채은 기자] 지구에서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기생충 중 하나인 톡소플라스마는 가장 연구하기 어려운 기생충 중 하나이다. 톡소플라스마는 단세포 원생동물로 인간을 포함한 거의 모든 포유류와 조류를 감염시키며 심각한 경우 실명, 결손, 사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고양이와 개는 톡소플라스마의 숙주로 배설물을 통해 기생충을 옮긴다. 인간과의 직접적인 접촉으로 옮는 것이 아니라, 주로 배설물을 양분으로 자란 야채와 식물과 그 야채와 식물을 먹은 소, 양, 돼지 등을 익혀 먹지 않아 감염된다. 

고양이와 개를 통해 사람들에게 감염되는 톡소플라스마를 실험실에서 자라게 하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지난 3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모하메드 히키미 프랑스 그르노블알프스 대 연구팀은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해 톡소플라스마를 배양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 기술은 기생충의 생애주기를 밝히는 데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전에는 톡소플라스마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숙주인 고양이의 몸속에서 자란 기생충을 채취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고양이를 톡소플라스마에 감염시키고 기생충을 채취한 이후에는 안락사시켰고, 많은 동물 보호 단체와 의학계는 비윤리적인 과정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실험 과정에서도 동물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비용 문제와 그 외의 문제점들로 실제 실험에는 적용되지 못했다. 

톡소플라스마의 생애 주기에는 질병을 일으키는 무선식 단계와 생식 단계가 있다. 톡소플라스마의 무선식 단계는 실험실에서 쉽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생식 단계는 과학자들이 기생충이 증식하고 전 세계 사람들이 다양한 변종에 감염되어 파악하기 어려웠기에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톡소플라스마가 번식하는 단계까지 성장시켰다.

톡소플라스마의 유전자 활성에 영향을 미치는 단백질 유전자를 비활성화시키고 생식 단계에서만 활성화되는 유전자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번식 단계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 숙주인 고양이의 내장에만 있는 특정 성분이 없어도 실험실에서 하는 배양을 통해 생식 단계의 톡소플라스마 연구가 가능해졌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서 톡소플라스마가 다양한 유전자의 스위치를 끄고 켜며 생애 주기의 단계에서 단계로 이동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게 무성 기생충을 모은 다음 고양이 신체 외에서 번식 단계 중 하나인 포도송이 모양의 분열소체를 생성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유전자 교정 기술을 활용하여 기생충의 성장 단계를 인위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독일의 레나 페르나스 연구원은 기생충의 번식 단계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세포 생물학적으로도 훌륭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연구원 또한 고양이의 생명을 구하는 것과 함께 과학자들이 기생충의 수명주기의 각 단계를 멈추거나 가속하는 약물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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