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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동물처럼 귀를 쫑긋인다? – 흔적 기관으로 남은 귀 근육의 비밀

현대인도 남아 있는 ‘귀 근육 반응’

청각 보조기기 개발에 응용 가능성

<Pixabay 제공>

[객원 에디터 8기 / 이지윤 기자] 생물의 신체는 환경 변화에 적응해가며 진화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발달하는 부분도,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면 퇴화하는 부분도 있다. 귀 근육은 후자에 속한다. 고대 인류는 야생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귀 근육이 지금보다 더욱 발달되어 있었다. 개와 고양이처럼 낯설거나 큰 소리, 중요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귀가 저절로 그 쪽을 향하게 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대인에게도 여전히 이러한 능력이이 남아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귀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드물게 존재하지만, 이는 보통 의식적인 행동이다. 반면 동물들의 귀는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하게 된다. 그런데 독일 자를란트대 신경학자들이 정밀 측정 장치를 활용한 실험을 통해, 고대의 인류와 동물들보다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지만 현대인의 귀 근육도 낯설거나 큰 소리, 혹은 관심 있는 소리에 반응하여 움직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흔적 기관으로 남은 인간의 귀 근육이 소리에 반응해 활성화되는 것이다.

자를란트대의 신경학자들은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스피커로 지루한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갑작스러운 아이의 울음소리나 발소리 등 참가자들을 놀라게 만드는 소리를 갑자기 들려주었을 때의 귀 주변 근육 활동을 관찰했다. 측정 결과, 이러한 소리에 즉각 반응하여 해당 방향의 귓바퀴 주변 근육에서 움직임이 발견되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두 개의 팟캐스트를 동시에 따로 틀어놓은 채, 참가자가 둘 중 하나에 집중할 때의 귀 근육 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참가자가 하나의 소리에 집중할 때면 귓바퀴가 위로 쫑긋 솟아오르며 귓바퀴 가장자리가 뒤로 젖혀지는 미세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소리 나는 방향으로 귀가 향하는 기능은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에서 대부분 사라졌다. 그러나 긴팔원숭이의 경우 아직 이 기능이 살아있음을 미루어보아, 연구진은 약 2500만년 전 긴팔원숭이가 구세계원숭이로부터 진화했을 때부터 귀를 움직이는 능력이 너무 약해진 탓에 이어지는 진화과정에서 그 기능이 더욱 약해지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먀, 능력이 굳어진 ‘화석화’의 배경을 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능은 우리의 삶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 슈트라우스 교수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보청기의 성능 향상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보청기가 실시간으로 귀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하고, 기기의 소형 프로세서가 사용자가 들으려고 하는 방향으로 마이크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반면에 자를란트대 연구원들은 귀 근육의 움직임이 매우 미미한 탓에 보청기가 실제로 소리를 듣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실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청각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귀 근육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대규모의 실험이 우선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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