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올바르게 조절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명상, 심호흡, 마음 챙김, 타임아웃을 통한 분노 조절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분노 방’, 과연 효과적일까?
[객원 에디터 7기 / 김려원 기자] 최근 심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Clinical Psychology Review’에 화를 낮추는 데는 분노를 터트리는 것보다 명상, 심호흡, 마음 챙김, 타임아웃 등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게재됐다.
분노는 모든 사람이 다양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감정이며 받아들이기 힘든 사건이나 대립 등을 처리하도록 우리를 강요하는 강렬한 자극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분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화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적절한 상대에게, 적절한 이유로,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방법과 적절한 정도로 화를 내기는 힘들다.”. 화를 다스리는 것은 매우 어렵고 제대로 주체하지 못하거나 해소하지 못하고 쌓아두게 되면 본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사회에서 ‘화를 올바르게 내는 방법”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몇 년 전 사용료를 지불하고 물건을 마음껏 때려 부숴 스트레스를 해방하는 ‘분노 방’이 등장하면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현재까지 미국,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 분노 방이 운영 중이다. 이 방법은 화가 날 때 화를 직접적으로 표출해야 풀어진다는 통념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억압된 분노와 같은 감정들을 언어나 행동을 통해 외부로 표현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카타르시스 이론이 근거로 적용된다.
하지만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심리학·커뮤니케이션학 연구진은 ‘카타르시스 이론’은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오하이오주립대학원의 브래드 부시먼 교수는 “분노를 터뜨리는 것은 그 감정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일 것처럼 들리겠지만, 화가 나면 화를 터뜨려야 한다는 통념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 만 명 이상의 참가자가 참여한 연구에서 분노를 나주는 데에는 생리적 각성을 줄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에서는 뇌의 각성 여부가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초점에 두고 진행되었다. 대상자들은 인지행동치료를 수행한 1만 189명의 참가자이었고 이 대상자들을 뇌의 각성 여부에 따라 분류한 뒤 STAXI-K(상태-특성 분노 표현 척도) 수치를 비교하고 분석했다. 이때 연구팀은 뇌 각성을 증가시키는 활동과 감소시키는 활동을 한 그룹으로 나누었다. 각성을 증가시키는 활동에는 샌드백 치기, 조깅, 수영, 사이클 같은 활동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각성을 감소시키는 활동에는 심호흡, 마음 챙김, 명상, 요가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연구팀은 두 그룹 대상자의 활동 이후 STAXI-K 수치를 이용해 분노 억제, 분노 표출, 분노 통제 점수를 부여했다. 그 결과 뇌의 각성을 감소시키는 활동을 수행한 그룹이 분노를 낮추는 데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호흡, 명상, 요가 등과 같은 활동들은 신체 근육 이완을 유도하고 중추 및 자율 신경계의 이완 상태로 이어져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또한 각성을 감소시키는 활동들은 타인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증가시키거나 심박수, 혈압, 호흡수와 같은 분노의 생리학적 지표를 낮추며 분노 관리를 더욱 증가시켰다. 연구팀은 이러한 활동들이 분노, 공격성, 적대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낮추고 심지어 참가자가 자극을 받은 경우에도 분노 수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의 나고야대 연구팀은 분노의 감정을 종이에 서술하고 버리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사회 문제와 관련된 모욕적인 논평이 적힌 글을 읽게 하고 그에 대한 분노를 종이에 적은 뒤 한 그룹에는 종이를 휴지통에 버리거나 책상 위 파일에 보관하라고 하고 다른 그룹에는 종이를 파쇄기에 넣거나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에 넣으라고 지시했다. 연구 결과 종이를 버리거나 파쇄기에 넣은 그룹은 화가 가라앉은 반면, 종이를 버리지 않고 파일이나 플라스틱 통에 넣은 그룹은 화가 다른 그룹에 비해 적게 감소했다.
반대로 각성을 증가시키는 활동들을 한 경우엔 분노를 증폭시키거나 분노 조절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나 분노를 외부로 표출시키며 얻는 일시적인 해소는 이후에 공격성을 강화시켰다. 부시먼 교수는 “각성을 높이는 특정 신체활동은 심장에 좋을 수는 있지만, 분노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확실히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분노라는 감정은 인간의 두뇌가 위협을 감지하면서 시작된다. 두뇌에 위치한 편도체가 외부에서의 자극을 인지하고 자율 신경계를 조절하는 시상하부로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생성되면서 심박수가 증가하고 폐가 확장된다. 그리고 여기서 각성을 증가시키는 활동은 분노를 더욱 유발하는 촉매로 이용될 수 있다.
특히나 조깅이나 계단 오르기 같은 반복적인 행동으로 구성된 활동들은 분노를 더욱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동작들이 좌절감을 유발하거나 화를 되새김질할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예상했다. 반면 축구나 배구 같은 구기 종목과 유산소 운동은 분노를 많이 감소시켰다. 하지만 연구팀은 활동의 유형과 분노 사이의 관계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