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역사, 흥남철수
아프간 피난민 823명을 태운 미군 수송기
70년 전의 역사인 흥남철수와 유사
[객원에디터 2기 / 김민 기자] 지난 8월 30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9.11테러 이후 20년 만에 아프간을 떠난 것이다. 미군이 철수하자마자 탈레반은 아프간을 다시 점령했고 20년 전 가혹한 통치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탈출 러시가 이어졌다. 그중 지난 15일 미국 군사 전문 매체에서 공개한 미군 수송기 내부의 사진이 화제였다.
사진에는 갓난아이부터 어린이 성인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무릎도 피지 못한 채 앉아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수송기 후방 화물 적재 문이 열리자 수많은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몸을 밀어 넣었고 승무원들은 이들을 강제로 내리게 하지 않고 최대한 탑승시켰다. 이 비행기는 원래 정원인 134명의 6배 정도인 823명을 태우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전쟁 당시, 비슷한 사건인 흥남철수가 자연히 화자 되고 있다.
흥남철수는 인천 상륙작전의 성공과 중공군의 개입으로 인해 일어나게 된 사건이다. 인천 상륙작전의 성공으로 국군이 북진하게 되지만 중공군의 개입으로 국군이 다시 후퇴하게 되면서 당시 거의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메러디스 빅토리아 호에 피난민들이 몰리게 된다. 원래 메러디스 빅토리아호는 군용장비를 싣는 화물선으로 피난민을 태울 의무가 없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호소에 레너드 라루 선장이 피난민 수송 결정을 내렸고 짐칸에 있던 군사물품을 거의 버리고 사람들을 태우게 된다. 메러디스 빅토리아호는 1만 4천500명의 피난민을 태웠고 현재까지도 단일 선박 최대 규모 구조 작전 수행이라는 기네스 기록으로 남아있다. 또한 탑승객 중에는 임산부도 있어서 이틀 동안 아이가 5명이 태어나기도 했다. 좁고 의료시설이 열악한 배 안에서 아이가 5명이 태어나고 1만 4천 명의 피난민이 무사히 도착지인 부산항에 도착한 날이 12월 25일인 까닭에 흥남철수 작전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흥남철수 작전의 성공으로 국군과 유엔군은 상당한 전투력을 보존해 다음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70년 전의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는 나라였다. 하지만 지금은 70년 만에 많은 성장을 이루었고 이제는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또한, 이번 아프간 사태에도 아프간인 특별 기여자를 구출하기 위해 미라클 작전을 수행하는 등 이제는 우리나라가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었다.
70년 만에 큰 성장을 이룬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아프간 특별 기여자들이 잘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좋겠다. 또한, 평생을 살아온 나라를 탈출해 새로운 나라에 정착하는 모든 아프간인들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고 잘 적응해서 새로운 삶을 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