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전설, 페이커: T1과 함께 빛난 e스포츠의 역사
5번째 롤드컵 우승과 글로벌 e스포츠 아이콘의 끝없는 도전과 열정
[객원 에디터 8기 / 최현우 기자] 대한민국 e스포츠 구단 T1이 통산 5번째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에 오르며 롤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 11월 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열린 ‘2024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페이커(이상혁)의 맹활약에 힘입어 중국 ‘빌리빌리 게이밍 드림캐스트(BLG)’를 세트 스코어 3대 2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일명 ‘롤’이라고 불리는 PC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와 월드컵을 합성한 말인 롤드컵은 게임사가 직접 개최하는 월드 챔피언십을 뜻한다. 올해는 실시간 최고 시청자 수가 690만 명에 이를 정도로 e스포츠 최대 축제로 평가받았다.
롤은 5대 5 팀을 구성해 상대 팀 기지를 파괴하는 온라인 게임이다. 2009년 미국 라이엇 게임즈(현재는 중국 텐센트가 인수)가 출시했으며, 매달 1억 명 이상이 즐기는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여덟 개 지역(한국, 중국, 유럽, 북아메리카, 아시아태평양, 베트남, 브라질, 라틴아메리카)의 최상위권 팀들이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경쟁한다.
올해에는 독일, 프랑스, 영국에서 대회가 열렸으며, 역대 14번의 대회 중 한국팀이 9번을 우승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T1은 2013년, 2015년, 2016년, 2023년에 이어 5회 월드 챔피언십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했다. 제우스(최우제), 오너(문현준), 구마유시(이민형), 케리아(류민석) 등 모든 선수가 환상의 호흡으로 활약했지만, 가장 빛난 선수는 역시 페이커(이상혁)였다. 이상혁은 본선에서 팀 후배들을 다독이며 강력한 팀워크를 발휘했다. ‘제오페구케’라는 별칭으로 지난 4년간 함께해 온 팀원들과의 호흡은 이날 결승에서 빛을 발했다. 이상혁 개인으로도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활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상혁은 e스포츠계에서 ‘불사대마왕’, ‘e스포츠의 살아 있는 전설’, ‘세체미(세계 최고 미드라이너)’, ‘불멸의 영웅’ 등으로 불린다. 그가 사용하는 닉네임 ‘페이커(Faker)’는 게임 업계에서 GOAT(Greatest of All Time)를 상징하는 이름이다. 그는 2013년, 17세의 나이로 프로게이머에 도전장을 내민 뒤 첫해 롤드컵을 제패했으며 이후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렇듯 엄청난 성과를 달성한 이상혁도 ‘페이커는 한물갔다’는 비판에 시달린 적이 있다. 지난 5월 국제대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을 앞두고 손목 부상을 당했고, 상반기에는 게임 업계를 강타한 디도스(DDoS) 공격으로 정상적인 연습과 경기가 어려워 컨디션 난조를 겪었다. 이에 국내 리그인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에서 젠지(Gen.G)에게 0대 2로 패하며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혁은 전 세계 e스포츠 팬들에게 사랑받는 글로벌 아이콘이다. 이상혁의 통산 전적은 964승 469패에 달하며, 롤드컵 5회 우승, LCK 10회 우승, e스포츠 월드컵 우승,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그의 경력은 e스포츠의 전설로 손꼽힌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그를 ‘2023년 스포츠계 10대 파워 리스트’에 선정했으며 축구 황제 리오넬 메시,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의 연봉은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은 없지만 국내 프로게이머 중 최고 수준인 약 100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중국 리그(LPL)에서는 2년간 2,000만 달러(약 245억 원)의 연봉을 제안했으나, 이상혁은 “돈과 명예보다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거절한 바 있다.
지난 15일 서울 광진구에서 열린 ‘2024 KeSPA 글로벌 e스포츠 포럼 in 서울’에서 이상혁은 10년 이상 정상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로 열정과 재미를 꼽았다. 그는 “게임이 여전히 재미있고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하는 태도가 큰 대회에서 부담감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팬들의 관심이 e스포츠 성장의 핵심이라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