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없이 폐암 진단… 호흡만으로 검사하는 신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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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 에디터 8기 / 이유슬 기자] 암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2023년 기준 전체 사망자의 약 24%가 암으로 인해 생명을 잃었다. 그중에서도 폐암은 암 사망자의 21.9%를 차지하여 가장 치명적인 암으로 알려져 있다. 폐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
기존의 폐암 진단 방식
폐암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저선량 폐 CT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검사는 정확도가 높지만 비용이 비싸고 방사선 노출 위험이 있다. 기관지 내시경 검사나 조직 검사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 과정은 검진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폐암 진단 과정의 복잡함을 해결하고 검진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팀은 최근 날숨을 이용해 폐암을 선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날숨을 이용한 새로운 폐암 조기 선별 기술
이 기술은 숨을 내쉴 때 발생하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s)을 감지하는 센서 시스템과 이를 분석하는 인공지능(AI)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구성되어 있다. 새로운 시스템은 데스크톱 컴퓨터 크기이며, 날숨 샘플링부, 감지 센서 모듈, 데이터 신호 처리부로 이루어졌다. 검진자의 날숨을 준비된 비닐 키트에 담고 탄소흡착 튜브와 연결하게 되면 튜브가 날숨 내 여러 가스를 흡착한다. 이후 튜브를 시스템에 삽입하면, 내장된 20종의 멀티모달 센서 어레이가 가스를 분석하게 된다. 탄소흡착 튜브에 붙은 날숨의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s)의 양에 따라 전달되는 전기 신호가 달라지고 AI 딥러닝 알고리즘은 이를 통해 폐암 발병 여부를 진단한다. 이 기술은 기존 CT 검사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진행할 수 있어 일반 건강검진에 포함될 가능성도 높다.
임상시험과 기술의 확장 가능성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상훈 교수 연구팀과 함께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실험에서는 폐암 환자 107명과 정상인 74명의 날숨 샘플을 분석했으며 그 결과 95% 이상의 정확도로 폐암을 선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기존 저선량 폐 CT 검사와 비교해도 높은 정확도를 보이는 수준이다. 연구팀은 추가적인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시스템의 신뢰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1000명 이상의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빅데이터를 구축하여 알고리즘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폐암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환의 조기 진단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위암, 대장암 등 다른 암의 조기 진단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폐렴 등의 호흡기 질환 진단에도 적용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 기술이 발전하면 단순한 건강검진만으로도 암과 호흡기 질환을 빠르게 선별할 수 있으며, 조기 발견을 통해 치료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방사선 노출 없이 간편하게 폐암을 진단할 수 있어 기존 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기술 상용화를 통해 폐암 조기 발견율을 높이고 치료율을 향상하는 데 기여할 계획이다. 또한, 저렴한 검사 비용으로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도 예상되며 향후 추가 연구와 상용화를 통해 국민 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