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유기 문제를 대하는 자세
2021년 유기동물 약 12만 마리
유기동물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
[객원 에디터 5기/이태린 기자]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게 된 만큼 국내 유기 동물 수 또한 지난 몇 년간 계속해서 증가해 왔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4년에는 약 8만 마리였던 유기 동물 수가 계속 증가하여 2019년에 약 13만 5천 마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행히 2020년부터 유기 동물 수가 조금씩 감소세를 보여 2021년에는 약 11만 8천 마리까지 줄어들었다고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동안 사람들이 주로 집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을 했기에 반려동물 유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인한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유기 동물 수가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버리거나 돌려보내는 가장 흔한 이유는 동물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지난해 내놓은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양육 포기나 파양을 고려한 경험자 10명 중 3명(27.8%)이 ‘물건 훼손, 짖음 등 동물의 행동 문제’를 파양, 양육포기의 이유로 꼽았다.
나아가 반려동물을 키울 때 드는 비용도 유기·파양의 원인이다. 농식품부 조사 결과 양육 포기 또는 파양을 고려한 응답자 중 22.2%가 ‘예상보다 지출이 많다’라는 점을 이유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한 마리를 키우려면 최소 몇천만 원의 지출이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외모 탓에 버린다는 분석도 있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개들이 버려지는 가장 큰 이유는 행동 문제 외에 성견이 됐을 때 외형이 덜 예뻐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몸집이 커지면 부담스러워 유기·파양하는 이들이 많다. 심지어 반려동물 종의 유행이 지났다고 판단되어 유기·파양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2010년 대세 품종이었던 웰시코기, 비숑 프리제는 그해 미디어와 가게를 통해 입양수가 증가하였다. 이에 2010년에는 유기되지 않던 웰시코기와 비숑프리제가 2020년에는 각각 723, 378마리씩 유기되었다.
유기동물들에 대한 보호와 실태는 어떻게 될까?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전국의 반려동물 등록, 유실·유기 동물 구조와 보호, 동물영업 현황 등을 바탕으로 한 ‘2020년 반려동물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동물보호센터는 280개이며 이곳에서 13만 401마리의 유기 동물을 보호 조치했다. 구조된 유기 동물들은 분양 29.6%, 자연사 25.1%, 안락사 20.8%, 소유자 인도 11.4%, 보호 중 10.4% 순으로 처리됐다. 최근에는 유기 동물 입양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어 동물보호 관리시스템의 통계에 의하면, 2019년 대비 2021년 유기 동물 입양 비율은 26.4%에서 32.1%로 늘어났다. 반대로 안락사 비율은 21.8%에서 15.7%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아직도 좋은 주인을 다시 만나 새 삶을 시작하는 동물들은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주인으로부터 버려진 유기견의 운명은 대부분 몇 주, 길어야 몇 달을 넘기지 못하고 길에서 추위, 굶주림, 동물 교통사고 사망 등으로 죽는다. 특히 품종견, 중 소형견이라면 더 그렇다.
물론 반려동물 유기를 막기 위한 법안도 존재한다. 동물보호법 제46조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버리면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맹견을 버리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은 재판부의 솜방망이 처벌과 적은 처벌 가능성으로 동물 유기·유실·학대 사례가 계속 반복된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동물보호법의 적용이 확대되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반려동물 유기 문제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반려동물 등록제이다. 반려동물 등록제는 2014년 1월부터 시행되었으며,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 보호와 유실, 유기 방지를 위하여 주택, 준주택 또는 이외의 장소에서 반려의 목적으로 기르는 3개월령 이상의 개는 반드시 지방자치 단체에 동물등록을 해야 한다. 동물 등록은 시, 군, 구청 및 등록 대행 기관에서 신청할 수 있는데 등록이 완료되면 동물 병원에서 내장형 마이크로칩 시술을 받거나, 외장형 무선식별 장치를 부착한다. 만약 등록하지 않는다면 1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에 반려동물 등록 수는 2017년 117만 6천 마리, 2018년 130만 4천 마리, 2019년 209만 2천 마리, 2020년 232만 1천 마리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도 등록되지 않은 동물들의 수가 많아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제도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을 데려오기 전에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금전적인 여유가 되는지, 함께할 시간이 충분한지 등에 대해 깊게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유기 동물 감소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