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밤새 공부하면 성적이 오를까? 수면 부족이 학습 능력에 미치는 영향

 <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7기 / 이채은 기자] 학교 시험 기간만 되면 많은 친구들이 에너지 음료를 마시고 밤을 새워 공부하겠다고 다짐한다. 다음 날 보이는 친구들의 얼굴은 퀭하고 어딘가 힘없어 보이기도 한다. 문득 드는 궁금증, 밤을 새워 공부하면 학습 효율이 올라가고 더 잘 기억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가질 법한 이 궁금증을 영국의 에든버러 대학, 미국 워싱턴 주립대의 공동 연구팀이 쥐 실험을 통해 사실이 밝혀졌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학습 능력과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과 미국 워싱턴 주립대의 공동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잠이 부족하면 학습과 기억에 관련된 뇌신경세포가 만나는 시냅스 종류가 줄어드는 현상을 관찰한 연구 결과를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게재했다. 

뇌신경세포 즉 뉴런은 시냅스를 통해 전기 신호를 다른 세포들로 보낸다. 보내진 신호들은 신경계를 통과한다. 2000년대 초반에는 수면하는 동안에는 시냅스의 움직임이 감소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보존된다고 믿었다. 보존된 에너지는 내일의 새로운 정보들을 머리에 저장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어서 수면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에든버러 대학이 세서 그랜트 교수는 시냅스가 신호를 보내는 데 사용하는 화학물질과 신경전달물질은 종류가 다양하고 뉴런 주변의 단백질 구성도 다양하기 때문에 스냅샷으로 찍는 기술을 개발하고 사용했다고 밝혔다. 쥐 실험에서 정상적으로 잠을 잔 쥐와 6시간만 잔 쥐를 나누어, 수면 후 뇌의 스냅샷을 찍었고 어떻게 변화했는지 관찰했다. 촬영한 사진을 분석했더니 두 집단 연결 시냅스의 개수는 비슷했지만 잠을 6시간만 자서 수면이 부족한 집단에서는 시냅스의 다양성이 더 낮았다. 특히 시냅스 종류 중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인 피질과 해마에서 다양성이 많이 감소한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수면 부족이 어떻게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수면이 시냅스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전에도 진행된 실험 및 연구를 살펴보면 작년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한 연구는 실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대학교 1학년 학생들 600여 명을 대상으로 학생들의 매일 밤 수면 상태를 수면 추적기로 감시했고, 성적에 미치는 영향을 보기 위해 학생들의 기말시험 성적을 수집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30분이었고 수면 시간이 6시간보다 적은 학생들은 학업 성적이 현저히 떨어졌다. 반면에 수면 시간이 1시간씩 증가할수록 기말 평균 성적이 약간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미국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에서 진행한 연구는 수면을 통해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세포를 재보정함으로써 학습했던 내용을 복습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뇌가 계속해서 깨어 있으면 과부하가 와서 정보 전달 능력을 잃고 학습과 기억에도 손상이 갈 수 있다는 것도 밝혔다. 쥐의 피질과 해마에 집중해 잠을 자거나 깨어있는 상태의 쥐에서 수용체 단백질을 추출해 실험실에서 키운 세포와 함께 관찰했다. 그 결과 잠자는 쥐에서 수용체 단백질 수치가 깨어있던 쥐들에 비해 20%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수면 부족은 피질과 해마에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학습과 기억 능력을 저하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수면 부족이 학습, 기억 능력에 영구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일시적으로 시냅스의 다양성이 낮아지지만, 수면을 통해 어느 정도 다시 복구할 수 있다. 오히려 공부를 잘하려면 밤을 새워 더 많이 공부하는 것보다 충분한 수면을 통해 복습하고 다음 날의 공부 효율을 높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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