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시간의 흐름을 다르게 인식
시각 정보가 주관적 시간 인식에 미치는 영향
[객원 에디터 7기 / 정서영 기자] 눈에 보이는 정보의 내용이나 특성이 사람들이 시간이 빠르거나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등 주관적 시간 인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조지메이슨대 마틴 위터 교수연구진은 4월 23일 과학 저널 네이처 인간 행동 (Nature Human Behaviour)에서 사람들에게 다양한 사진을 보여주고 사진을 실제로 본 시간과 스스로 인식한 시간을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고 이 실험에서 시각 정보가 주관적 시각 인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간을 추적하고 이해하는 뇌의 능력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일부 연구에서는 뇌에 객관적인 시간 흐름을 인식하는 ‘내부 시계’가 있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접하는 시각 정보 등 자극의 특성이 시간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제안하며 지적했다.
연구팀은 위의 연구에서 170명을 대상으로 참가자들에게 300~900밀리 초(ms) 동안 보여주고, 각 사진을 얼마나 오래 봤다고 생각하는지 실험해 보았고 실험 결과를 신경망 모델과 결합해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참가자들이 이 사진을 봤다고 인식한 시간이 촬영된 장면의 크기, 어수선한 정도(물건이 가득 찬 저장실-빈 창고), 사진 내 기억될만한 요소 유무 등 사진 특성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장면의 크기가 큰 것 등 사진에 더 새롭고 다른 사진과 구별된 점이 있는 것처럼 참가자에게 기억될만한 요소가 있는 경우 사람들은 실제로 사진을 보여준 시간보다 더 오래 본 것으로 인식했고, 어수선한 장면이 담긴 사진은 실제로 보여준 시간보다 더 짧게 보았다고 인식했다.
연구팀은 기억될만한 사진일수록 실제로 본 시간을 더 정확히 인식하고, 더 오래 봤다고 인식하는 사진일수록 더 잘 기억되는 덕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시간과 기억될만한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각 정보 처리에 이미지 등 주로 사용되는 심층학습(deep learning)의 종류 중 하나인 순환적 콘볼루션 신경망 모델을 적용한 결과, 기억될만한 사진일수록 처리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며 처리 속도의 증가로 사람들은 사진을 본 시간을 실제로 본 시간보다 더 길고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너 교수는 이 연구 결과를 통해 사진을 보는 동안 흐른 시간에 대한 인식도 결정하는 것을 보여주며 이것은 시간 인식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보편적 ‘내부시계’ 가설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